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절을찾아

총무원 스님들 수덕사에 모인 까닭은?

淸潭 2006. 12. 11. 11:02
 

총무원 스님들 수덕사에 모인 까닭은?

<한겨레 2004/7/29 목 문화15>

 

△ 법장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자매결연을 맺은

최예슬 자매 등을

수덕사로 초대해 함께

차를 마시며

다도를 익히고 있다.

 

지난 7월23일 충남 예산 수덕사에는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 부실장 스님 등 집행부가 모두 모였다.

통합종단 출범 이래 처음으로 ‘총무원의 별’들이 한 사찰에 모인 셈이다.

종단내 중요한 행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흔한 나들이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이 나들이는 특별했다.

지난 6월 총무원 간부 스님들이 할아버지 혹은 부모로 인연을 맺은 아이들과,

그 인연을 더욱 깊게하는 여행을 함께 떠나온 것이었다.

 

총무원장 스님을 포함해 각 부실장 스님 그리고 일부 국장 스님 등 20명은

지난 6월 종로구청을 통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20명의 아이들과 결연을 맺었다.

일정기간 금품이나 지원하며 생색이나 내는 행사용 결연이 아니었다.

대부분 편모 슬하인 이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로서 그

들의 빈자리를 채워주기로 서원한 결연이었다.

스님들은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설 때까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쓰러지지 않도록 부촉해주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원을 세운 것이었다.

스무명 가운데 11명의 아이들과 그 가족 등 30명이 참석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상처받은 아이들이 조금은 마음의 문을 열고

선의와 호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준비를 하는데는 충분했다.

대부분 내상이 깊은 아이들이었고, 더 이상 상처를 받지않기 위해

마음의 문을 꼭꼭 닫아두고 사는 아이들이었다.

처음 자신을 소개할 때 ‘안녕하세요, 이 아무개입니다’라는 말 이상을

한 아이들이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천수만을 찾아오는 철새 탐조로 유명해진

도비산 부석사를 거쳐, 모래갯벌로 이름 높은 안면도 밧개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갔다.

준일(3)이를 데리고 다니며 게를 잡아주고,

수줍움 많은 지현이를 물 속에 던져넣기도 했다.

아찔한 바나나보트를 타고나서는 형제처럼 친해졌다.

 

저녁엔 할아버지 아버지 스님들과 불교체험을 했다.

해지는 서해 바다로 퍼져나가는 법고와 목어 운판 그리고 범종 등

불교 사물의 웅혼한 울림 속에 몸을 맡기고,

큰 스님들과 저녁예불을 올렸다.

너른 강당에서 삼삼오오 찻상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속엣얘기를 나눴다.

지원(초등 6년)이는 사회부장 지원 스님에게 소설가의 꿈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지어 인터넷에 올린 팬터지 소설들을 소개했다.

학교 특별활동 때 보컬로 활동하는 민수(고2)는 뮤지션의 꿈을

총무부장 무관스님에게 털어놓았다.

민규(초5)는 스님들은 왜 모두 머리를 빡빡 깍느냐고 물었고,

스님은 마음의 번뇌를 깨끗이 잘라 없애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스님은 대답했다.

예슬(초5)이는 물놀이 하다가 오빠가 물에 빠트리는 바람에

안경을 잃어버렸다고 총무원장스님에게 하소연했다.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우리 스님들과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준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불자이건 아니건 우리는 모두 한 생명입니다.

우리는 세상이라는 큰 꽃을 이루는 한 몸입니다.

여러분이 아름답고 건강해야 세상도 아름다고 건강해진다는 것을

꼭 마음에 새겨두세요”라고 말했다.

스님들은 불교도가 아닌 아이들의 종교적 충격을 고려해

숙소를 덕산 온천장에 마련했다.

아이들은 이튿날 해미읍성을 거쳐 서산마애삼존불상을 관람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스님과 아이들은 언제나 미소짓는 삼존불을 닮아가고 있었다.

곽병찬 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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