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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1년

淸潭 2017. 12. 9. 16:39

내가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탄핵재판에 참여한 이유와 경위 

     

나의 변호인 임무는 도덕적으로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의 영원한 고객 박근혜 대통령이 억울한 영어(囹圄)생활에서 풀려나고 그의 깨끗한 이름이 회복될 때까지.

김평우(변호사·대한변협 前 회장)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나의 변론은 비록 현실에서 패배하였지만 미래의 한국에서 법치주의를 꽃피우는 씨앗이 될 것이다.
내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의 변호인으로 참여한 것은 2017년 2월 중순이다. 당시 나는 그 전해 11월30일경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글을 매일 인터넷과 조갑제닷컴에 올려 많은 팔로어를 가진 유명인사였다. 하긴 탄핵사건이라는 지극히 생소한 사건을 맞아 모든 국민들이 탄핵이 무엇인지 그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내가 탄핵제도의 역사와 법리를 상세히 설명하였다. 그리고,아무런 구체적 증거나 선례도 없이 박근혜 대통령을 친구 최서원(언론은 최서원이라는 그녀의 좋은 본명을 고의로 피하고 최순실이라는 촌여자 냄새나는 그녀의 兒名을 사용했다)과 공모하여 수백억 원의 뇌물을 받은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몰아서 대통령직에서 쫓아내고 권력을 잡으려는 주류 언론과 검찰을 규탄하였다.
  
  아울러, 저들의 선동과 정치공작에 속아 거리를 메우는 촛불집회 대중들의 어리석음을 개탄(慨嘆)하였다. 더 나아가 모든 국민들에게 헌법이 정한 5년 단임의 대통령 임기를 준수하는 것이 1987년부터 유지하여온 자랑스러운 헌정질서를 유지하는 기본임을 역설(力說)하였다. 끝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5년 임기 준수의 정치적 중요성을 망각한 채 권력쟁탈에 눈이 멀어 2016년 12월 9일 졸속으로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것을 통탄(痛歎)하였다.
  
  구체적으로 탄핵소추 의결의 어떤 점이 왜 헌법의 적법절차에 위배되나를 쉽게 설명하였다. 나의 쉽고 상세한 법률 설명은 마치 가뭄에 내리는 소낙비처럼 올바른 법률지식과 진실된 정보에 목마른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하여 주었다. 그 때문에 나의 글은 단번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특히 수많은 법률교수, 변호사, 전직 판·검사들 중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왜 잘못인지 공개적으로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던 때에 나 혼자 그런 글을 썼으니 돋보였으리라.
  
  더욱이 나는 한국에서 판사, 변호사, 법학교수로 30년의 법조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후, 미국에서 연구생활하며 미국 변호사 자격도 취득하였다. 그러한 내가 한국과 미국법을 비교하여 탄핵의 잘못과 위법성을 객관적으로 설명하였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나의 객관성, 전문성,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충정(愛國忠情)을 믿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나를 '국민 변호사'라고 부르며 사랑하고 격려하고 따랐다.
  
  그중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단(辯護人團) 변호사들이 법조경험이 적고 거기다 헌법의 적법절차(適法節次:due process) 개념을 잘 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제대로 변호하지 못한다고 불만하며 내가 한국에 들어와서 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合流)하여 달라고 페이스북이나 카톡에서 호소(呼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지 않아도 나는 친구들이 보내 주는 카톡과 유튜브를 통해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 나이든 불쌍한 서민(庶民)들이 많이 나와 추운 겨울날에 태극기를 흔드는 감동적인 장면들을 듣고 보며 나 혼자 미국에서 편히 있는 것이 미안해 우리도 하루 빨리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자고 집사람을 설득하던 중이었다.
  
  그러던중 하루,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 나에게 전화로 변호인단을 도와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하여 왔다. 나는 기꺼이 돕겠다고 대답하고 마침내 집사람의 승낙을 받아 2017년 1월 29일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갔다. 그리고 바로 태극기 집회에 나가 강연을 했다. 뜨거운 호응(呼應)을 받았다. 그후 계속하여 태극기 집회에 나갈 때마다 갈수록 참여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열기가 나날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군중의 이런 뜨거운 호응이 있으면 헌법재판소 판사들도 졸속(拙速)한 국회의 탄핵소추(彈劾訴追)를 기각(棄却)해 주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다만, 변호인단이 대부분 20~30년 법조(法曹) 후배(後輩)들이라 내가 직접 후배들과 함께 법정에서 변론하기보다는 뒤에서 젊은 후배들에게 자문(諮問)을 해주는 형태로 돕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될수록 많은 변호사들이 변호인단에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매일 법조계의 선배, 후배, 동료들을 만나 참여를 열심히 권유하엿다.
  
