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5개 인종 12만 명 정보 조사
동아시아 환자서 확인된 유전자
서양인보다 뚱뚱하지 않은데 발병
“인종별 맞춤형 치료법 개발 가능”
박경수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다른 인종에선 전혀 나오지 않은 PAX4의 변이가 한국·중국·싱가포르 등 동아시아인에게서 발견됐다는 것”이라며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뚱뚱하지 않으면서도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차이점을 설명하는 유전 변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더 많은 수의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연구할 경우 추가적인 한국인 특이 유전자를 더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
김봉조 질병관리본부 형질연구과장은 “연구 대상자를 당뇨병 환자와 일반인으로 나눠 이들의 전장 유전체(전체 유전자 염기 서열)를 각각 분석해 일반인에겐 없거나 드물지만 당뇨병 환자에겐 많이 발견되는 유전자의 변이를 찾아냈다”며 “한 사람의 유전 정보가 30억 개의 염기 서열로 구성되는 만큼 방대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연구가 시작된 건 당뇨병이 국제 보건의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전 세계 성인 11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로 약 4억1500만 명의 성인이 당뇨병을 앓고 있고 이 중 매년 약 500만 명이 숨진다.
이번 연구 결과는 맞춤형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 김 과장은 “개인별로 유전자 검사를 한 뒤 당뇨병 유전자를 가진 경우 미리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 등을 조심하면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발병 시기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박 교수도 “특정 유전 변이를 가진 사람은 A라는 약이 잘 듣는다는 식으로 맞춤형 치료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Nature)’ 7월호에 게재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