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의존도 미국 25%, 캐나다·멕시코 70%, 중국 37% 감세로 주는 재정 수입 보충, 달러 강세로 물가 상승 완화 투자·소비 불확실성 확대…미 성장률 1%대로 줄 가능성
[AP/뉴시스]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시진핑 중국 주석,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트럼프가 일으킨 무역전쟁의 당사자들이다. 2025.3.5.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상대로 시작한 무역 전쟁이 경제적 혼란을 일으킨 것과 관련 미국의 기업, 투자자, 경제학자들이 물가를 올리고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그러나 트럼프의 의도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것이라며 무역 의존도가 낮은 미국이 받는 타격이 무역 전쟁 상대국보다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관세 부과가 마약과 이민자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한 나라들에 대한 처벌이며,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한 방법이자, 미국을 악용해온 국가들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4일에도 캐나다가 미국 은행들의 진출을 막고 있다는 이유를 추가했다.
이에 대해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의 실제 의도가 캐나다 경제를 무너트린 뒤 미국과 합병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추측한 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결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 경제에 타격을 줄 수는 있겠지만, 미국 가정들도 곧 알게 될 것이다. 양국 모두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세로 미 경제 모든 어려움 해결"
트럼프는 미국이 국제 무역에서 차지하는 막강한 비중을 활용해 미국이 직면한 모든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이 무역전쟁으로 미국인들의 가계 부담이 커지고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한다.
미 소매업지도자협회 마이클 핸슨 선임 부회장은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가 비용을 낮추고 경제를 성장시키길 바란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이를 크게 위협하며 북미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단체들이 4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일부 단체들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한 미 정부를 상대로 소송 제기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은 무역전쟁이 미칠 수익 악화를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타겟은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일부 제품 가격을 이번 주 안에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코리 배리 베스트바이 CEO는 “가격 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보험회사 네이션와이드의 캐시 보스잔식 수석 경제학자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보다 1%포인트 낮아져 올해 경제 성장률이 1%에 그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2.5%였다.
그는 또 미국 가정이 연평균 1,000 달러(약 146만 원)을 추가 지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관세로 혜택을 보는 자동차 노동조합(UAW)은 “자유무역 재앙이 노동계급을 황폐화시키는 상황에서 강력히 대응하는 대통령을 보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마약과 전쟁" 내세워 반발 무마 시도
한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대해 무역전쟁이 아닌 “마약과의 전쟁”이라며 캐나다와 멕시코가 펜타닐 유입을 막을 수 있음을 증명한다면 관세를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그는 약물 복용 사망자 감소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난해 9월~12월 크게 줄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쉐인바움 대통령도 미 정부가 거짓 명분을 내세워 관세를 부과한다고 비난했다.
쉐인바움은 멕시코가 최근 마약 밀매 단속에서 거둔 성공 사례 목록을 제시하며 트럼프가 내세운 "펜타닐 논리"를 일축했다.
트뤼도는 트럼프의 주장이 "완전히 터무니없고, 전혀 정당성이 없으며,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무역전쟁을 시작한 트럼프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국내 제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또 관세 수입을 늘려 세금 감면으로 인한 세입 감소를 상쇄하고 국가 부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관세의 경제적 영향은 전 세계 무역이 증가한 비용을 반영하여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소비자들이 어떻게 적응하는지에 달려 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들은 멕시코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2%포인트 내린 13%로, 캐나다제품은 1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존 C.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관세의 영향으로 기업투자가 지속될지 소비자들의 지출이 유지될 지가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자원이 풍부한 큰 나라여서 무역 의존도가 25% 정도로 낮지만 멕시코와 캐나다는 약 70%, 중국은 37%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는 수출의 80% 가량을 미국으로 한다. 이에 따라 무역전쟁으로 미국보다는 상대국들이 받을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또 관세가 세계 기축 통화인 미 달러를 강세로 만들어 수입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무역 전쟁을 시작한 트럼프를 일제히 강력 비판하고 있으며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우려를 보인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관세가 일시적인 조치가 되길 바란다. 큰 혼란을 초래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