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안타 류현진'을 본 터너와 푸이그의 반응
조미예 입력 2018.09.25. 06:55 수정 2018.09.25. 07:43
풍성했습니다. 쉴 틈 없이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야구팬, 류현진 팬들에게 이보다 좋은 선물은 없었습니다. 아침마다 한국 팬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던 류현진은 한가위를 맞이해 통 크게 종합선물세트(호투+멀티히트+득점+승리)를 마련했습니다.
9월 24일(이하 한국 시각) 다저스타디움. LA 다저스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몬스터 류'는 6이닝 동안 4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6승째를 따냈습니다. 투구 수는 88개(스트라이크 65개). 홈에서 강한 모습이지만 요즘 그의 플레이는 최강입니다. 평균자책점도 2.18에서 2.00으로 낮아졌습니다. 이 정도로 풍성했다고 말하긴 부족합니다. 스트라이크 구석구석을 찌르는 그의 호투뿐만 아니라, 타석에서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무려 3타수 3안타 2득점. 팀이 14-0으로 대승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보름달만큼 빛났던 이 날 경기의 주인공입니다.
#01. ‘3안타 류현진’에 자극받은 터너, 풀서비스 가동한 푸이그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실을 가득 메운 기자들. 로버츠 감독에게 “오늘의 MVP를 꼽는다면 누구인가?”라고 물었습니다. 뒷줄에 앉아 있던 일본계 미국 기자의 질문이었습니다.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 (반 박자 쉬고) 그리고 맷 켐프다”라고 말하니, 또 다른 미국 기자는 “류현진이 호투뿐만 아니라 무려 3안타를 기록했는데?”라며 반박(?)했습니다. 아차 싶었던 로버츠 감독은 기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래. 맞다. 그럼 오늘 MVP는 류현진이다”라며 크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공동 MVP도 인정 못 할 류현진의 활약이었습니다.
‘어라! 고개를 흔드네! 그럼 패스트볼이겠군’
이날 류현진은 뭘 해도 되는 날이었습니다. ‘적당히’가 없었습니다.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를 날리고, 두 번째 타석에서도 중전안타를 때려낸 류현진은 세 번째 타석에서도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타구는 좌익수 방면으로 뻗어 나갔고, 세 번째 안타를 만들어냈습니다.
앞선 두 타석에서 패스트볼을 받아쳐 안타로 연결했던 류현진. 변화구를 던질거라고 생각하고 세 번째 타석에 올랐는데, 상대 투수 필 마통이 포수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을 보고 패스트볼임을 눈치챘습니다. 투수의 마음을 읽은 류현진이 놓칠 리 없었습니다. 결국 류현진은 한 경기 3안타를 만들어냈습니다.
때마침 태극기도 등장했습니다. 한가위, 류현진, 그리고 태극기. 이역만리 떨어진 타국에서도 한가위는 풍성했습니다.
이날 1루 베이스에서 세 번째 만남을 갖게 되자, 1루 코치는 급기야 류현진에게 요청합니다. 세레머니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저스 타자들이 안타를 치고 베이스를 밟으면 하는 세레머니. 더그아웃 동료들을 향해 손을 터는 모습입니다.
코치가 시키는 대로 류현진은 더그아웃을 향해 안타 세레머니를 했습니다.
첫 번째 안타를 날렸을 땐, 손들어 안타 날렸음을 알리는 정도였는데, 3안타에선 세레머니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 흔한 일인가요. 선발 투수가 3타수 3안타를 친다는 게.
“다 보인다. 높은 공을 공략해라”
타격 코치의 지침이 있었습니다. 류현진이 첫 번째 타석에 오르기 전, 이미 마차도와 맷 켐프의 홈런으로 2점을 앞서고 있었던 다저스. 도저는 상대 투수 폭투로 1루에 출루해 있었고, 타석엔 반스, 타자 대기석엔 류현진이 올라 있었죠. 이때 코치는 류현진을 불러 다시 한번 투수 스타일을 일러줍니다.
“상대 투수가 체인지업이 좋긴 하지만, 살짝 낮은 쪽으로 오면 공이 다 보이니까 절대 휘두르지 말라. 그리고 높은 볼을 공략해라.” 이 두 가지를 숙지하고 타석에 오른 류현진은 약간 높게 들어오는 공을 제대로 받아쳤습니다.
