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불교관련

이웃종교인이 만난 부처님 가르침

淸潭 2007. 5. 24. 08:56

 

[봉축특집] 이웃종교인이 만난 부처님 가르침

 

불교의 가르침은 불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역사상 2600여 년 전 이 땅에 나투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삶의 지향점과 자세를 가르쳐준 위대한 성인이다. 인종과 종교, 시대를 초월한 그 가르침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관을 함께 담고 있다. 불교학에 매료돼 불교를 공부한 이력의 신부와 목사를 만났다. 경기 광주 길벗교회 이찬수 목사를 지난 4일 서울 인사동에서, 서울 성콜롬반 외방선교회 소속 에이먼 아담스 신부를 지난 11일 수도원에서 각각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불교에 대해 들어봤다.

 

          “부처님 가르침에 세계관 변화”

 

 

경기도 광주 길벗교회 이찬수 목사 /

 

경기도 광주 길벗교회 이찬수 목사. 현재 이화여대에서 기독교 개론에 해당하는 ‘기독교와 세계’를 강의하는 이 목사는 대학원에서 불교학을 전공한 이력을 갖고 있다.

종교문화연구원을 설립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종교간 대화’ 강의를 열고, KCRP 내 세계종교평화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이 목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신적 안식처로 삼고 있는 목회자”다.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 목회자의 길을 준비하던 저의 세계관을 바꾸어 놓은 것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이처럼 뛰어난 성인이 계셨다는 것은 인류의 큰 축복입니다.”

개신교, 타종교 배척은 유일신 잘못 해석 탓

부처님께 절했다는 이유로 교수직 해고 당해

종교구분 않고 인류위해 산 聖人정신 배워야

이찬수 목사가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1년 대학 재학 때였다. 원래 전공은 화학이었다. 하지만 광주사태를 지켜보면서 삶과 죽음, 사회적 질서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됐고, 이는 신학공부로 이어졌다. 신학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다른 종교의 학문을 살펴보다가 불교경전을 접했다. 이 목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나의 세계관을 바꾸어 놨다. 모든 세계의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생명의 존엄함을 깨우치게 했다”고 말했다.

종교간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이 목사는 교회에서 ‘유일신’의 개념을 잘못 해석하고, 교세확장을 위해 예수님의 말씀을 호도하는 것이야 말로 그릇된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유일신은 ‘하나 뿐인 신’이 아니라 ‘전체’, 즉 모든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는 의미입니다. 도교에서는 ‘지극히 크다는 것은 경계가 없는 것이다’고 합니다. 즉, 무한정으로 큰 것은 끝이 없는 까닭에 경계점이 없습니다. 하나님도 그런 존재입니다. 어느 곳에나 있고, 모든 만물에 있습니다. 부처님이나 보살상을 우상숭배가 아닌 하나님의 다른 모습으로 봐야 합니다. 범재신론(凡在神論)의 입장에서 유일신을 해석할 때 개신교는 모든 종교와 소통할 수 있습니다.”

강남대 교수였던 이 목사는 부처님께 절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대학에서 해고됐다. 이 목사는 이를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모든 종교의 교리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합니다. 또 인류에게 행복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지한 고찰과 이해없이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이를 강요한다면 지성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누가 그 종교를 인정하겠습니까.”

이 목사는 제사문화의 상실을 개신교의 오류로 꼽는다. 각국의 문화적 풍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미국의 시각을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인 결과 미풍양속조차 잃어버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자마자 ‘귀신’이라며 관계를 끊는 것은 반인륜적입니다. 사도 바울이 아테네의 다신(多神)을 거부하려는 일부 개신교도의 주장에 대해 ‘모든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 즉, 이름 모를 신에도 곧 하나님이 함께 계시며, 다른 이름의 신에게 받쳐진 음식일지라도 이는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고 했어요. 제사를 통해 지역의 공동체성을 확인하며 음식을 나눠먹는 아테네 문화의 특수성을 인정한 것이지요. 종교인에게는 그런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찬수 목사는 종교인이 자주 모여 대화를 갖고,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예수님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란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생명을 사랑했습니다. 미물까지도 사랑했는데, 하물며 종교가 다르다고 해 이를 배척했겠습니까. 또한 예수님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나님이 자비로우시니 너 또한 자비로워라고 했습니다. 뛰어난 성인들은 종교를 구분하지 않고 전 인류를 위해 살았습니다. 우리도 그 정신을 배워야 합니다.”

종교인의 대화는 사회봉사로 이어지게 된다. 종교인이 함께 모여 캄보디아에 우물을 파준 일, 네팔에서의 봉사활동 등을 소개한 이찬수 목사는 한 신부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강남대 교수 임용에 탈락한 사건이 일간지에 보도되자 천주교 수원교구에 있는 한 신부가 경기 광주에 있는 이 목사의 집을 찾아왔단다. 그러고는 대뜸 100만원을 내놓으며, 자신이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에서 비교종교학 강의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것. 당장 생활이 곤란해질 것을 알고 마음의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베풀어주는 마음, 또 생면부지의 남을 위해 먼 걸음을 한 그 신부를 보면서 “종교인이 이웃과 함께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돌아보게 했단다.

