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전집 제1권 / 시(詩)
대한(大寒)
목 움츠리고 병 앓느라 늦도록 자리에 누웠으니 / 頸縮涔涔廢夙興
천시가 이 사실을 아는 양 대한이 찾아왔어라 / 天時知道大寒仍
역수(曆數)에 밝은 사람은 미리 헤아려 알았겠지만 / 推求巧曆應先卜
신음하는 백성들은 부질없이 대한을 싫어하누나 / 殿屎愚氓浪見憎
창호에 밝은 빛 생기니 그래도 햇살 사랑스럽고 / 戶牖明生猶愛日
벼루와 붓에 냉기 스미어 꽁꽁 얼음이 얼었어라 / 硏毫冷透亦堅冰
아침에 우스개로 장난삼아 말하노니 / 朝來戲語資歡笑
깊은 못 가에 안 가도 전전긍긍하노라 / 不是臨淵也戰兢
[주-D001] 목……누웠으니 :
두보(杜甫)의 〈풍질주중복침서회삼십육운봉정호남친우(風疾舟中伏枕書懷三十六韻奉呈湖南親友)〉에 “구르는 쑥 같아 근심이 심하고, 약을 먹으며 병으로 신음하노라.〔轉蓬憂悄悄 行藥病涔涔〕” 하였다.
[주-D002] 신음하는 백성 :
《시경》〈대아(大雅) 판(板)〉에 “백성들이 바야흐로 신음하고 있거늘 우리를 아무도 헤아려주는 이 없다.〔民之方屎 則莫我敢葵〕” 하였다.
[주-D003] 깊은……전전긍긍하노라 :
《시경》〈소아(小雅) 소민(小旻)〉에 “매우 두려워하고 조심하여 깊은 못 가에 선 듯, 얇은 얼음을 밟는 듯이 한다.〔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冰〕” 한 말을 응용하였다. 즉 날씨가 너무 추워서 깊은 못 가에 가지 않았는데도 전전긍긍하듯이 온몸이 떨린다고 농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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