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래 잃은 뻐꾹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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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파 김상용의 시 한 수의 첫 마디입니다. 해는 점점 짧아져 동지가 멀지 않고 가로수의 나뭇잎은 시들어 맥없이 떨어지는 이 한 때, 뻐꾹새는 노래를 잃었습니다. 카나리아 같은 비싼 새들은 노래를 못 불러도 우리는 살 수 있지만, 민중을 대변하는, 민중의 새 뻐꾸기가 노래를 못 부르게 되면 우리는 살 수가 없습니다. “뻐꾹, 뻐꾹” - 그 노래마저 들리지 않으면 이 백성은 무엇을 기대하고 엄동설한을 맞이할 수 있겠습니까? 이 땅의 지식인들, 배웠다는 사람들, 뙤약볕에 김을 매지도 않고, 도심의 집들을 찾아다니면서, “똥 퍼요, 똥 퍼요”하지도 않고 편하게 앉아서 공부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출세할 수 있었던 형제여, 자매여, 대학출신들이여, 이제 우리가 ‘흑암의 음침한 골짜기’를 더듬어가는 우리 동족을 위해 노래를 부릅시다. 우리들의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배운 사람들’이 되었으면서도 우리는 여러분을 깔보고 잘난 척 하였습니다. 배운 우리가 못 배운 여러분을 섬길 생각은 안 하고 그저 부려만 먹었습니다. 여러분의 노여움이 상투 끝까지 올라간 것도 이해가 갑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쥐어짜기만 하면서 편하게 살았습니다. 노래 잃은 이 뻐꾹새들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를 빌고 또 빕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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