  그런데, 의외에도 그들의 반응이 소극적이다.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일반시민들이 보여준 뜨거운 열기와는 전혀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에 참여하겠다는 변호사가 거의 없다.
  
  그들의 이야기를 쉽게 풀으면 이렇다. 박근혜는 자기 政黨의 동료(同僚) 국회의원들조차 자기편으로 포섭(包攝)하지 못한 옹졸(壅拙)한 지도자인데 어떻게 대통령 자격이 있느냐? 대통령으로서의 능력이 없으니 탄핵되는 게 당연하다. 국민의 인기가 땅에 떨어졌으니 지금이라도 재판을 포기하고 스스로 사퇴하고 물러나는 게 국가적으로도 좋고 박근혜 본인을 위해서도 좋은데 어리석게 고집을 부리니 딱하다.
  
  내가 이들에게 반론했다.박근혜가 정치적으로 잘못이 많고 인간적으로 실수가 많았다 하더라도 돈을 먹은 것도 아닌데, 수백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누명을 씌우고, 세월호 피해자를 고의적으로 죽인 것도 아닌데 살인범(殺人犯) 같은 헌법책임을 지우니 말이 되느냐? 탄핵은 정치적 불신임(不信任) 제도가 아니라 법률 앞에 만민(萬民)이 平等하다는 법치주의 정신에서 대통령의 직무상 위법행위에 대해 법적책임을 묻는 제도인데 아무 위법행위도 없는 대통령을 정치논리로 탄핵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반론을 했다.
  
  특히. 국회가 탄핵을 준비하기 위해 특별검사까지 임명해 놓고 나서 탄핵소추안 발의(發議) 후 단 일주일도 안되어 특검의 조사결과도 기다리지 않고 신문기사, 국회청문회 자료만 가지고 그것도 찬반토론(贊反討論)도 없이, 탄핵사유별 제안설명(提案說明)과 표결(表決)도 없이, 일괄(一括)하여 탄핵소추안(彈劾訴追安)을 의결한 것은 헌법상의 적법절차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런 나의 법률론에 대하여는 다들 동조하였다. 반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헌법이란 법은 원래 형식만 법이지 실질은 정치이고, 헌법재판소란 곳도 명칭만 재판소지 실제는 정치재판소이다. 헌법재판소 판사들이 정치적으로 아무 인기가 없고 임기도 1년여밖에 안 남은 박근혜 대통령의 편을 들어 줄 리가 없다. 한국의 헌법재판소 판사들을 종신직인 미국의 최고재판소 대법관과 같이 보면 안된다. 아무 승산이 없는데 헛수고하지 말고 빨리 미국에 돌아가라고 권한다.
  
  어떤 분들은 보다 솔직하게 말한다. 내가 김 변호사처럼 미국에 살면 나도 변호인단에 참여하여 투쟁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한국에서 변호사 사무실의 대표나 고문으로 일하는데 만일 내가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에 참여하면 동료들이 모두 나보고 사퇴하고 떠나라고 한다. 세무서에서 당장 사무실과 파트너 변호사들의 본인 및 친족의 세무조사, 재산조사를 할 터인데 그때 누가 나와 가족을 지켜주느냐고 솔직하게 안타까운 사정을 고백한다.
  
  그때서야 나는 깨달았다. 그렇다. 한국의 법조인들이 법적으로 말이 안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못하고 오히려 막무가내로 마녀사냥을 하는 언론, 국회, 검찰의 탄핵 드라이브에 침묵하며 따라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법치주의에 대하여 막연한 지식은 있으나 신념이 없는데다 덧붙여 현실적으로 언론 및 정부 권력의 무법한 횡포에 대한 공포가 가깝고 크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안타까운 한국의 현실 때문이다.
  
  그리고 같이 깨달았다. 추운 겨울날 힘없는 서민 노인네들이 태극기 집회에 나와 나의 글과 강연에 공감하며 탄핵반대를 외치는 것은 저들이 재산도 지위도 없어 정부의 세무조사나 검찰, 언론의 협박 대상에서 자유스럽기 때문에 진실과 정의의 편에 용감하게 서는 것이다. 성경의 말씀에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처럼 어렵다”는 교훈이 생각났다.
  
