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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李某)’가 ‘이모(姨母)'가 되고 딸딸이가 짤짤기가 된 한 해

淸潭 2022. 12. 30. 10:14

“이모와 논문” “이 세계 의리는 없다” “짤짤이라고 했다”...2022 올해의 말

입력 2022. 12. 30. 03:22수정 2022. 12. 30. 09:59
 

‘이모(李某)’라는 성은 졸지에 ‘이모(姨母)’로 둔갑했고, ‘짤짤이’라는 비속어가 난무했다. 도통 말인지 막걸리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빈말과 헛말의 홍수 속에서 국민도 더불어 시름에 잠겼다. 다른 한편에서는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축구 대표팀의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같은 다짐이 멍울진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했다. 증오와 절망을 부추기는 말에 울고,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언어에 웃었던 2022년의 말말말.

[정치]

한동훈 “장관직 걸겠다, 의원님은 뭘 거시겠느냐”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야”(윤석열 대통령·12월 15일 1차 국정 과제 점검 회의에서 노동·연금·교육 개혁 강조하며)

▲”돌이켜 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8월 13일 당 징계 이후 대선 당시 자신의 역할을 ‘양두구육’에 빗대며)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다. 저도 동의한다”(이재명 민주당 대표·3월 4일 대선 춘천 유세에서)

▲”한(동훈) 후보자의 딸이 ‘이모’와 함께 논문을 1저자로 썼다”(김남국 민주당 의원·5월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모(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잘못 알고 발언하며)

▲”짤짤이라고 했다”(최강욱 민주당 의원·5월 2일 화상 회의 중 동료 의원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대해)

▲”대통령은 문고리 실세 뒤에 숨어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려 하지 마십시오”(고민정 민주당 의원·7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비판하며 ‘호가호위’ 의미를 잘못 알고 발언하며)

▲”김건희 여사가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을 했다”(장경태 민주당 의원·11월 14일 당 회의에서 김 여사의 캄보디아 병원 방문을 비판하며)

▲”사실이 아니라는 것에 장관직 걸겠다. 의원님은 뭘 거시겠느냐”(한동훈 법무부 장관·10월 24일 국정감사 때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을 향해)

▲”지난 6개월 대통령 기록물인 반려동물을 무상 양육하고 사랑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문재인 전 대통령·11월 9일 자기가 기르던 김정은 선물 풍산개 ‘파양’ 논란에)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 과녁은 아니었다”(북한 김여정·11월 24일 윤석열 정부가 대북 독자 제재에 나서자)

[사회]

봉화 광산 생존자 “살아야겠다 버티니 살아지더라”

▲”살아야겠다고 버티니 살아지더라”(경북 봉화 광산 갱도 붕괴 사고 생존자 중 보조 작업자 박모씨·11월 6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의리? 이 세계는 그런 게 없더라고요.”(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10월 20일 출소 이후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골목에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사고 발생 약 4시간 전 112에 들어온 첫 시민 신고 내용)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란 걸 알고 있었다”(남욱 변호사·11월 21일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된 직후 출석한 재판에서)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 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한동훈 법무부 장관·5월 17일 취임사에서)

▲”김어준씨나 황운하 의원 같은 직업적 음모론자들”(한동훈 법무부 장관·지난 11월 국회 예산결산위에서 친야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와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정부의 마약 단속 때문에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는 주장에 대해)

▲”(경찰서장들의 경찰국 추진 반대 모임은)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상민 행안부 장관·7월 25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던 길에)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라”(한국계 첫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프린스턴대 교수·지난 8월 29일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반통일 세력의 대결 망동을 짓뭉개버려야 한다”(민주노총·8월 13일 8·15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북한 조선직업총동맹이 보낸 연대사를 대신 읽으며)

[경제·산업]

추경호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6월 21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개혁을 예고하며)

▲”연금 제도를 개혁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후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장·12월 15일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연금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며)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6월 20일 은행장들과 만나 은행들이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며)

