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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谷傳聲 虛堂習聽 (공곡전성 허당습청)

淸潭 2018. 5. 4. 09:55

空谷傳聲 虛堂習聽 (공곡전성 허당습청)





 

【本文】

 

空谷傳聲 虛堂習聽

공곡전성 허당습청


빈 골짝의 소리는 울림 되어 전해지고

빈집의 소리 또한 익히 들어 알게 된다.

 

 

【훈음(訓音)】


空 빌 공 谷 골 곡 傳 전할 전 聲 소리 성

虛 빌 허 堂 집 당 習 익힐 습 聽 들을 청

 

 

 


【해설(解說)】

 

공곡전성(空谷傳聲) 빈 골짝의 소리는 울림 되어 전해지고

 

공(空)은 '비어 있다' '하늘' '구멍' 등으로 쓰이는데 불교에서는 특히 공사상

(空思想)이 강조 되어 애용되고 있는 글자 중의 하나입니다. '비어 있다'는 의

미로 많이 쓰입니다. 공사상이 강조되다 보니 불교를 공문(空門)이라고도 합니

다. 천자문에서는 그런 심오한 뜻보다는 '비다' '하늘'의 의미로 쓰인 글자입

니다.

 

곡(谷)은 천출통천위곡야(泉出通川爲谷也)라 했으니, 샘물이 솟아나 산과 산

사이를 통하여 하천으로 흘러드는 것을 곡(谷)이라 합니다. 즉 산골짜기를 말

합니다. 그러므로 공곡(空谷)은 빈 골짜기를 말합니다.

 

전(傳)은 무엇인가가 '전해지다' '퍼지다'의 의미입니다. 성(聲)은 '소리' '말'

'노래' 등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전성(傳聲)이란 '소리를 전한다.'는 의미가 됩

니다.

 

공곡전성(空谷傳聲)이란 빈 골짜기에 소리가 있으면 골짜기에 메아리가 울려

그 소리가 전해진다는 뜻입니다. 혹은 울려 퍼져 나간다는 의미가 됩니다. 골

짜기에서 말하면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이를 메아리라고 하지요. 빈 골짜기

에서 소리치면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집니다. 군자(君子)의 말이란 골짜기에서

소리가 퍼지듯 산울림처럼 펴져 나간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언제 어

디서건 몸가짐이나 언행을 바로해야 함을 뜻한다 할 것입니다.

 

옛날 중국의 삼국시대의 대문장가인 조식(曹植)은 위무제(魏武帝. 曹操)의

사자(四子)이며, 문제(文帝, 曹丕)의 동생으로 진사왕(陳思王)이라 했는데, 진사

왕이 어산(魚山)에 노닐다가 문득 공중에서 범천(梵天)의 노래소리를 들었는데

그 소리가 청아(淸雅)하고 애틋하여 마음을 움직여 홀로 오래도록 들었다고 합

니다. 그리하여 그 음(音)을 터득하여, 그 곡을 그리는 음부(音符)를 연구하여

범패(梵唄)를 창시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빈 골짝에서 나는 소리라 해도 좋은 소리는 세상에 울려 퍼지게 되는

것입니다.

 

 

허당습청(虛堂習聽) 빈집의 소리 또한 익히 들어 알게 된다.

 

허(虛)는 '비다'의 뜻이고, 당(堂)은 '집' '방'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허당(虛

堂)이란 '빈 집' 혹은 '고요한 방'을 말합니다. 습(習)이란 '배워 익히다' '숙달

하다' '버릇'의 뜻이고, 청(聽)은 '듣는다'는 뜻입니다. '듣는다'는 문자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이는 곧 청(聽)과 문(聞)입니다. 청(聽)은 말이나 소리를 주위를

기울여 듣는 것이고, 문(聞)은 말과 소리가 들려 오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습청(習聽)은 '익히 듣는다'는 말입니다.

 

이를 좋합해 보면 허당습청(虛堂習聽)이란 빈집에 소리가 있으면 듣는 것을

익힐 수 있으니 집이 넓으면 골짜기가 훤히 뚫린 것과 같다 했습니다. 그러니

익히 들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의 말은 아무리 빈집에서 나누어도 익히

들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속담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했

습니다. 비밀은 없다는 말이지요. 그러니 군자는 언제 어디서든 언행에 있어

서 광명정대(光明正大)해야 합니다.

 

중국 후한(後漢) 때에 양진(楊震)이라는 사람은 학문이 높고 인품이 고매했

니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그 지방의 공자'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가

동래 태수로 있을 때였습니다.

 

"태수 어른, 왕밀이란 분이 찾아왔습니다."

"왕밀? 들어오시라 하게."

 

왕밀은 재기가 넘치고 총명한 젊은이였습니다. 일찍이 그의 재주를 한눈에

꿰뚫어 본 양진은 벼슬길에 나가도록 주선해 주었습니다.

 

"약소합니다만 받아 주십시오."

 

왕밀이 가져온 것은 한 관이나 되는 황금이었습니다.

 

"이게 뭔가?"

"평소에 후의를 생각한다면 더 많은 것을 가져와야 겠습니다만...,

준비된 것이 이것 뿐이라....."

 

양진은 벌컥 화를 냈습니다.

 

"자넨 나를 어찌 생각하는가? 이런 것을 받자고 자네를 천거한 줄 아는가?

이것을 가져올 양이면 훤한 대낮에 가져올 것이지.

어찌 밤에 왔는가? 밤엔 쥐가 듣지 않은가?"

 

 

요즘 공직에 있는 분들이 실로 귀감으로 삼아야 할 내용입니다. 황금 1관이

면 1000돈이란 말인데, 요즘 시세로 환산하면 1돈이 약 20만원이했을 때 약

2억원이라는 거금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거금을 단칼에 자른 양진의 인품을

보게 됩니다.


세력이 있는 자리

오르면 암암리에 뇌물을 챙기기에 급급합니다. 그러면

서 발각되지 않으면 자족하고 발각되면 발뺌하기에 바쁩니다. 아무리 암암리

에 비밀을 간직해도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수많은 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건만 탐욕에 눈이 멀면 저 죽을지 모르며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됩

니다. 그리하여 오늘의 뉴스에 올라 지탄을 받기 일쑤입니다. 오늘도 그러합

니다.

 

공곡전성(空谷傳聲) 허당습청(虛堂習聽)은 우리가 몸가짐과 언행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이가를 보여 주는 글입니다. 유덕한 군자의 말은 빈 골짜기에서 울

려 퍼지는 메아리처럼 퍼져 나가고 빈 방에서 나누는 말이라도 익히 들어 알게

되는 것입니다. 공곡(空谷)과 허당(虛堂)은 결국 같은 말입니다. 유덕(有德)한

군자란 마음을 비운 사람입니다. 꽉 차 있으면 울리지 않습니다. 비어 있어야

울립니다. 성현의 말씀이 메아리처럼 울려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은 그 마음이

공곡(空谷)과 허당(虛堂) 같아서 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불자들은 삼독심을 멀

리 여의고 그 마음을 텅 비워 언제나 팔정도(八正道)를 염두에 두고 말과 행이

서로 따르게 해야 합니다. 불자는 언제나 정심정행(正心正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