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잡는 노래〔捕蛇歌〕 / 이만도(李晩燾)
향산집 별집 제1권 / 시(詩)
내 덕산에서 백동으로 돌아와 살았는데 / 我自德山返柏栖
참새 떼가 빈 뜰에서 어지러이 울어 대어 / 群雀空庭亂相啼
살펴보니 이무기가 땔나무에 서렸는데 / 起視妖蟒蟠薪葉
크기가 기둥만 하고 색깔은 흐린 먹색이라 / 其大如椽色微黧
지팡이 찾아 치려고 잠시 눈 돌린 사이에 / 索杖欲擊轉眄頃
섬돌 사이로 들어가 가시풀에 숨었네 / 逸入石戺掩蒺藜
평소에도 두려워 편안히 거하지 못하거늘 / 尋常疑恐不安居
더구나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많음에랴 / 況多徒跣行小兒
섬돌 부수고 구멍 없애는 인력을 꺼려서 / 毁戺滅穴嫌人力
우선 풀을 깎아 밭두둑에 두었네 / 姑先薙草置荏畦
혀를 날름거리며 돌 틈에서 잠시 나와 보기에 / 冉舌石隙乍出視
삽을 들어 한번 치다가 단서를 잃었네 / 擧鍤一衝迷端倪
하루는 아이들이 와서 꽃을 꺾다가 / 一日諸兒來折花
구멍 나와 돌계단을 지난다고 갑자기 고하네 / 忽報出穴過石梯
아궁이 앞에서 한 사내애가 부지깽이 잡고서 / 竈前一男握火丫
용감히 뛰어나가 굼벵이처럼 가벼이 보고서 / 勇躍輕視如螬蠐
한 번 치니 다섯 걸음에 머리를 들고 달아나고 / 一棒五步擡頭走
두 번 치니 세 걸음에 꼬리가 나직이 처졌네 / 再棒三步委尾低
둥글게 꿰어서 뜰에 들어와 죄악을 성토하기를 / 環貫入庭聲罪惡
“네 어찌 구멍을 뚫어 우리 집을 침범했느냐 / 爾何穿穴侵我閣
배 속 가득 사람을 해칠 마음이 없었다면 / 滿腹若無害人心
우리들이 어찌 반드시 너를 야박하게 대하랴” / 吾人豈必待汝薄
이어서 뜨거운 불에 던져 넣으니 기름이 흐르고 / 因投烈炎流脂膏
남은 뼈는 찔릴까 두려워 깊이 묻어 버렸네 / 餘骨畏剌深埋却
아아, 깊은 산중에 있는 큰 늪에서 / 嗟嗟大澤深山裏
횡행하는 이가 모두 너네 종내기라 / 橫行皆是汝種落
백익을 삼대에서 얻지 못할진대 / 不得伯益三代上
원컨대 공도보라도 저승에서 살아 나와 / 願得道輔九原作
우리를 이 땅에서 편히 살 수 있게 해 주길 / 使我大地奠安樂
[주-D001] 백익(伯益) :
순(舜) 임금의 신하로 우(禹)를 도와 치수(治水)에 공을 세운 인물이다. 《書經 舜典》 순 임금이 백익에게 불을 관장하게 하자 백익이 산과 못에 불을 놓았더니 새와 짐승들이 달아나 숨었다고 한다. 《孟子 滕文公上》
[주-D002] 공도보(孔道輔) :
985~1039. 송(宋)나라 때 직언으로 유명한 신하이다. 영주(寧州)의 천경관(天慶觀)에 요사스러운 뱀이 매우 괴이하니, 그곳 자사(刺史)는 하루에도 두 번씩 찾아가 뵈었고 온 주민들은 그것을 용(龍)이라 하여 모두 문 앞에 가서 엄숙히 치성(致誠)을 드렸다. 그런데 공도보가 영주 자사의 막료(幕僚)로 있으면서 그 요사스러운 뱀을 홀(笏)로 쳐 죽여 주민들의 미신을 확연히 타파한 고사가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