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긴 詩
수천 / 김용오
오늘도 난 무수한 별들이 날 보고 가난뱅이인 저놈이 시인이듯 흉내를 내고 있다며 남빛의 웃음들을 흘리며 손가락 짓들을 하고들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난 저들인 별들이 가지지 못한 가진 것들을 가지고 있다. 이 밤에도 저 별들이 새하얀 조약돌(雪)들을 빚어
내게
던지며 놀림 질을 하는데도 슬퍼해할 이유도 아파해야할 이유도 가난타해야할 하등의 이유는 더더욱 없다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왜냐면 난 박용래시인의 월훈인 눈물단지 하나를 달뜨는 삼경에 도둑질을 하여 앞지퍼에 꿰차고 다니며 배고프고 눈물이
마리다
생각되면 때와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그 월훈단지 하나를 불쑥 꺼내 폭포수인 염병할 저놈의 눈물로 물래 방아를 돌려 두 석의
보리쌀을
빚어 나처럼 가난한 사람들과 한 끼의 허기짐을 나눌 수 있으니 배불러 좋고 방아를 돌려 쏘아 된 빛발 친 은빛의 내 눈물들이
유서깊은
한강을 굽이쳐 흘러 흘러 금강을 지나 불꽃틔는 전쟁으로 아직도 눈을 감질 못한 무수한 이름 모를 철모들이 수초들로 위장을 하여
적진을
향해 굽이쳐 뛰어가며 그리운 이름을 부르는 마지막 보루였던 우리의 새하얀 전쟁인 낙동강의 그 전선을 애달프다 무거운
묵념으로서
작별을 고하고 명장의 그 가파른 숨결이 검푸른 파고로 넘실거린 통영의 한산도를 거쳐 남해를 거슬러 날이면 동백이 청사초롱등을
밝혀
꽃가마들로 질펀한 오동도에까지 흘러 한려수도인 우리의 천의 꽃길을 이룬다 생각해보라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장녹수의 나신이라
해도
좋을 다도해를 그윽한 눈으로 응시하며 나풀거리며 뛰어오는 멍울진 그녀의 가슴을 안는다 생각해보라 얼마나 세월을 초월하는
아름다운
조우에 녹수가 파도를 치렁치렁 걸치고서 신고 온 이생진의 집신 두 짝을 벗겨 하늘 높히 쳐들고서 콩닥거린 그 머리로 녹수의
가슴에
기대고서 해삼 두 토막에 소주를 털어 넣는 경사스런 초야의 첫 날임에 혼이 쏙 빠저 좋고 천상병 시인께서 소풍을 끝내며 뜨락에
심어
놓고 간 나무들 중 내가 좋아하는 건실한 나무 하나를 꺾어 밤만 되면 삵으로 돌변한 양귀비가 오장육부를 먹어 치워버려 북소리만 나는
가슴 한쪽에 살뜰히 심어 놓고 앞지퍼에 꿰차고 있는 화약 냄새나는 월훈의 그 피스톨을 다시 꺼내 건드리면 불을 뿜는 그
총구로
수북이 물을 쏘아 뿌리를 내려놓고 탄소봉인 녹잎을 틔워야 해서 진한어둠에서 발효될 때로 발효가 된 유기질에서부터 인이라 할
백석시인의 그 문디인 거름 한 짐을 푹 퍼다 아랫목이듯 왁자지껄 군불을 지펴주고선 자잘하게 틔운 그 잎들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좌인
눈망울쯤으로 자랄 때쯤이면 김유정선생께서 허구헛날 그 긴 눈썹을 설어가며 아프게들 틔웠을 핏빛인 그 동백들에서부터
호랑이가 물어가야 했을
애증의 그림자 하나가 버지니아의 울프를 달리며 무엇을 훔칠 것이 더 있다고 흔하디 흔한 그 방울소리들
한 번을 울리지 아니하고선 떨어질 곳이 천지였음에도 천인이 공로타 할 독살스런 술병에 팩하고 나뒹구는 별이 되게 하여 말간
그
눈들을 가진 순진한 양들을 멍청이인 겨우살이풀로들 살라며 오를 수 없는 참나무 끝에 오르게들 해놓고서 엄동설한에 녹빛의
고드름들로 달달들
흐르게 해놓은 목마를 탄 숙녀의 옥고에 있어 이리 쓰지 않았으면 자신의 명줄을 사람들이 끊어 놓을 것 같아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다는
박인환의 후일담을 듣곤선 함께들 있는동서양의 내놓라하는 명망있는 대 문인들이 저 마다들 고개들을
끄덕이고서 산수유가 연초록의 노래들을 부르고 함께 있는 이들을 반갑게들 맞으며 버들강아지들이 멍멍 들 짓고들 따르는
저
자드락길을 오르며 저들이 이구동성으로들 나누는 그 바람소릴 듣고파 앙드레지드의 좁은 숲 하나가 열리길 이팝나무 뒤에 도둑이듯
숨어
있다 좁은 문 하나가 열리길 무섭게 동서고금의 명물이라 할 저들과 합류를 해서 저들이 바람에서부터 별들을 틔워야 했던
전설이라 할 우리의
얘기들을 듣는다 생각해보라 이보다 더 배부를 일이 어디들 있을 것이며 이보다 더 행복하다 해야 할 일 또한
세상천지 어디에 또 있을까를.
★ Moonlight Frontier - Lin 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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