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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시민 손잡아라…‘한국의 사회운동과 NGO’

淸潭 2007. 7. 21. 09:08
기업-시민 손잡아라…‘한국의 사회운동과 NGO’

 

◇한국의 사회운동과 NGO/조대엽 지음/350쪽·1만9000원·아르케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이 획기적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는 이 책의 총론, 이젠 정말 ‘공자님 말씀’처럼 느껴진다. 노무현 정부 이후 한국의 시민운동을 놓고 너무 권력화·정치화됐다는 말, 풀뿌리 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폭포수처럼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힘은 그런 총론이 아니라 각론에서 나온다. 저자는 작심하고 1960년대 이후 한국 사회운동 연구사를 관통하며 한국 지식사회의 담론이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를 추적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운동 연구의 3대 흐름으로서 분석주의 실천주의 역사주의를 꼽는다. 한국 사회운동 연구의 여명이 시작된 1970년대 각각 임희섭 한완상 박영신으로 대표되는 이 같은 저류는 사회운동 연구가 본격화하는 1990년대 이후까지를 관통한다는 것이다. 분석주의가 학술적 분석에만 초점을 둔다면 실천주의는 연구와 현실 참여를 병행시키는 것이고 역사주의는 역사적 맥락에서 사회운동을 바라보는 것이다.

1980년 광주의 경험 이후 실천주의의 조류가 거세지면서 한국 사회운동은 ‘저항의 전략’을 자연스럽게 체화한다. 네오마르크시즘이 유행한 세계 조류와 동떨어지게 사회구성체론과 같은 정통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국가론이 주요 담론으로 등장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때 사회운동의 주체로서 계급적 관념이 가미된 민중이 등장한다. 산업화의 결과물로서 원자화되고 파편화된 대중을 적극적 사회운동의 주체로 끌어들이기 위한 개념이었다. 여기서 국가 대 민중의 대립구도가 형성된다.

1990년대 동구의 몰락과 서구 복지국가의 좌절로 인해 계급주의가 좌절되며 새로운 주체가 등장한다. 바로 시민이다. 국가 권력의 민주화와 함께 등장한 시민 개념이 가져온 ‘국가의 위축’과 ‘시장의 팽창’ 사이에서 사회의 해체를 막을 보루로 등장한다.

문제는 한국 시민운동의 체질화된 ‘저항의 전략’이 사회 해체를 가속화하는 대립과 균열을 낳는다는 역설에 있다. 따라서 한국 시민운동이 저항과 대립의 전략을 넘어 새로운 사회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획기적 소통의 전략을 통해 사회 통합을 주도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그 구체적 주문으로 시장 역할의 확대로 인해 새로운 공공성의 주체로 떠오른 기업과의 적극적 협치()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