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마애 불상
![]() 모습 드러낸 1천300년 전 마애불상 5월 말 경주 남산 열암곡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 마애불상 모습이 10일 처음 공개됐다. 이 불상은 발견당시 원래 위치에서 경사면을 따라 앞쪽으로 넘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불상의 자세한 모습은 알 수 없었으나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추가조사작업을 통해 최근 불상의 앞 모습을 확인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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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경주 남산 열암곡(列岩谷)에서 머리를 아래로 한 채 쓰러진 1천300여년 전 거대 마애불의 몸통과 발, 연화대좌가 발견됐다.
발굴조사를 맡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들은 마애불이 쓰러진 높이를 고려할 때 얼굴부분은 거의 남아있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더구나 얼굴이 넘어진 부분 바로 아래에 거대 암반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불상의 얼굴이 온전히 남아있을 것으로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작업을 계속하던 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들은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음을 알고 환호했다.
불상의 육계(부처의 정수리에 상투처럼 불룩 솟아 오른 부분)가 먼저 땅에 닿아얼굴 부위는 불과 5㎝ 차이로 암반과 충돌하지 않았던 것. 날렵한 불상의 콧날은 마치 21세기에 조성한 불상인 듯 완벽한 보존상태를 보였다.
10일 문화재청이 발굴현장에서 개최한 친견법회에 참석한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은 "5㎝ 차이로 어찌 저리 완벽하게 보존될 수 있었는지 참으로 복된 일"이라며 감탄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생각도 못한 선물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쁜 표정만 지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70-85t으로 추정되는 불상을 다시 일으켜 세울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70t이면 한국군의 주력 전차인 K1전차(약 50t)보다 무겁다. 이를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100t을 들 수 있는 크레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불상이 쓰러진 현장으로 가는 길은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산길 하나 뿐. 중장비를 동원하기 위해서는 일단 길부터 닦아야 할 판이다.
문제는 길 닦기도 쉽지 않는 것. 경주 남산은 천불천탑으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불상과 탑이 세워진 곳이다. 현재까지 발굴된 절터만 150여 개에 이른다. 길을 내다 또 다른 문화재를 훼손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더구나 남산 일대는 대부분이 사유지다. 현재 불상이 쓰러져 있는 땅도 사유지다. 경주연구소 이주헌 학예실장은 "일단 정부에서 땅부터 사줘야 제대로 보존작업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용 헬기를 이용해 불상을 일으켜 세우자는 말도 나왔다. 미군이 보유한 치누크 헬기 2대를 동원하면 불상을 들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헬기의 진동으로 불상이 훼손될 수 있다는 반론에 없던 일이 됐다.
경주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불상이 워낙 아슬아슬하게 암반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작업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만일 불상을 세우려다 앞으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얼굴이 다 갈려버릴 것"이라며 "이 경우 21세기 최악의 발굴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문화재청은 차선책으로 조각된 부분이 드러날 수 있도록 불상을 90°회전시켜 와불(臥佛) 형태로 일반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 실장은 "완전히 들어올리는 것에 비하면 옆으로 굴리는 것은 그나마 쉽다"며 "와불 형태로 회전시키는 작업은 올해 안으로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70t짜리 불상을 굴리는 작업도 간단하지는 않다. 1천300여 년 만에 노출된 불상이다 보니 풍화에 약할 수밖에 없다. 먼저 약품으로 훼손방지 작업을 한 뒤 우레탄으로 감싸 작업에 따른 파손을 방지해야 한다.
작업공간 확보, 지반 강화 작업을 마친 뒤 유압장비를 이용해 불상을 ㎝ 단위로 들어올려 기우뚱하게 쓰러진 불상을 수평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 불상 전면에 흙을 쌓아올려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 실장은 "결국은 특별한 장비 없이 인력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는 원래 자리에 세워야겠지만 일단 불상을 볼 수 있도록 굴려놓기라도 해야 할 것"이라며 "관광자원 개발은 아직 먼 이야기"라며 손사래를 쳤다.
(경주.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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