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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배구 인생' 신치용 단장

淸潭 2017. 12. 20. 21:13

'52년 배구 인생' 신치용 단장 마음 속 4가지 기억

이보미 기자 입력 2017.12.19. 15:56

김세진 감독과 신치용 감독

[STN스포츠=이보미 기자]

52년 동안 배구만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이제는 무거운 책임감을 내려놓을 때다. 삼성화재 신치용 단장이 일선에서 물러난다. 상임고문 역할을 맡는다.

신치용 단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배구공을 잡았다. 성지공고-성균관대를 거쳐 1980년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다. 현역 시절 세터였던 신 단장은 3년 만에 한국전력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선수로서의 아쉬움도 잠시 지도자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1995년 삼성화재가 창단됐고, 당시 40세였던 신 단장이 초대 사령탑이 됐다. 1991~1994년, 1999~2002년, 2010년에는 국가대표 수장이 되기도 했다.

삼성화재 역사의 산증인이다. 실업배구 시절 슈퍼리그 최다 연승 77연승 신화를 이뤘고, 8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V-리그에서는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7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2015년에는 지휘봉을 넘긴 채 단장이 됐고, 최근 상임고문직을 얻었다.

신 단장은 선수단이 머물고 있는 용인 트레이닝 센터에서도 나올 예정이다. "부담을 주기 싫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신 단장은 "때가 됐으니 고문으로 물러나는 것이다. 이제는 프로배구와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52년 배구 인생을 되돌아본 신 단장. 그의 마음속에 남은 4가지 순간을 전했다.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했다.

◇ 1999년 12월 30일
신치용 단장은 1999년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00 시드니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1984 LA올림픽부터 시작해 5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이끈 것. 대표팀 멤버에는 세터 최태웅(현대캐피탈 감독), 쌍포 김세진(OK저축은행 감독)과 신진식(삼성화재 감독) 등이 있었다.

대표팀은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 일본, 대만과 시드니 올림픽 출전권 1장을 놓고 각축을 벌였다. 당시 한국은 대만, 일본, 중국을 차례대로 만나 모두 3-0으로 제압하며 본선행 기쁨을 누렸다.

신 단장은 "1999년 국가대표 감독 시절 중국 상하이에서 12월 30일 시드니올림픽 티켓을 획득했다. 올림픽 예선 3승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 남자배구는 지난 4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 삼성화재 첫 우승
슈퍼리그는 1994년부터 프로배구 출범 직전인 2004년까지 펼쳐졌다. 1995년 창단된 삼성화재는 1996-97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했다. 바로 삼성화재는 1994-95, 1995-96시즌 우승팀인 현대자동차, 고려증권을 제치고 첫 해에 정상에 올랐다.

신 감독은 "당시 첫 해 우승을 예상할 수 없었다"면서 "선수가 좋아서 우승을 하는 것이 아니다. 멤버가 좋든 나쁘든 우승할 만큼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1997년 우승 당시 김세진 감독은 MVP를 거머쥐었고, 신진식 감독은 서브왕상과 인기상을 받았다. 신치용 단장은 최우수지도상을 수상했다. 이후 삼성화재는 2003-2004시즌까지 슈퍼리그 8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 프로스포츠 사상 첫 7연속 챔피언
삼성화재는 V-리그 원년 2005년에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내 2005-06, 2006-07시즌에는 현대캐피탈이 2년 연속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저력을 발휘했다. 2007-08시즌부터 2013-14시즌까지 7연속 왕좌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

이에 신 단장은 "2년 연속 준우승을 하면서 삼성화재는 이제 안 된다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다시 7년 연속 우승을 했다"고 전했다.

◇ 삼성화재도 꼴찌였던 순간이 있었다
2010-11시즌 초반 삼성화재가 악몽을 꿨다. 1라운드 2승4패, 2라운드 1승5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꼴찌로 추락했다. 최대 고비였다.

신 단장은 "2010-11시즌 2라운드 끝나고 꼴찌였다. 어려울 때 우승을 한 기억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2라운드를 4연패로 마친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을 3-0으로 누르고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2연승, 3연승, 5연승을 질주했다. 정규리그 3위 기록,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총 7전 전승으로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을 차례대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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