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불교관련

아기부처가 세상에 나타났다”

淸潭 2007. 5. 24. 08:37

 

“아기부처가 세상에 나타났다”

 

경전 속 아기부처 탄생

 

 

부드러운 바람과 갖가지 향기로운 꽃, 아름다운 비취색으로 빛나는 나무들이 가득한 룸비니 동산에서 아기부처님, 싯다르타는 태어나셨다. 아기부처님의 탄생은 수 많은 전생을 거치며 보살의 행을 닦은 위대한 수행자이자 마침내 위없는 깨달음을 얻고자 마지막 윤회로 인간의 몸을 받은 것이었기에 그 순간은 그 자체로 불교라는 새로운 종교의 출발점이다. 특히 아기부처님의 탄생에 관한 기록은 시대와 장소를 거치며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깨달음의 길이 시작되는 위대한 순간에 대한 뭇 중생의 기쁨과 바람이 덧붙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칠불’의 탄생 법칙 싯다르타로 집대성
연꽃-천지인 등 묘사는 후대에 등장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에 관한 가장 최초의 기록은 팔리어 초기경전인『숫타니파타』에서 찾을 수 있다.

“…비할 데 없이 묘한 보배인 저 보살은 세상 사람들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인간세계에, 샤키야족 마을 룸비니 동산에 내어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만족해하고 기쁨에 넘쳐 있는 것입니다. 모든 뭇 삶 가운데 가장 위없는 님, 가장 높으신 님, 인간 가운데 우두머리, 모든 생류 가운데 위없는 님께서 뭇 짐승들의 왕인 용맹스런 사자가 포효 하듯, ‘선인’이라 불리는 숲에서 수레바퀴를 굴릴 것입니다.…”

천인(天人)들이 아기부처님의 탄생을 전하고 있는 『숫타니파타』에서는 아기부처님의 탄생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는 않고 있다. 대신 이 땅에 태어나신 아기부처님이 어떤 분이며 이 왜 이 땅에 오셨고, 앞으로 뭇 중생들에게 어떤 이익을 줄지에 관해 설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부처님이 샤키야족(석가족)이며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셨다는 부분만큼은 이 경전에서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팔리어 경전 가운데서도 장부아함에 속하는 『디가 니까야』에서는 다른 관점에서 탄생을 기록하고 있다. 『디가 니까야』의 「마하바다나 숫타」에서는 부처님께서 자신을 포함한 과거 칠불(七佛)의 탄생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는 모든 부처의 출연이 결코 우연이 아니며 일찍이 정해진 법칙에 따른 것이므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 역시 이러한 법칙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살은 태어나면 두 발로 가지런히 땅에 서서 북쪽을 향해 일곱 발자국을 걸어간다. 하얀 일산이 펴질 때 모든 방향을 굽어 살펴보고 ‘나는 세상에서 최상이고, 나는 세상에서 제일 어른이요, 나는 세상에서 으뜸이다. 이것이 마지막 생이다. 더 이상 다시 태어남은 없다.’라고 대장부다운 말을 한다.…일만 세계가 진동하고 흔들리고 전율한다. 측량할 수 없이 광휘로운 빛이 세상에 나타나는데 그것은 신들의 광채를 능가한다.…”

『디가 니까야』에서 설해지고 있는 이 같은 부처님들의 탄생 법칙은 91겁 이전에 세상에 탄생하셨던 위빠시 부처님을 중심으로 설해지고 있지만 이 기록은 후대로 갈수록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과 일생으로 고스란히 계승되어진다. 또 우리에게 익히 익숙한 부처님의 탄생게, 즉 한역 경전에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표현되는 부처님의 일성 역시 모든 부처님의 탄생게임을 경전은 전하고 있다.

이러한 부처의 탄생 법칙은 『맛찌마 니까야』와 이를 한역한 『중아함경』에서 마침내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 순간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그 기록은 후대로 가면서 점차로 더 세밀한 묘사를 보이게 되는데 남방의 경전 중에는 고대 스리랑카의 기록인 『니다나가타』에서 상세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사진설명>아기부처의 탄생을 표현하고 있는 3세기 간다라의 부조. 워싱턴 프리어갤러리 소장.

 

“…그를 황금그물로 받아 서 있던 범천들의 손에서 4대 왕천이 가장 좋은 매끄러운 영양의 가죽으로 받아들었다. 다시 그들의 손에서 보살을 사람들이 누런 베보자기로 받아들었다. …그로부터 일곱 걸음 째에 멈춰 서서 ‘나는 세계의 으뜸가는 자이다’로 시작하는 황소와 같은 외침으로 사자후하셨던 것이다.…”

북방으로 전해져 형성된 한역 경전에서도 아기부처님의 탄생은 더욱 세밀하게 묘사되어졌다. 특히 석가모니부처님 일생에 관한 기록의 집대성으로 손꼽히는 『불본행집경』에 이르면 오늘날 우리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아기부처님의 탄생 순간이 확인된다.

“…보살이 탄생하자 사람의 부축이 없이 곧 사방으로 거닐며 각 방면으로 칠보를 걸었고 걸음마다 발을 들면 큰 연꽃이 솟아났다. 칠보씩 걷고 나서 사방을 둘러보고 눈을 깜짝이지도 않으며 입에서 절로 말이 나왔다. 먼저 동쪽을 바라보며 갓난아기의 말답지 않게 스스로 글귀에 맞게 바른 말로 게송을 읊으셨다. ‘이 세간 가운데 내가 가장 높구나. 나는 오늘부터 목숨 받는 일이 끝났네.’ 이것은 보살의 희한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이며 다른 방위를 바라보고도 다 그러하느니라.…”

이와 함께 『수행본기경』에서는 “갓 태어난 태자는 일곱 걸음을 걸으며 한 손으로는 하늘을, 또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하늘 위와 하늘 아래서 오직 나만이 높도다. 세계가 모두 괴로움이므로, 내가 장차 편안하게 하리라’고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아기부처님의 탄생상과 탄생게가 완성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902호 [2007-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