▲”한은의 통화 정책이 한국 정부에서는 독립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에서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8월 27일 미국 현지 인터뷰에서 한국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미국의 긴축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면서)

▲”생큐, 토니(최태원 SK 회장의 영어 이름) 생큐, 생큐, 생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7월 26일 백악관 화상 회담에서 SK그룹의 220억달러 추가 투자 계획 발표를 듣고)

▲”새해에는 이거 먹고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멸공!”(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1월 1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숙취 해소제 사진을 올리며)

▲”내 발명품, 모두에게 고통 줬다”(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5월 13일 한국산 코인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에 사과하면서)

[국제]

젤렌스키 “결코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

▲”푸틴은 도살자다. 그가 권좌에 계속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5월 26일 폴란드 방문 때)

▲”우리는 아직 여기에 있다. 우린 결코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2월 26일 수도 키이우 대통령궁에서 자신이 도피했다는 소문을 일축하면서)

▲”중국과 영국의 ‘황금 시대’는 끝났다. 무역을 통해 중국의 정치·사회적 개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했다”(리시 수낙 영국 총리·11월 28일 런던 금융시장 만찬 연설에서)

▲”이로써 여왕의 모든 임무(duty)가 끝났다”(BBC 앵커·9월 19일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이 끝난 후)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을 지킨다며 침묵하는 나라들은 러시아 제국주의에 공모한 것이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9월 20일 유엔 총회에서 주먹으로 연설대를 치면서)

▲”미국에 이런 말이 있는데, 윤 대통령과 나는 ‘결혼으로 대박 난’ 남자들이다”(바이든 미국 대통령·5월 21일 방한 환영 만찬 직전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자신이 둘 다 훌륭한 여성 배우자를 만났다며)

▲”내가 개인적으로 한 가장 배짱 있는 일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고 오직 나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었다”(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9월 5일 CBS 인터뷰에서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추문에 휩싸였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이혼하지 않은 일에 대해)

▲”지금 우크라이나인들이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도 무기, 둘째도 무기, 셋째도 무기다”(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4월 3일 트위터를 통해)

[문화·스포츠]

나훈아 “김정은 앞에서 때리 직이도 우째 노래하노”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한국 축구 대표팀·12월 3일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 역전승을 거둔 뒤 펼쳐 든 태극기에 적혀 있던 문구)

▲”내가 죽으면 장례식·추모식을 일절 생략하고 내 시신은 곧 연세대학교 의료원에 기증하여 의대생들의 교육에 쓰여지기를 바라며, 누가 뭐래도 이 결심은 흔들리지 않습니다”(10월 4일 별세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생전 연세대 의료원장에게 보낸 서신)

▲”운 좋게 콩쿠르에서 1등을 하는 것이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처럼 부족하고 미숙한 사람도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다가가서 연주하는 것이야말로 대단한 업적”(피아니스트 임윤찬·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음반 발매 간담회에서)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뮤지컬 배우 김호영·지난 6월 옥주현의 ‘인맥 캐스팅’ 논란을 비판하며)

▲”에미상 시상식에 돌아온다면 작품상을 받고 싶다. 시즌2로 돌아온다. 기다려라!”(황동혁 감독·지난 9월 ‘오징어게임’으로 에미상 감독상을 받고 나서)

▲”랩 번안하는 기계가 됐고, 영어를 열심히 하면 내 역할은 끝났다”(BTS 리더 RM·6월 14일 공개된 유튜브 ‘방탄회식’에서)

▲”고모부 직인 김정은 앞에서 때리 직이도 우째 노래하노”(가수 나훈아·6월 11일 고향인 부산에서 공연 도중)

▲”’마이너스 가수’란 말을 들으며 18년을 버텼다”(가수 이승기·12월 16일 전 소속사의 음원 수익 미정산금 문제를 비판하며)

▲”눈 뜨고 코 베이징”(온라인 팬들·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한국에 석연치 않은 실격 판정이 이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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