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서 온 문자메시지
- 詩 서안나 님 -
喪家 가는 길
종로 3가를 거치고 강남을 거치고
이 도시 끝으로 조문 가는 길
죽음 가까이에 가는 길은 형식이 필요하다
지하철을 두어 번 갈아타고 노선을 잘 익혀야 하고
죽음 반대편으로 들어서지 않게 정신을 차려야 한다
문득
망자가 누워있을 영안실의 냉동창고나 관속도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싣고
지하철처럼 밤마다 세상을 떠돌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다
사방이 고요해지면 관속에서 굳은 관절을 풀며
아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안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낼지도 모른다
심심해서 그래 심심해서 그래
전화 한 번 해봤지 허허 웃으며
무덤 속까지 연결된 인터넷으로
동영상 편지를 보내올 지도 모른다
자신의 죽음을 이해할 때까지
죽음이란 단어를 클릭 하면서
보다 확실한 죽음을 검색할지도 모른다
지층처럼 땅에 스며들면서 뼈를 비우면서
아는 이들을 하나씩 떠올릴지도 모른다
죽은 자들이 있어 산 자들의 생은 더 활기차다
산 자들의 활기찬 생이 있어서
죽은 자들의 눈빛은 더 숭고해진다
지하철에서 지상으로 나가는 길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들린다
문득 ,
돌아보니 지하철이 영혼처럼 쏜살같이 스쳐간다
익숙한 미소를 띄며 휙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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