  법조인들의 정의감, 법치의식이 이런 상태라면 지금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에 있는 변호사들 중에도 상당수가 소신껏 싸우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내가 저들의 뒤에서 자문만 해가지고는 안되고 직접 법정에 나가 변론을 해야 박근혜 대통령을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을 고쳐 먹었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에게 대통령을 직접 면담하고 위임장을 받겠다고 요청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 2017년 2월 14일 청와대에 가서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면담하고 위임장을 받았다. 같이 사진도 찍었다. 위임의 증거를 남긴 것이다. 면담시 처음 인사를 나누자마자 사실상 유폐(幽閉) 상태에서 극도로 초췌해진 대통령의 병자(病者)같은 나약한 모습을 보니, 조선 말(朝鮮末)에 日本 군인들에게 마치 볼모처럼 잡혀 대궐 안에서 불안에 떨며 살던 고종임금을 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대통령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께서 아주 오랜만에 말씀도 많이 하시고 웃음도 지었다고 비서관이 말한다. 그러면서 변호사님이 자주 와서 위로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변호인이 된 이후 나는 즉시 지금까지의 변론 과정을 파악하였다. 기존의 변호인들은 지난 두 달간 대부분의 변론을 형사재판 하듯이 증거싸움과 사실 다툼에 다 바쳤다. 탄핵소추인인 국회측이 적법한 증거도 아닌 신문기사와 국회청문을 근거로 억지 사실 주장을 하니 피소추인인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측도 증거와 사실주장으로 반박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입장에서는 이런 증거싸움이나 사실 다툼보다는 탄핵사유의 불명확성, 불특정, 섞어찌개식 혼합 등 탄핵소추 결의의 형식, 내용의 위법성과 소추 과정에서의 증거조사 및 토의 절차의 흠결, 표결 절차의 위법 등 많은 적법절차 문제에 대한 다툼이 보다 효율적이고 중요한 쟁점이라고 보였다. 왜 이런 점들을 다투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천만뜻밖의 대답이다. 주심 법관이 준비절차 기일에서 탄핵소추의 의결 과정상 하자는 국회의 자율사항이니 헌법 재판의 쟁점에서 배제시킨다고 결정하였다는 것이다.
  
  기가 막혔다. 탄핵재판에서 탄핵 소추과정, 소추장 내용의 적법절차 문제를 다투지 못하도록 지시하였다니 이것이 말이 되나? 헌법재판에서 적법절차의 흠결을 다투지 못하고 증거와 사실다툼만 하라면 헌법재판이 아니라 형사재판을 하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헌법재판과 형사재판의 차이도 모르는 사람이 헌법재판소 판사라니 너무 기가 차서 말이 안나왔다.
  
  나는 이런 상식 밖의 재판에 승복할 수 없으니 법원의 지시에 불구하고 적법절차를 쟁점으로 다투겠다고 다른 변호인들에게 알리고, 정기승 변호사, 조원룡 변호사와 함께 따로 변론팀을 만들어 밤을 새우며 변론을 준비하였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2월 초에 탄핵재판을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일자인 3월 13일 전에 끝내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였다.그러면 나에게 주어진 변론의 기회는 2월 22일로 지정된 마지막 변론기일과 2월 27일로 지정된 최후진술기일 두 번뿐이다. 헌법재판소법이 정한 재판시한이 6개월로 아직 3, 4개월 남았는데 무조건 3월 13일 전에 재판을 끝낸다고 재판일정을 정하는 게 말이 되는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어 법정에서 다투었으나 법원은 오히려 나를 재판을 지연시키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재판거부라는 마지막 카드밖에 없다. 그러나, 판사들의 태도를 보니 재판 거부하면 오히려 반가와할 태세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법정 투쟁할 수 있는 사항과 시간을 극도로 제한한 재판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객관적으로 불가능하였다. 재판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진인사(盡人事) 대천명(待天命)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볼 수밖에 없다. 나는 기적을 기다리면서 재판결과를 신에게 맡기기로 하고 후세의 사람들을 상대로 변론을 한다는 각오로 변론에 나아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잘못과 재판절차의 위법을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이 주장을 입증할 증인을 신청하였다. 예상대로 헌법재판소는 이미 결정한 법정스케줄을 바꿀 수 없으니 더이상 변론이나 증거조사를 받아줄 수 없다며 즉석에서 증거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 형사소송법이 준용되는 탄핵 재판절차에서 시기에 늦은 증거신청이라고 피소추인의 증거신청을 모조리 기각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도리없이 주심판사에게 대하여 법관기피신청을 제기하였다. 역시 예상대로 10분 뒤 즉석에서 각하되었다.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려는 작전이라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변론이 모두 끝나고 판결 선고일자는 추후 통지한다는 선언이다. 며칠 뒤 변론재개 신청서를 냈다. 물론 법원으로부터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어쨌든,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으로서 단 한 푼의 수임료도 받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법정 투쟁을 다 하였다.
  
