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뱀 잡는 노래〔捕蛇歌〕 / 이만도(李晩燾)

淸潭 2025. 6. 3. 19:37

뱀 잡는 노래〔捕蛇歌〕 / 이만도(李晩燾)

향산집 별집 제1 / ()

 

내 덕산에서 백동으로 돌아와 살았는데 / 我自德山返柏栖

참새 떼가 빈 뜰에서 어지러이 울어 대어 / 群雀空庭亂相啼

살펴보니 이무기가 땔나무에 서렸는데 / 起視妖蟒蟠薪葉

크기가 기둥만 하고 색깔은 흐린 먹색이라 / 其大如椽色微

지팡이 찾아 치려고 잠시 눈 돌린 사이에 / 索杖欲擊轉眄頃

섬돌 사이로 들어가 가시풀에 숨었네 / 逸入石掩蒺藜

평소에도 두려워 편안히 거하지 못하거늘 / 尋常疑恐不安居

더구나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많음에랴 / 況多徒跣行小兒

섬돌 부수고 구멍 없애는 인력을 꺼려서 / 滅穴嫌人力

우선 풀을 깎아 밭두둑에 두었네 / 姑先薙草置荏畦

혀를 날름거리며 돌 틈에서 잠시 나와 보기에 / 冉舌石隙乍出視

삽을 들어 한번 치다가 단서를 잃었네 / 擧鍤一衝迷端倪

하루는 아이들이 와서 꽃을 꺾다가 / 一日諸兒來折花

구멍 나와 돌계단을 지난다고 갑자기 고하네 / 忽報出穴過石梯

아궁이 앞에서 한 사내애가 부지깽이 잡고서 / 竈前一男握火丫

용감히 뛰어나가 굼벵이처럼 가벼이 보고서 / 勇躍輕視如螬蠐

한 번 치니 다섯 걸음에 머리를 들고 달아나고 / 一棒五步擡頭走

두 번 치니 세 걸음에 꼬리가 나직이 처졌네 / 再棒三步委尾低

둥글게 꿰어서 뜰에 들어와 죄악을 성토하기를 / 環貫入庭聲罪惡

“네 어찌 구멍을 뚫어 우리 집을 침범했느냐 / 爾何穿穴侵我閣

배 속 가득 사람을 해칠 마음이 없었다면 / 滿腹若無害人心

우리들이 어찌 반드시 너를 야박하게 대하랴” / 吾人豈必待汝薄

이어서 뜨거운 불에 던져 넣으니 기름이 흐르고 / 因投烈炎流脂膏

남은 뼈는 찔릴까 두려워 깊이 묻어 버렸네 / 餘骨畏剌深埋却

아아, 깊은 산중에 있는 큰 늪에서 / 嗟嗟大澤深山裏

횡행하는 이가 모두 너네 종내기라 / 橫行皆是汝種落

백익을 삼대에서 얻지 못할진대 / 不得伯益三代上

원컨대 공도보라도 저승에서 살아 나와 / 願得道輔九原作

우리를 이 땅에서 편히 살 수 있게 해 주길 / 使我大地奠安樂

 

[-D001] 백익(伯益) :

() 임금의 신하로 우()를 도와 치수(治水)에 공을 세운 인물이다. 《書經 舜典》 순 임금이 백익에게 불을 관장하게 하자 백익이 산과 못에 불을 놓았더니 새와 짐승들이 달아나 숨었다고 한다. 《孟子 滕文公上》

[-D002] 공도보(孔道輔) :

985~1039. ()나라 때 직언으로 유명한 신하이다. 영주(寧州)의 천경관(天慶觀)에 요사스러운 뱀이 매우 괴이하니, 그곳 자사(刺史)는 하루에도 두 번씩 찾아가 뵈었고 온 주민들은 그것을 용()이라 하여 모두 문 앞에 가서 엄숙히 치성(致誠)을 드렸다. 그런데 공도보가 영주 자사의 막료(幕僚)로 있으면서 그 요사스러운 뱀을 홀()로 쳐 죽여 주민들의 미신을 확연히 타파한 고사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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