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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괴로운…장남·맏며느리들의 애환

淸潭 2007. 9. 26. 19:30

명절이 괴로운…장남·맏며느리들의 애환

 

일가친척이 모이는 민족의 대명절 추석. 하지만 추석연휴 동안 말 못하는 고민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

추석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맏이들’의 고민을 들어본다.

“올해는 안 싸우려고 했는데 결국 싸우고 말았어요. 추석 당일 저녁에 친정에 가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결국 올해도 친정에서 딱 하루밖에 못 잤어요. 동생들 오는 것 보고 가라며 붙잡는 시부모님도 야속하고 ‘모르는 척’하고 동생들과 술 마시는 남편도 미워요.”

결혼 8년차 주부 김미정 씨(가명, 양천구 목동, 36)의 말이다. 명절 때만 되면 김 씨는 큰 아들인 남편에게 시집간 것을 후회 한다. 큰 아들인 남편이 그녀를 맏며느리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김 씨의 가장 큰 불만은 명절 때 친정에 못 가거나 늦게 가야한다는 점이다. 김 씨는 “맏며느리가 명절 전부터 시어머니를 도와 명절맞이 준비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손님맞이 하느라 친정에 못가는 것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올해도 역시나 김 씨의 시부모님이 김 씨 부부를 놓아주지 않았다. 김 씨는 “시부모님이 ‘맏이가 동생들 식구 오는 것은 보고 가야하지 않겠냐’고 잡았다”며 “동서네 식구들이 친정에 갔다가 본가로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다 연휴가 끝나버렸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친정에 다녀온 동서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남들의 명절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아들만 넷인 집안의 맏이인 송기중(가명, 42살)씨는 요즘 추석 전부터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송 씨는 “잘 나가는 동생들이 ‘부모님 용돈을 얼마나 드려야 하냐’ 고 상의해 오면서 부담 가는 액수를 얘기해서 맏이로서의 체면 때문에 고민했다”고 말했다.

동생들에게 차마 “부담되니 조금만 드리자”고 말할 수도 없고, 맏이로서 단 10만원이라도 더 넣어드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됐다는 것.

송 씨에게는 조카들의 명절 용돈도 부담이다. 송 씨는 “동생들이 조카들에게 2,3만원씩 용돈을 주는데, 큰아버지가 그 보다 덜 주자니 민망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이어 “솔직히 조카들이 많다보니 해마다 졸업, 입학하는 녀석들이 있는데 명절 때 만나면 큰아버지로서 모른 척 할 수 없다”며 “하지만 부담이 많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송 씨는 추석연휴가 끝나기도 전부터 추석 때 무리한 지출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하고 있다.

미혼의 맏이들도 추석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인우(31살, 강남구 개포동) 씨는 이번 추석 때 결혼에 대한 온 친척들의 압박에 시달렸다. 김 씨는 “부모님과 친척들 입에서 ‘장남’이란 말이 빠지지 않았다”며 “맏이는 늦게 결혼할 자유도 없는 것 같아 불만이었지만 화를 낼 수도 없어 그냥 삭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두 살 터울의 동생이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해 압박이 더 심해졌다”며 “맏이가 먼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잘해야 한다. 더 해야 한다. 참아야 한다. 맏이니까!”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은 이 같은 공식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기간이다. 그리하여 맏이들은 올해 추석도 ‘기쁘면서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CBS사회부 심훈 기자 simhu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