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고 나면 |
|
비가 여러 날 무섭게 오면 홍수가 나고 강변에서 농사짓던 조상들이 물에 떠내려가기도 하고, 강변에 심었던 곡식을 몽땅 잃기도 하였습니다. 농부들에게는 가뭄도 걱정이었지만 홍수는 더 무서운 재앙이었습니다. 한발이 심하면 나라의 임금님이, “과인이 덕이 부족하여”라고 참회하시며 ‘기우제’(祈雨祭)를 올리기도 하였으니, 큰 비가 연일 쏟아져 홍수가 나면 임금님도 ‘속수무책’이었을 것입니다. 햇볕이나 물이 우리 생활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지만 우리들에게 재앙이 될 수 있는 것 중에도 물은 태양보다 더 무서웠습니다. ‘노아 홍수’ 이야기도 물난리를 피하고자 애쓴 조상들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농사짓던 조상들이 계절에 대해 민감하여 해와 달, 그리고 별자리에 대한 관심이 켰기 때문에 천문학은 발달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하여 생긴 수학, 기하학이 모든 과학의 기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가뭄이 들 것에 대비하여 저수지도 만들고 홍수에 대비하여 뚝도 쌓았고, 그런 큰 토목공사에는 강제노동(corvée)이 불가피했습니다. 그래서 독일의 시회학자 Witfogel은 ‘오리엔트의 전제주의’(Oriental Despotism)의 당위성을 주장했습니다. 개울이 있고 강이 있고 호수가 있고 폭포가 있고 바다가 있습니다. 모든 살아있는 동식물의 생명줄이 바로 그 물에 있습니다. 물이 없으면 우리는 못삽니다. 그만큼 소중한 것이 물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에는 완전히 실패했지만 이 나라의 물은 지켰어야 하는데 그는 선거공약이던 ‘대운하사업’은 포기하고 ‘4대강’에서 물장구치다가 그것도 뜻대로 안 되었고, 그는 독도를 한번 둘러보고 대통령의 자리를 물러났습니다. 독도에 가서 물 구경 한번 실컷 하고 청와대를 물러난 것입니다. ‘산 좋고 물 좋은 나라’가 우리가 사는 한반도입니다. 옛날 중국 글에 ‘우후산여목’(雨後山如沐)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산에 먼지가 생기면 사람이 쓰는 청소기로는 깨끗하게 할 수가 없습니다. 비기 한번 넉넉하게 쏟아지면 산 전체가 깨끗해집니다. 산을 더럽히는 것은 먼지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입니다. 쓰레기 때문에 산이 신음합니다. 홍수가 안될 만큼 한 소나기 쏟아지기를 간구합니다. 비를 두려워하지는 맙시다. 비 오고나면 산이 목욕한 듯 깨끗해지는 것만이 아니라 비가 온 뒤에는 땅이 굳어지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큰 비를 기다립니다. 더러운 쓰레기는 다 저 큰 바다로 씻겨가고 질벅질벅하던 이 나라의 땅도 좀 보송보송해지기를 갈망합니다. 산도, 사람 사는 세상도, 한번 큰 비로 깨끗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글,문학 > 수필등,기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熱夏日記-폭염 주의보 발령 (0) | 2016.08.05 |
---|---|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는데- (0) | 2016.08.04 |
늑대 같은 남자가 되라 !! (0) | 2016.07.24 |
국민 투표를 다시 해 보면 (0) | 2016.07.23 |
역사는 우리에게 (0) | 2016.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