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부냉추(鷹孵冷秋)
[요약] (鷹:매 응, 孵:알 깔 부, 冷:찰 냉, 秋:가을 추)
스산한 가을에 매가 알을 깐다는 뜻으로, 매가 가을에 알을 까면 그 새끼가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기기가 어렵다는 것에 비유하여 우매한 것을 비유하는 말.
[문헌] 한국천주교회사(韓國天主敎會史)
[내용] 조선 제 22대 정조(正祖) 때,
영의정이자 신서파(信西派)의 영수(領袖)였던 채제공(蔡濟恭.1720~1799)은 당시 서양에서 새롭게 유입된 천주교(天主敎)에 대한 박해를 막아주었다. 그러자 이에 맞선 공서파(攻西派)는 그를 파직하고 유배를 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정조의 특별한 신임으로 천주교 처리 문제를 위임받아 천주교에 대해서 온건 정책을 유지했다.
채제공은 어렸을 적에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 절에서 공부를 했다. 그의 집은 워낙 가난하여 철 따라 갈아입을 옷은 고사하고 식량마저 제대로 대지 못했다. 때문에 같이 공부하는 명문대가의 아이들로부터 멸시받고 따돌림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채제공은 조금도 기가 꺾이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했다.
섣달그믐이 다가오자 한 해를 보내는 기분에 들뜬 아이들이 각기 시로써 감회를 표현했다. 그런데 채제공은 그저 담담하게 앉아만 있었다.
아이들은 그를 놀리면서 너도 시(詩)를 한번 지어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래서 그는 마지못해 시를 써내려갔다.
“추풍고백(秋風古栢)에 응생자(鷹生子)요,
설월공산(雪月空山)에 호양정(虎養精)이라”
가을바람 불 제 해묵은 잣나무엔 새매가 새끼를 치고
눈 내린 달 빈 산에는 호랑이가 정기를 기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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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스산한 고목에 어리석은 매가 새끼를 까고
싸늘한 달, 눈 덮인 산에서는 범이 정기를 키운다.
그 아이들 중에는 재상의 자제도 있었다.
재상은 아들이 돌아오자 그날 있었던 일을 이것저것 물어 보다가 채제공이 지은 시 이야기를 들었다. 재상이 아들에게 물었다.
“너는 그 아이의 시가 어떻다고 생각하느냐?”
“형편없는 시지요. 글쎄 가을에 매가 새기를 까다니 말이 안 되잖습니까?”
그러자 재상은 혀를 차며 말했다.
“너는 헛공부만 했구나. 그러니 그런 욕을 먹어도 알아차리지 못하지. 들어 보아라. ‘가을바람 스산한 고목’은 머잖아 영화를 잃게 될 권문세가를 비유해서 한 말이다. 그리고 ‘어리석은 매가 새끼를 깐다.’ 고 한 것은 우둔한 너희들을 비웃는 말이다. 가을에 깐 새끼 매가 어떻게 겨울을 나며. 매 구실을 할 수 있겠느냐? 이는 곧 매의 새끼이긴 해도 결코 매가 되지는 못한다는 비웃음이다. 그리고 ‘싸늘한 달. 눈 덮인 산에서는 범이 정기를 키운다.’ 고 하는 구절은 모든 고난을 딛고 학문에만 전념하는 자기를 비유한 것이다. 알겠느냐?”
체제공은 훗날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 박식하여 국조보감(國朝寶鑑)의 편찬에 참여했으며 시호는 문숙(文肅)이다.
(임종대 편저 한국 고사성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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