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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단한 2층집이 '초가집'이라고?

淸潭 2007. 7. 18. 16:42

이 단단한 2층집이 '초가집'이라고?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볏짚으로 만든 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초가가 아니다. '스트로베일(Strawbale) 하우스'라 하는데, 육면체로 압축한 볏짚으로 만든 집을 말한다.

2005년 4월 강원도 영월 동강 제장마을에 이웅희·홍순천씨가 지은 '동강사랑'이란 집이 우리나라의 첫 스트로베일 하우스였다. 그 뒤 현재까지 전국에 20여채가 지어졌다.

경남 산청 신안면 갈전리에는 6채가 지어졌는데, 전국에서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가장 많이 들어선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단층이지만 이 마을에는 벌써 2채가 2층으로 되어 있다. 볏짚으로 2층 집까지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 볏짚으로 만든 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 갈전리에는 2층으로 된 2동을 포함해 6동이 스트로베일 하우스로 지어졌다.
ⓒ2007 오마이뉴스 윤성효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의 3동 건물도 모두 볏집으로 지어졌다.
ⓒ2007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 마을에 이런 형태의 집이 들어서기 시작한 때는 2006년부터. '민들레공동체(대표 김인수)'에 살며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에서 <생화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동근 교사를 중심으로 짓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2층으로 된 가정집 1동이 지어졌고 1동은 거의 다 지어졌으며, '민들레 학교' 건물 3동과 공동체 사무실 1동도 모두 이 형태의 집이다. 이 교사는 영국에서 '생태주택(환경건축)'과 재생에너지를 공부해 이 분야의 석사학위를 갖고 있다.

▲ 볏짚으로 짓는 2층 집이 거의 다 완성돼 가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윤성효
▲ 볏짚으로 짓는 집에 앞장서고 있는 이동근 민들레학교 교사.
ⓒ2007 오마이뉴스 윤성효
아토피도 숙취도 없애는 집

그는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전도사가 되었다. 그는 "집이 물에 잠기기 쉬운 곳에는 지으면 안 된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며 자랑했다. 이 집을 지으면 환경오염 물질이 들어가지 않기에 새집증후군도 없앤다고 그는 강조.

이 교사가 밝힌 이 집의 장점은 여러 가지. 음식냄새가 배지 않고, 아토피 증상을 씻어낼 수 있으며, 과음한 다음 날 아침에도 개운하게 잠을 깼다는 것. 또 계속해서 집을 지을 재료가 나오고, 벽돌·시멘트집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단열도 기존 단열재에 비해 두세 배 뛰어나다고. 그는 "건축비도 기존 건축에 비해 30% 정도 싸게 지을 수 있다"면서 "25년 사용했다고 할 경우 벽돌집과 비교해 보면 냉·난방비를 무려 7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방음도 뛰어나다. 미국의 공항 활주로 주변 건물이나 유럽의 고속도로 방음벽으로 볏짚으로 짓기도 한다는 것. 그는 "불이 나면 어떻게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볏짚이 압축되어 있어 흙을 바르지 않고 노출시켜 놓더라도 산소가 없어 불에 타지 않는다"고 설명.

자료에 의하면, 미국 소방안전테스트 결과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벽은 1012℃의 열로 2시간 넘도록 가열해도 전혀 불이 붙지 않았다고 한다. 화재의 취약성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또 그는 "짚이라 쥐나 벌레가 들어오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짚 사이에 철망을 넣기에 쥐가 들어올 수 없고, 황토로 마감할 때 석회를 사용하기에 벌레가 침투할 수 없어 방충 역할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콘크리트 집의 수명은 30년 안팎인데 이 집은 120년이다"며 "태풍이나 바람이 많이 불더라도 문제가 없고, 한번 시공하고 나면 볏짚을 교체해 주지 않아도 되며, 우리나라 기후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

▲ 볏짚으로 지어진 민들레학교의 일부다. 흙으로 된 지붕에 크로바가 자라면서 파란 색깔을 띠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윤성효
▲ 민들레학교 교실의 내부다. 벽의 한 부분에는 책꽂이를 설치해 놓았는데 황토흙을 바르지 않고 짚이 그대로 보이도록 해놓았다.
ⓒ2007 오마이뉴스 윤성효
"불에 타는 집? 벌레 오는 집? 에이, 아니죠"

단점을 물었더니 한 가지 언급했다. 집이 물에 잠기거나 벽이 물에 흠뻑 젖을 경우 볏짚이 썩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 그래서 홍수가 나거나 침수가 잦은 곳에는 지을 수 없는 집이다.

이동근 교사는 "한번 살아본 사람들은 또 이런 집을 짓고 싶어 한다"고 자랑했다. "집을 방문했던 사람 중에 호흡기가 좋지 않아 재채기를 계속했는데 집에 들어와 조금 있으니 멈춰버리는 것을 보고 정말 좋은 집이라고 여기기도 했다"며 "직장 은퇴 뒤에 살고 싶은 집으로 지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러면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어떻게 지을까. 볏짚은 특별하지 않고 흔히 우리 농촌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대개 벽돌이거나 시멘트집은 벽 두께가 20~30㎝ 정도인데 이 집은 45㎝ 이상이다. 그래서 집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

도시에도 이런 집을 지을 수 있는데, 벽이 두껍다보니 평수를 많이 차지하게 된다. 이 교사는 "집 내부 공간이 좁아지다 보니 서민들과 거리가 멀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것만 아니다"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문제가 안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의 생활습관이 평소 쓰지 않는 물건까지 다 비치해 두고 쓰기에 꼭 필요한 물건만 놓고 쓴다면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고 설명.

▲ 민들레학교의 볏짚으로 된 집과 풀이 난 지붕, 그리고 가운데 조성된 화단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윤성효
▲ '민들레공동체'의 사무실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도 볏짚으로 지어졌다.
ⓒ2007 오마이뉴스 윤성효
흙으로 덮어 잔디·크로바 심은 지붕

이런 집은 지붕도 독특하다. 재료가 흙이다. 여름철에 보면 지붕에 파란 풀이 나 있다. 대개 잔디나 크로바를 심는다. 일반 흙을 사용하는데 잡풀을 없애기 위해 구워서 사용하기도 한다.

장마 때는 흙이 씻겨 갈 수 있고 바람이 많이 불면 날아가버릴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나무를 바둑판처럼 격자로 짜서 중간에 넣어 고정시키기도 하는 등 방법이 있다.

현재까지 대개 이런 집은 단층 내지 2층 정도로 짓고 있는데, 이 교사는 빌딩도 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2층까지 지을 경우 기둥이 없이 볏짚으로만 벽을 만들어 짓는데, 빌딩을 지을 경우에는 기둥만 콘크리트로 한 뒤 기둥 사이에 볏짚을 채워 넣는다면 튼튼하게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집이라고 해서 기존 건축방식과 공사기간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건축법상 특별한 문제는 없다, 미국 텍사스주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과학적이고 납득할만한 자료 축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심지어 중국에서도 '볏짚으로 만든 집'에 대한 관심은 높다"면서 "이 집은 자연환경을 생각하면서 주택기능도 뛰어나다, 건강하고 생태적인 주거를 원하는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경남 산청군 신안면 갈전리에 있는 볏짚으로 지어진 집이 논과 산과 같은 색이다.
ⓒ2007 오마이뉴스 윤성효


/윤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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