매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고, 출루한 덕분에 류현진은 쉴 틈이 없었습니다. 이어진 동료들의 방망이도 매서웠기에 출루한 류현진은 홈을 향해 달려야 했습니다. 두 번이나 홈을 밟았습니다.
기온도 높은데 이렇게 달리다 탈진하는 건 아닌지 살짝 우려도 됐지만, 여유 있게 베이스러닝을 즐겼습니다.
류현진의 베이스러닝을 지켜본 미국 기자는 “베이스러닝을 할 때 부상 부위였던 사타구니가 신경 쓰였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살짝 뒤뚱뒤뚱하면서 뛰는 모습이 부상을 신경 썼기에 나온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류현진의 러닝을 늘 이랬습니다.
류현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아무런 문제도 없다”라며 사타구니 걱정은 전혀 없다고 전했습니다.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이날 류현진은 두 번이나 홈을 밟았습니다.
류현진의 활약에 동료들도 박수를 보내며 축하했는데, 푸이그는 실질적인 서비스를 했습니다.
열심히 달려 득점까지 올린 류현진에게 시원한 음료를 갖다 주고,
수건으로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 류현진의 땀을 식혔습니다. 완벽한 서비스였습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류현진이 깜짝 멀티히트를 기록하자, 저스틴 터너가 반응한 것입니다. 첫 타석에서 삼진 아웃을 당하고, 두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파울을 당했던 저스틴 터너. 세 번째 타석에 오르기 전 안 되겠다 싶었던 저스틴 터너는 급기야 류현진의 배트를 들고 타석에 올랐습니다. 터너의 행동이 재미있기도 하고, 의외라고 생각했던 브라이언(통역)은 기자에게 살짝 귀띔했습니다. 터너가 형 배트 들고나가서 안타 치겠다고 했다고.
선발 투수의 멀티히트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 기운도 따라준 안타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류현진 방망이에 안타의 기운이 들어갔다고 생각한 저스틴 터너는 류현진에게 배트 빌려 타석에 올랐습니다. 류현진은 이미 안타를 날리고 1루 베이스를 밟고 있던 상황.
타석에 오른 저스틴 터너가 상대 투수 조이 루체시의 초구를 받아쳤고, 홈런성 타구로 생각한 몇몇 관중들은 일어나 두 팔을 들어 환호했습니다. 터너도 천천히 1루로 향하면서 쭉쭉 뻗어 나가는 타구를 바라봤습니다. 정말 류현진의 배트에 안타의 행운이 들어갔나라고 생각이 들 찰라 중견수 마르고가 공을 잡아냈습니다. 만약 이때 이 타구가 담장을 넘겼다면 이날의 MVP는 '류현진의 방망이'가 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02. 칼 제구=좋은 컨디션=아내의 내조
이날 류현진은 88개를 던졌습니다. 이 중 65개가 스트라이크였습니다. 교체는 적절했습니다. 마운드뿐만 아니라 타석에서까지 열심히 달렸던 류현진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으니까요. 더구나 낮 경기라 땀을 많이 흘렸고, 득점 지원도 넉넉해 경기가 뒤집힐 가능성은 적었습니다.
류현진이 늘 강조하는 말. “제구만 된다면”, “역시 제구인 것 같다”, “제구가 잘 됐기 때문에”…
경기를 되돌아보는 인터뷰에서 늘 제구를 강조했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강조하던 제구가 정말 칼처럼 날카로워지고 있습니다. 수술 전보다 더 정확해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어깨 수술 전보다 날카로운 제구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뭐냐?”라고 물으니, 류현진은 “딱히 달라진 건 없는데, 요즘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좋은 컨디션이 유지된다는 것. 그가 호투 펼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입니다. 그리고 컨디션 관리는 9할이 아내 배지현의 내조에서 나옵니다. 류현진은 애리조나에서 재활할 때도 “아내가 옆에 있어 심적으로도 안정이 될 뿐 아니라, 생활의 모든 게 달라졌다”라며 "그녀의 역할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류현진은 경기가 끝나면 항상 아내를 향해 이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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