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 찍으려고 해발 1700m 올랐습니다
안사을 입력 2020.01.31. 19:45
[오마이뉴스 안사을 기자]
이 기사의 사진은 모두 네거티브 필름을 이용해 촬영 후 직접 스캔했으며 사이즈 조정 등 기본적인 보정만 했음을 밝힙니다. 사진마다 기종 및 필름의 종류를 괄호 내에 표기했습니다. <기자말>
해마다 겨울이 되면 추위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계획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야영과 산행이다. 산 위의 겨울은 더욱 춥고, 바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은 그야말로 날것의 겨울 바람을 만끽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다.
올해는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눈다운 눈 구경을 위해서는 설악산 등반 외에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1월 8일부터 5박6일간의 여정 동안 가장 좋은 설경을 만나기 위해 기상청 홈페이지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며 인제 일대의 기상과 산악기상을 확인했다.
1월 7일(화)과 8일(수) 설악산 산악기상표에 눈이 예보됐고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어느 정도의 파란 하늘이 예상됐다. 아마 그때 산행을 했다면 가장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심 끝에 12~13일(일, 월)로 산행 계획을 확정했다. 날씨만큼이나 중요한 변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도로가 얼어 있으면 용대리에서 백담사로 향하는 버스가 끊긴다. 실제로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계속 내린 비가 밤새 얼어붙어 버스 운행이 중지됐다고 했다.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는 7km 정도 된다. 1인당 2500원을 내고 버스를 타면 15분만에 도착하지만 걸어가면 두 시간이 걸린다. 정상까지 가야 한다면 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백담사에서 정상까지 약 13km인데, 카메라와 식량을 메고 경사진 길을 20km 가까이 걷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특히 겨울산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산 중턱에서야 비로소 시작된 겨울
좋은 날을 기다리면서 화천숲속야영장(국립)에서 3박4일을 보내고 산행 전날 인제군 북면에 있는 한 호텔에 체크인했다. 오래된 여관을 리모델링한, 신식 모텔보다 훨씬 낡은 숙소였지만 야영장에 비하면 대단한 호사를 누린 것이었다.
12일 오전 9시에 출발하는 첫차를 타고 백담사에 도착하니 9시 20분이 채 못되었다. 백담사를 천천히 돌면서 준비운동을 한 후 해우소에서 근심을 풀고 10시 정각에 등산로로 들어섰다. 4km 정도는 경사가 거의 없는 산책로다.
▲ 수렴동계곡(1) (645N/Portra400) |
ⓒ 안사을 |
▲ 수렴동계곡(2) (645N/Portra400) |
ⓒ 안사을 |
▲ 영시암 가는 길 (현장감독28/C200) |
ⓒ 안사을 |
▲ 고드름이 가득한 계곡 (645N/Portra400)산행 중 처음 만난 큰 고드름 |
ⓒ 안사을 |
▲ 구곡담계곡의 빛깔 (645N/Portra400)용소폭포 위쪽으로는 이런 물빛을 볼 수 없다. 표면이 거의 얼어붙었기 때문. |
ⓒ 안사을 |
▲ 얼어붙은 용소폭포 (645N/Portra400) |
ⓒ 안사을 |
▲ 쌍용폭포 (645N/Portra400)두 개의 물줄기 중 왼쪽 물줄기가 길게 이어지는 모습. 해당 위치에서는 오른편의 물줄기가 보이지 않는다. |
ⓒ 안사을 |
오던 길을 간간히 뒤를 돌아볼 때마다 탄성이 나왔다. 설악산의 전형적인 모습인 병풍같은 절벽이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가득한 계곡도 좋지만 이렇게 바위의 표면이 여실히 드러나는 겨울산의 풍경이야말로 설악산의 진면목이 아닐까.
▲ 눈과 절벽 (645N/Portra400)전형적인 설악산의 풍경 |
ⓒ 안사을 |
▲ 겨울왕국 (현장감독28/C200)계곡과 함께하는 길의 마지막. 산 중턱 아래에서는 볼 수 없는 겨울왕국이 시작되는 곳. |
ⓒ 안사을 |
해탈고개를 올라 조금 더 가면 봉정암이 나온다. 해발 1천미터가 넘는 곳에 위치한 절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규모가 크다. 절의 지붕과 그리 차이나지 않는 곳에 산의 능선과 하늘이 보이니, 흔치 않은 풍경이 만들어진다. 아침과 점심에는 공양밥이 제공돼 불자와 산객의 발걸음에 따뜻한 힘을 더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 봉정암 (645N/Portra400) |
ⓒ 안사을 |
봉정암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5시 반이었으니 소청을 넘어 중청대피소까지 이르는 동안 어둠이 내릴 예정이었다. 손이 닿기 쉬운 곳에 헤드랜턴을 미리 꺼내어 넣고 계속 걸었다. 인터넷 지도에 제시된 산행시간은 27분이었지만 중청대피소까지는 1시간 반 정도 소요됐다. 능선에 이르기 전에는 몰랐던 칼바람을 온몸에 맞으며 천천히 움직일 수밖에 없어서였다.
해가 지자 하얗게 덮인 눈이 보랏빛을 띠었다. 마치 꿈 속을 걷는 것 같았다. 그 빛깔이 참 아름다워 헤드랜턴을 최대한 늦게 켰다. 중청대피소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오후 7시 1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대청봉에서 바라본 눈부신 아침
다음 날인 13일 오전 7시 42분에 일출이 예정돼 있었다. 대청봉까지는 600미터로 11분이 걸린다고 표시돼 있지만 겨울 새벽에는 결코 그 시간에 주파할 수 없다. 재작년 겨울, 순간풍속 50m/s를 뚫고 올라가본 경험으로 비추어 오전 6시 반에 대피소를 나섰다. 바람이 불면 걸음을 멈추고 자세를 낮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을 가눌 수가 없다.
대청봉의 일출은 특별하다. 산의 정상이지만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평선에 구름이 조금 걸쳐 있긴 했지만 날씨가 매우 맑았고 공기의 질 또한 좋았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도 해안선이 뚜렷하게 보였다.
이 시각 대청봉에서는 정상석의 글씨를 바라보고 서 있을 수 없다. 서쪽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바람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동행인은 실소를 금치 못하면서 '어이없는 바람'이라고 표현했다. 이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 40도 이하로 뚝 떨어진다.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 바위 뒤편(동편)이 바로 바람을 피하면서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볼 수 있는 명당이다. 바람만 조금 막혀도 한결 온화한 느낌이 든다.
▲ 설악산 대청봉 일출 (645N/Portra400) |
ⓒ 안사을 |
▲ 남쪽편 풍경 (645N/Portra400)카메라가 멈추기 직전의 컷. 대청봉에서 남쪽편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오색탐방로 방향이자 남설악의 능선이 보이는 방향이다. |
ⓒ 안사을 |
해가 뜨자 바람이 더 심해졌다. 어떤 이는 강풍에 모자를 잃어 버렸고 어떤 이는 휘청거리다 이내 넘어지기도 했다. 대청봉 바람을 미리 겪은 자로서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일출을 보기 위해 대청봉으로 오를 때는 중청대피소에 스틱을 놓고 가는 것이 좋다. 스틱을 짚는 것보다 울타리의 줄을 잡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편하다.
▲ 얼음 샹들리에 (645N/Portra400)바람이 불면 나뭇가지에서 샹들리에의 크리스탈 장식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
ⓒ 안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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