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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이야기 (펌)

淸潭 2007. 3. 27. 12:14
    첫사랑 이야기

        난 수줍음으로 잘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면서도 상대에게 오해를 만드는 것은 좋아한다는 표현을 못하는 어색함이였습니다. 하지만, 그 어색함도 어느새 뛰어넘는 것은 형체도 없이 다가온 사랑이였습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좋아했고 손도 좋아했고, 목소리도 좋아했지만 내가 순수했던 만큼 그녀의 순수한 영혼을 가장 먼저 좋아하면서 나를 기억해주는 그녀의 영혼을 제일 좋아했습니다. 서로 이야길 하면서 느끼는 것들은 그녀의 영혼에서 나오는 목소리요. 그녀의 영혼을 표현하는 얼굴이요. 그녀의 영혼을 다듬고, 만들고, 지적하는 손길입니다. 그러니, 안좋아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자연적으로 좋아지면 어쩔 수가 없는 것이지요. 순간 스치는 느낌을 표현할 길이 없으나 아름다운 초원위를 같이 날아가는 아주 강력한 힘이였습니다. 그 힘은 모든 것을 초월하면서 우주를 통채로 다 들어냈습니다. 순수함은 결코, 영혼을 좋아하면서 모든 것을 좋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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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첫사랑은 고 2때 다가왔다. 시골에 태어나서 살았더니 우리 집에서는 나를 대학에 보낼려고 시내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를 시내에 하숙을 시키는 것은 요즘으로 비교하면 유학을 보내는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그 하숙집에 1년 후배인 제이가 있었다. 아침마다 수돗가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었는데 멈칫멈칫 수돗가로 가질 못하고 치약먹은 입으로 우물거리며 비켜 서있다가 그 녀가 힐긋 보면서 지나치고 나서야 나는 볼이 터질 것같은 양치물을 뱉고 억눌렸던 깊은 숨을 몰아 쉬어야만 했다. 그 해 초여름... 하숙집에는 나 말고도 다른 친구가 나보다 더 시골인 D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명랑했던 그 친구의 제의로 어느 날 그 친구의 집으로 제이와 함께 놀러가게 되었다. W시에서 기차로 Y읍까지 가서는 Y읍에 내려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아주 시골인 D로 겁도 없이 간 것이다. 난생처음 기차를 타보기도 했었던 참으로 꿈길같은 외출이였다. 자리가 없어서 기차난간에 매달려 스치는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기차를 타고 갔었는데.. 그 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며 눈을 제대로 못뜨고 있던 모습은 지금도 털그덕거리며 흩날리고 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집에 도착해서 그 때에 보고 들은 시냇가의 맑은 물소리.. 버들강아지..물잠자리..송사리떼..옥수수밭... 끝없는 오솔길..잣나무숲...뭉게구름... 그리고 그 녀의 청량한 목소리와... 명랑한 몸짓들은 동화된 자연이였다. 그 때의 영상들이 아직도 고스란히 투명하고 맑은 물에 젖어있다. 지금 생각해봐도 어찌하지 못하는 새삼스러운 신비로움이 감돈다. 그 날이 있은 이후로 내가 나도 모르게 열병처럼 그 녀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행동은 오히려 좋아하는 만큼 제약을 받아.. 이제는 아침마다 수돗가에도 가질 못하고 지각을 할까 쩔쩔매며 먼 발치서 뒷모습만 바라보게 되었다.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내리 쭉 미술부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각종 대회에서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두었는지 그 흔한 입상 한 번 못해봤다. 어려서부터 이상하리만치 독일군이 나오는 전쟁만화를 무척 좋아하면서 만화 그리기를 즐겨했었을 뿐 전문적인 미술적 소양은 없었는데 나의 이런 그림그리기 실력이 그 녀와 급격히 친해지게된 계기가 되었다. 그 녀의 여동생이 초등학교 5학년인가 있었는데 내 방에 가끔 놀러 와서는 여러 가지 물어보면 가르쳐주고 그림도 그려주게 되었었는데 내가 그려준 그림을 자기 언니인 그녀에게 자랑을 했었는지 하루는 그녀가 느닷없이 내게 여름방학 과제물인 반공포스터 그림을 부탁했다. 내가 워낙 내성적이라 세월이 그렇게 흘러도 말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그 녀가 좀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면서 그 그림부탁건으로 인해서 겨우 하루도 안빠지고 서로 아는 체를 하면서 지내게 되었고 잘 그려주면 한 턱 내겠다는 말에 그 여름방학 중간에 일주일 정도를 좁은 방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혼심을 다해 그 녀가 부탁한 포스터를 완성했다. 내가 그린 그림은 입상 한 번 못해보고 그려준 그 그림이 그 녀의 학교에서 입선을 했다. 입선작품들을 시청 담벼락에 전시했으니 같이 보러 가자고도 해서 그 녀의 이름으로 걸린 내그림을 같이 가서 감상하게 되었고 물론, 그 녀는 그림을 못그리니 그 녀의 학교에서는 모 남학생이 그려준 그림일 것이라고... 그러면, 그 남학생이 도대체 누구냐고... 소문이 나고 있다고 했다. 그 녀가 그 보답으로 주말에 무슨 미성년자관람불가 영화를 구경시켜주었는데 영화를 보는 도중 누가 먼저 잡았는지 손을 잡았었으나 어떻게 잡았는지도 모르게 얼마를 잡고 있다가 손에 땀이나고 어색해 장면이 바뀔 때 얼른 놓았었다. 그 영화제목과 내용은 기억이 안나고... 그 녀와 앉았던 좌석의 어두운 실내분위기만 기억이 난다. 극장을 나왔을 때 날은 벌써 어둑했고 집으로 오는 도중 좁은 골목길에서 우리는 다시 손을 잡고 걸어 왔었는데 좁은 골목길에서 집근처의 큰 길가로 나오면 잡은 손을 놓고 나왔어야 했는데 손을 놔야 한다고는 생각하면서도 붙어 버렸는지 이상하게도 그 훤한 큰 길까지 손을 잡은 채 밀려나와 버리고 말았다. 집앞에서 놀다가 이 장면을 본 그녀의 여동생이 놀란 토끼눈을 하고는 얼른 집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이 버쩍 들어 잡았던 손을 놓고는 그 녀보고 먼저 들어가라고 하고는 나는 쓸 데 없이 시내를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들어갔었는데 집안은 아직도 그 시간까지 심각해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나는 그 녀의 아버지에게 한참이나 꾸지람을 들어야만 했고, 그 주말에 나는 이삿짐을 싸서 집으로 철수를 해야만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결국 자전거로 통학을 하게 되었고 되지도 않는 공부를 한다고 그 녀를 잊으려고 노력했지만 실은 전화도 없었던 시절이라 그냥 그 녀와 단절이 되였다. 몇 년이 흐른 후 우연히 그 녀의 집근처를 지나면서 그 녀의 불켜진 창문을 보며 기웃거린 적도 있었고... 무심한 세월속에 또, 우연히 시내에서 두 세번 본 적이 있었지만... 그 세월속에 서로가 다시 많이 어색해 있었고 다시, 그림을 그려줄 일이 없었으므로 점점 별다른 말을 하질 못하고, 그 녀의 손을 잡았던 내 손이 맥없이 놓아지면서... 그 것이 결국 마지막이였고... 나중에 누구에게 시집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란... 간절한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알았다. 잘 살겠지 뭐...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