  그런데, 언론들은 나의 변론에 대하여 변론의 내용은 하나도 소개하지 않고 무조건 내가 법관에게 예의도 지키지 않고 막말로 변론을 하였다며 나에게 '막말 변호사'라는 불명예스러운 호칭을 붙였다. 변호사가 법관을 비판, 비난하는 것은 법관에 대한 불경죄가 된다는 것이다. 변호사의 분수도 모르고 법관에게 대드는 무례한 변호사라고 비난일색(非難一色)이었다. 대한변호사회장으로 새로 당선된 후배 변호사가 기자들에게 선임 변호사회장인 나를 막발 변호사로 징계하겠다고 말한 기사가 크게 신문에 났다.
  
  그러나, 태극기 집회에 나온 수만 명의 사람들은 나의 변론이 법리에 맞는 용기있는 변론이라며 격려하여 주었다. 그리고, 그 변론 때문에 헌법재판소 판사들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각하하거나 기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하였다. 나는 마음을 비웠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도 각오하며 조용히 판결을 기다렸다.
  
  운명의 3월 10일 판결 선고날 아침이다. 동료 변호사님으로부터 판결선고 들으러 법정에 가지 않겠느냐고 연락이 왔다. 나는 사양했다. 솔직히 말해 당일 아침에 일어나니 왠지 기분이 안좋았다. 지난 일을 되돌아보니 헌법재판소 판사들은 이미 2월 초에 탄핵을 인용하기로 작정하고 이정미 판사가 퇴임하기 전에 서둘러 재판을 끝낸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이 왔다.
  
  오전 10시가 훨씬 넘어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8:0의 전원일치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인용되어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다는 것이다. 탄핵이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은 들었지만 탄핵에 반대하는 판사가 한두 명은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단 한 명도 없이 전원일치라니 어이가 없었다. 한국 판사들의 수준이 이 정도인 줄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 허탈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못마치고 중도에 탄핵으로 파면당해 쫓겨난 한국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청와대를 나왔다. 거기서 그녀의 비운(悲運)이 끝나지 않고 그 며칠 뒤엔 뇌물범으로 구속되고 교도소에 갇혀 아직까지 끝없는 재판을 받고 있다. 결국엔 여생을 교도소에서 마칠지 모른다. 아니면 그 중간에 목숨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1년 전 나의 법조계 친구들이 나에게 한 말이 그대로 맞았다. 헌법재판소는 이름이 재판소이지 법원이 아니다. 적법절차는 미국의 법정에서나 통하지 한국의 법정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법치주의가 헌법재판소에서 통용되리라고 믿고 끝까지 주위 사람들의 자진사임 권유를 거부하고 법정투쟁을 선택한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그의 무죄를 변호하겠다고 미국에서 날아와 변론을 편 나와 그밖의 여러 변호인들은 어쩌면 한국 정치와 언론, 사법의 수준(水準)과 실상(實像)을 전혀 알지 못한 순진한 이상주의자들인지 모른다. 어리석게 법치주의의 이상을 고집하다 현실의 언론, 정치, 사법 권력이 휘두르는 칼 앞에 속절없이 무너진 희생자들인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수십만, 수백만의 국민이 나의 변론을 유튜브에서 보고 들었다. 그리고 공감하였다. 지금도 믾은 국민이 보고, 듣고, 공감하고 있다. 그들은 아무 증거와 법리도 없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파면한 헌법재판의 무효와 박근혜 대통령의 석방을 외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쉬지 않고 토요일마다 태극기 집회에 나오고 있다. 그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중단당하고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해야 할 만큼 중대한 헌법위배나 법률위배가 없는데도 권력에 눈먼 한국의 국회, 언론, 검찰, 법관들이 적법절차에 위배하여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고 구속하였음을 잘 알고 있다.
  
  법에 따라 파면되고, 구속되고, 처벌되어야 할 사람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중에서 가장 깨긋한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오히려 그녀에게 수백억 뇌물범이며 세월호 조난사고 희생자들의 살인범이라는 터무늬 없는 누명을 씌워 대통령직에서 파면하고, 구속한 언론인, 검찰, 국회의원, 법관들임을 그들은 확신하고 있다.
  
  나의 변론은 비록 현실에서 패배하였지만 미래의 한국에서 법치주의를 꽃피우는 씨앗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남긴 글과 연설은 한국 법제사에서 법치주의의 순교자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과 함께 오래동안 남을 것을 확신한다. 그러기에, 나의 변호인 임무는 도덕적으로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의 영원한 고객 박근혜 대통령이 억울한 영어(囹圄)생활에서 풀려나고 그의 깨끗한 이름이 회복될 때까지.
  
  2017. 12. 8. 김평우 변호사(前 대한변호사협회장, '탄핵을 탄핵한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