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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투사 이남규전〔李南珪〕

淸潭 2023. 4. 22. 11:29

이남규전〔李南珪〕

 

공의 이름은 남규(南珪, 1855~1907)이다. 예산(禮山)에 살았고, 관직은 참판에 이르렀다. 성품은 강직하고 문장에 능하였다. 1894년 일본 공사 오토리 게이스케(大鳥圭介)가 군대를 이끌고 도성으로 들어오자, 공이 상소를 올려 아무 이유 없이 군사를 출동시켜 국교(國交)를 유린한 죄를 극력 말하였다. 이 때문에 일본이 공에게 원망을 품었고 공 또한 서울에 있으려는 뜻이 없어 예산에서 강학(講學)을 하니 많은 유림(儒林)이 공을 추앙하며 존중하였다. 1907년 가을에 일본이 의병과 대거 전투를 벌이면서 지방 산림(山林) 가운데 조금이라도 대중의 신망이 있는 사람은 모두 의병에 연좌하여 죽였다. 일본군이 공의 집에 와서 거짓으로 협박하여 포박하고는네가 의병과 한통속이니 마땅히 죽여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공주(公州)의 감옥에 가두고서 또 힐난하기를 네가 의병과 함께 죽으려는 것이냐?”라고 하였다. 공이 고개를 뒤로 젖혀 크게 웃고는 손으로 가슴을 가리키며 말하기를백만의 의로운 선비가 여기에 있지만 꺼내 놓을 수 없는 것이 한스럽다.”라고 하였다. 적들이 공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석방하여 돌려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적병이 그의 집에 갑자기 들이닥쳐 작은 가마에 타도록 다그쳤다. 공이 거부하며오늘 밤은 부모님의 기일이니 하루 늦추어라.”라고 하였지만, 적병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내달려 온양군(溫陽郡) 평촌(平村)의 빈 들판에 이르러 갑자기 가마 밖으로 끌어내고는 칼을 뽑고서 노려보았다. 공이 큰소리로 꾸짖어 말하기를개돼지 같은 놈들아, 얼른 나를 베어라.”라고 하였다. 적병이 바로 목을 베었는데, 공은 끊임없이 적을 꾸짖다가 죽었다. 공의 아들이 목 놓아 울면서 아버지를 위해 칼날을 막아서자 적병은 이어 바로 그를 베어 죽였고, 가마를 메고 왔던 이가 돌을 들어 던지자 적병은 피 묻은 칼로 그도 베어 죽였다.

 

[-D001] 1894 …… 들어오자 :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나 조선에서 청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하자, 일본은 조선의 요청이 없었는데도 군대를 이끌고 와 경복궁에 난입하였다. ‘오토리 게이스케(大鳥圭介)’는 대본에는大島圭介로 되어 있는데, 실제 인명에 의거하여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D002] 공이 …… 말하였다 :

이남규의 상소는 《수당유집(修堂遺集)》 책2에 〈비적(匪賊)의 소요와 왜군이 도성에 들어온 것을 논한 상소[論匪擾及倭兵入都疏]〉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