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장편소설|김시현 옮김|황금가지|각 권 8500원
- ▲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
-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발간 즉시 인터넷 서점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이 소설은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이 처음으로 쓴 사랑과 구원의 이야기라고 해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리시(Lisey)는 이 소설 주인공의 이름이다. 소설은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콧의 사망 2주기를 맞아 그의 아내인 리시가 집필실을 정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스티븐 킹은 이 소설에서도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몇 가지 구도를 다시 차용하고 있다. 남편의 유고를 노리는 광적인 독자가 나타나 리시를 협박하는 장면은 소설가와 그의 열렬한 팬이 등장하는 소설 ‘미저리’를 연상케 한다. 가족간의 학대라든가 처자식을 사냥하러 다니는 악마같은 아버지의 이미지 등은 그의 출세작인 ‘캐리’와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로도 성공했던 ‘샤이닝’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다.
-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치는 ‘부야문’이라는 환상의 공간이다. 협박에 시달리던 리시는 남편이 생전에 남겨둔 실마리를 찾아내 ‘부야문’으로 들어간다. 그곳은 세상에 실재하지 않는 공간이지만 생전의 스콧이나 지금의 리시가 무언가를 가져다 놓을 수도 있고, 거꾸로 물건을 가져 나올 수도 있는 기이한 장소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지대인 그곳에서 남편 스콧이 창작의 영감을 얻었다.
또한 그곳은 스콧의 가계에 전해 내려오는 광기가 폭발하거나 거꾸로 은폐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부야문에서 아내는 남편과 나눴던 사랑을 그리워하지만, 작가의 예술적 열정 뒤에 숨겨졌던 예인의 광기를 발견하고 몸서리친다. 리시는 남편이 아내와 자식을 죽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힐 때마다 부야문으로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킹은 장르 문학의 통속적 재미와 순수 문학의 예술적 경지를 함께 추구하며 두 세계의 경계를 허문 작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3년에는 미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평생공로상 부분을 받기도 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리시의 여행을 통해 작가는 문학에 대한 경의와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찬사를 동시에 바치고 있다.
부야문은 문학이 갖는 치유의 힘을 상징하는 장치인 동시에 작가를 미치광이로 만들 만큼 끔찍한 창작의 고통이 형상화된 공간이기도 하다.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몰입이 쉽지 않은 도입부를 잘 견뎌야 뒤에 숨겨둔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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