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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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명한 한 마디가 그리스 철학의 출발점이었다고 하는데 이 말이 올림포스 신전의 돌 문설주에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을 맨 먼저 던진 철학자가 소크라테스이기 때문에 이 한 마디의 주인공이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후세의 인간들은 믿고 있습니다. 이 말의 참 뜻이 무엇입니까? “너 자신의 탁월한 능력을 더욱 개발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라”라고 풀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아는 척 하지 말라” “주제넘게 굴지 말라” “잘난 척 하지 말라” “네 분수를 알라”라는 뜻으로 우리들은 이해하고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로 삼습니다. 개인의 기념관을 만들기를 바라는 저명인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성적표나 공책을 모아두기도 하고 상장이나 표창장을 모아두고 심지어 담뱃대나 재떨이도 다 모아둡니다. 그런 유품들을 가지고 이미 기념관을 만든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판단이 잘못된 처사입니다. 그를 알던 사람들도 다 세상을 떠났고 요새 젊은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조차 모릅니다. 우리시대에 한 자리 했던 사람들이 많은데다가 그가 그 본인이나 가족들이 생각하는 만큼 중요한 인물도 아니었습니다. 세월이 가면 다 잊혀지게 마련인데 그런 이들의 유품은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나누어주면 혹시 잘 보관·보존이 될지 모르지만 한 데 모아둔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가깝던 이들도 다 세상을 떠나면 전시됐던 유품들은(몇 가지 귀중품을 빼고는) 몽땅 트럭에 실려 쓰레기 소각장으로 행하게 될 것입니다. 남들이 갖고 싶어 하는 물건들을 가진 것이 있으면 죽기 전에 사랑의 이름으로 나눠주세요. 그럴 수 있는 기회를 만드세요.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힘도 줄어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모든 예술작품도, 그림이건 조각이건, 젊어서 만들어야지 늙으면 점점 어려워집니다. 50년, 100년 뒤에도 한국인들이 안중근이나 윤봉길의 유품은 간직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안창호나 이상재의 글씨는 갖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러나 김동길은 누군지 알지도 못할 겁니다. 그 정도는 나도 압니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이것이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충고에 대한 나의 대응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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