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의 진실/줄기세포

<황우석 사건 10년> ①'줄기세포 신드롬'이 빚어낸 홍역앓이

淸潭 2015. 12. 6. 11:10

<황우석 사건 10년> ①'줄기세포 신드롬'이 빚어낸 홍역앓이

10년 지난 지금도 과학계 곳곳서 '연구부정' 스캔들

 

10년 지난 지금도 과학계 곳곳서 '연구부정' 스캔들

<※편집자 주 =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을 맞았습니다. 복제 송아지에서 출발해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 기술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황우석 박사는 난치병 치료의 신기원을 열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황우석 박사가 논문에서 밝힌 줄기세포는 거짓이었으며 난자 채취 등 연구과정도 비윤리적이어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결국 검찰조사를 받고 8년의 법정공방을 거치며 우리나라 최고 과학자에서 연구부정을 자행한 부도덕한 인사로 낙인찍혔습니다. 또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으면서 미국과 영국, 일본 등으로 주도권을 넘겨주었습니다. 연합뉴스는 온 사회가 홍역을 앓을 정도로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황우석 사태 10년의 경과를 7건의 기획기사로 준비했습니다. >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황우석 박사는 1999년 우리나라 최초의 복제 송아지 '영롱이'를 탄생시키면서 스타 과학자가 됐다. 당시 외환 위기의 충격에 빠져 있던 국민은 큰 기대와 위안을 얻었을 정도다.

황우석 박사는 이후 국내 우량 한우소 복제사업으로 연구영역을 넓혔고 5년이 지난 후에는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줄기세포 기술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복제동물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기술을 사람에게 적용해 성공한 것이다.

체세포복제줄기세포는 기증받은 난자에 성인(환자)의 피부세포에서 빼낸 핵을 넣는 '체세포 핵이식' 방식으로 만든 배아줄기세포를 말한다. 인체의 모든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만능줄기세포로도 불리며,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황 박사팀은 2004년 이런 내용의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다시 사이언스지에 체세포 배아줄기세포 11종을 더 수립했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세계 최고의 저널에 이같은 연구성과가 연이어 게재되자 황 박사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당연히 그때까지 그의 연구성과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2005년 11월 MBC PD수첩의 난자 채취 윤리성 논란에서 시작된 의혹은 줄기세포 논문 조작 폭로로 이어졌고, 그해 12월 29일에는 황우석 연구팀이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거짓으로 만들어냈다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때부터 황우석의 신화는 흔들리고 검찰조사까지 시작됐다.

황우석 박사는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최종 선고받기까지 연구부정 관련 법정 다툼으로만 장장 8년을 보냈다.

'희대의 연구부정'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황우석 사건은 10년이 지나는 동안 과학계를 넘어 언론, 생명윤리, 정부, 여성 등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논란과 변화를 몰고 왔다.

눈여겨볼 대목은 황 박사가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지지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배아줄기세포의 난치병 치료에 대한 기대와 환상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연구성과를 내려면 아직 갈 길이 먼데도 난치성 환자를 중심으로 국민적 기대치는 이미 치료제가 임박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황우석 사건 전개과정에서 나타난 이런 현상을 일컬어 '황 박사 증후군'(Dr. Hwang syndrome)이란 사회과학적 용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황 박사도 내년 2월이면 형 집행이 끝나 자유의 몸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황우석 사건이 교훈이 돼 변화를 몰고 올 것처럼 보였던 연구부정은 고장 난 기관차처럼 멈추지 못한 채 현재까지도 곳곳에서 '진행형'이다.

맹광호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는 "황우석 사건을 통해 연구나 개발 활동은 반드시 생명윤리와 연구윤리 규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아주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면서 "생명과학분야 연구와 기술의 업적은 오로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것이지 이런 업적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특정 이해 당사자의 소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황우석 사건으로 연구윤리 전반이 한층 성숙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연구부정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건 2년이 지난 2008년에는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김태국 교수가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판명나면서 '제2의 황우석 사건'으로 불리며 연구윤리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서울대에서는 2012년 강수경 수의대 교수가 줄기세포 논문 17편에서 연구 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나 해임되는 사태가 또 발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서울대에서는 2012∼2014년 사이 위·변조 6건, 연구부적절행위 3건, 표절 2건, 위조 1건 등 모두 12건의 연구부정이 적발됐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여서 대학교육연구소가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황우석 사건 이후인 2008년부터 5년간 전국 415개 대학의 연구윤리위반 적발 건수는 35개 대학, 169건으로 조사됐다.

최근만 해도 국내 최연소 박사가 될 예정이었던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송유근 군의 블랙홀 연구 논문이 국제학술지 측으로부터 표절 판정을 받아 논문 게재가 철회되는 홍역을 치러야 했다.

세계 최고의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은 지난달 기사에서 한국 과학자들의 이런 연구부정행위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연구자가 논문을 제출할 때 '동료 평가'(Peer review)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짜로 만든 동료 평가자들의 이메일 주소를 첨부함으로써 '가짜 동료 평가'를 한 원조국가가 한국이라는 게 이 기사의 요지다.

전문가들은 연구부정이 하루아침에 근절되는 것은 아닌 만큼 지속적으로 부정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대희 서울대의대 학장은 "황우석 사건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과학계에서 연구부정이 계속된다는 것은 그만큼 연구자 스스로 혁신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한국 과학계의 국치로 여겨졌던 당시 교훈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연구부정을 없애려는 노력을 다시 한번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io@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