이 목사는 “부처님께서 동남아시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어려움에 처한 중생을 구제했듯, 불자들도 실천행에 보다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불교문화유산은 한국의 축복”

 

 

성콜롬반 외방선교회 에이먼 아담스 신부 /

 북아일랜드 출신인 에이먼 아담스 신부가 한국이란 나라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88년 올림픽을 통해서였다. 그때까지 한국은 아시아에 있는 작은 나라였다. 신학을 공부한 그는 선교회의 주선으로 1993년 한국을 찾았다. 광주에서 빈민을 대상으로 한 사목활동을 하면서 찾은 대흥사며 송광사, 선암사 등 전통사찰은 ‘작은 한국’의 이미지를 털어냈다.

사찰에서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을 간직한 민족을 발견한 에이먼 신부는 1999년 영국으로 귀국해 런던대에서 비교종교학을 전공했다. ‘일제시대 한국불교의 혁신운동’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받고, 지난 3월 다시 한국을 찾은 에이먼 신부는 박영준 이란 한국 이름까지 받고 평생을 한국에서 살기로 결심했다. 그가 본 불교는 “역동성이 살아 있는 종교”였다.

 

한국명 ‘박영준’…대원사서 3개월 불교체험도

한국불교 역동성 ‘매력’ 자신감 부족 극복 과제

종교 화합 말로만 외치지 말고 ‘언행일치’해야

“북아일랜드에서 한국불교는 접하지 못했어요. 일본, 대만, 스리랑카 등의 불교는 조금 소개돼 있지만, 한국불교는 전혀 없어요. 다른 나라도 잠깐 가 봤는데, 한국불교가 지닌 힘이 없어요. 사회와 같이 호흡하면서 전통문화를 지켜내는 것이 한국불교입니다. 많은 불교학자들이 자신감 있게 유럽에서 한국불교를 소개해야 합니다.”

에이먼 신부는 한국불교의 가장 큰 단점으로 자신감의 부족을 꼽았다. 이 원인에 대해 조선시대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적하는 에이먼 신부는 “유럽인이 한국불교를 접한다면 누구나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불교가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유산은 한국의 가장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1993년, 광주에서 사목활동을 하면서 에이먼 신부는 ‘관광객’ 입장에서 해남 대흥사를 찾았다. 화려한 단청, 종무소를 찾아 자신을 소개하자 다른 종교의 성직자임에도 스스럼 없이 맞이하는 모습, 대웅전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신도들의 모습은 에이먼 신부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5000년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을 본 에이먼 신부는 3개월간 보성 대원사에 머물면서 불교를 체험하기도 했다.

성직자 신분으로 다른 종교시설에 머물고, 종교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에이먼 신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사람에서 시작되며, 사람을 위한 가르침을 전한다는 점에선 불교나 그리스도교나 마찬가지”라고 단언한다.

“신학에서는 소외당한 사람, 아픈 사람,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종교인이 앞장서 헌신할 것을 이야기해요. 예수님은 누구나 받아들이고, 또 평등하게 대하셨습니다. 그런데 다른 종교와 종교인을 배척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다른 종교인을 선교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종교인으로 봐야합니다.”

에이먼 신부는 성직자들간 교류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종교에 대해 오해를 하지않도록 서로의 종교를 공부하고 신도들에게 교육해야 하며, 종교간 대화가 활발해 질때 비로소 종교가 사회를 바르게 이끌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개신교만, 불교만, 가톨릭만 각자 나서서는 사회를 이끌지 못해요. 인간을 위해 종교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모든 종교는 같아요. 서로 의견을 모을 때 사회를 가장 바람직하게 이끌수 있죠. 그러려면 이웃 종교를 알고, 자주 소통해야 해요. 지금까지는 종교간 화합을 말로만 이어왔어요. 언행일치해야죠. 이제는 함께 행동을 해야 해요”

에이먼 신부는 한국종교, 특히 불교의 단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우선은 성직자 중심주의가 강하다는 것.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인데, 한국의 성직자는 너무 신자들과 벽을 쌓고 있어요. 한용운, 백용성 등 일제시대 스님들은 재가불자 운동을 하셨지요. 그런 열린 성직자들이 많아져야 해요” 또 한국 종교의 폐단이 지나치게 돈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꼽는 에이먼 신부는 “종교에서 지나친 돈은 좋은 계율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독과 같다”고 말했다. 또 다종교사회에서 성직자와 신도들이 다른 종교도 공부해야 화합할 수 있다는 에이먼 신부는 “한국불교의 풍부한 교리와 철학, 역사 등 경험을 사회에서 나누려는 노력”을 당부했다.

지옥중생을 위해 부처의 길을 대신, 보살의 길을 서원한 지장보살의 큰 원력을 가장 좋아한다는 에이먼 아담스 신부는 “모든 종교인이 다 함께 지장보살의 원력으로 살아가길 바란다”며 부처님오신날 인사를 건넸다.  

 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사진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불교신문 2330호/ 5월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