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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談] 곰보 며느리

淸潭 2015. 11. 9. 14:51

곰보 며느리

천석꾼 부자 이 초시의 아들 덕진…아버지처럼 과거만 보면 낙방
술마시고 들어온 적막한 밤, 침모 방으로 들어가…
두달쯤 지나 침모 몸에 열이 펄펄…보름만에 일어나 거울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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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석꾼 부자 이 초시는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덕이 넘치는 선비다. 하지만 젊을 때 여덟번이나 과거에 낙방해 청춘이 인고의 세월이었던 것이 한으로 맺혀 있다. 아들 덕진이가 아버지의 한을 풀겠다고 공부에 매달렸다. 이 초시는 아들도 자신처럼 될까 봐 우려했지만 말리지 않았다.

 덕진이는 초시에 어렵지 않게 합격했다. 그러나 이게 또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아버지 이 초시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 과거만 보면 낙방이다. 덕진이는 일곱번 낙방한 뒤로 주막집에 살면서 술로 세월을 보내고, 아버지 이 초시는 아들을 말리지 못한 회한으로 밤을 새웠다.

 이경(밤 9시~11시 사이)이 지나 모두가 잠든 적막한 밤에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온 덕진이는 안마당에 서서 감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그믐달을 하염없이 쳐다보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침모(針母) 방으로 들어갔다.

 열일곱살 침모는 3년 전에 이 초시 집에 들어와 깔끔한 바느질 솜씨에 자수까지 잘 놓고 말과 행동거지가 조신해 안방마님의 사랑을 독차지해 왔다. 어디 그뿐인가. 글도 잘해 수전증에 걸려 붓을 못 잡는 이 초시를 대신해 서찰을 쓰는데 가히 명필이다. 피어오르는 모란꽃 봉오리처럼 자색 또한 빼어났다. 그때까지 촛불 아래서 자수를 놓고 있던 침모는 술에 취해 들어온 덕진이에게 놀라 뒷걸음질치다가 벽에 막혔다. 덕진이는 방바닥에 얼굴을 박고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침모는 덕진이를 도닥이며 말했다.

 “도련님, 너무 괴로워하지 마세요. 내년 봄에는 붙을 거예요. 매일 새벽 정한수를 떠놓고 빌었는데…. 제 정성이 부족했나 봐요.”

 덕진이가 고개를 들고 물끄러미 침모를 바라보다가 와락 그녀를 껴안았다. 침모는 앙탈을 부리지 않았다.

 “도련님의 시름을 덜 수 있다면 쇤네 기꺼이 옷을 벗겠습니다.”

 그녀는 촛불을 등지고 일어섰다. 고름을 풀고 저고리를 벗자 터질 듯한 젖무덤이 치마끈에 묶여 새하얗게 드러났다. 치마를 벗어내리고 고쟁이도 벗자 촛불의 역광으로 속치마 속의 유려한 열일곱살 처녀의 몸매가 그대로 비쳤다. 정신 나간 듯 쳐다보던 덕진이 그녀의 허리를 잡고 ‘후~’ 촛불을 껐다. 열일곱 동갑내기의 싱싱한 음과 양은 불덩어리가 되어 으스러질 듯 껴안고 뒹굴다가 마침내 덕진이의 양물이 침모의 옥문을 뚫었다. 아~ 구름이 몰려오고 천둥이 치고 폭우가 쏟아지며 하늘은 찢어지고 땅은 갈라졌다.

 두달쯤 지났을 때다. 침모가 몸에 열이 나 드러누웠다. 열이 펄펄 끓기 시작하더니 얼굴, 가슴, 허벅지에 수포가 돋아났다. 마마 귀신이 들어온 것이다. 안방마님이 극진히 돌봐서 목숨은 건졌으나 보름 만에 일어나 거울을 본 침모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 곱던 얼굴이 박박 얽은 곰보로 변한 탓이다. 게다가 입덧까지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꼭두새벽, 침모는 보따리 하나만 끼고 장옷을 쓴 채 몰래 이 초시 집을 나와 안개가 자욱히 낀 나루터에서 첫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 건너서 어렴풋이 배가 오는데 또 한사람의 배 손님이 안개 속에 숨을 헐떡이며 뛰어왔다.

 “못 가오!”

 침모의 보따리를 뺏어든 사람은 덕진이다. 침모는 눈물을 흘리며 이 초시 집으로 돌아왔다. 덕진이가 제 아비 앞에 꿇어앉아 침모가 홀몸이 아니라는 걸 고백하고 이제는 과거를 접고 농사를 짓겠다고 아뢰었다. 이 초시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안방마님도 한숨은 쉬었지만 반대하지 않았다.

 둘은 소박하게 혼례를 올렸다. 어느 날 밤, 곰보 며느리가 새신랑 덕진이에게 말했다.

 “내년 봄 한번만 더 과거를 보십시오. 그리고 시앗을 보십시오. 꿈에라도 투기하지 않겠습니다.”

 “부인의 두가지 청 중에서 한가지는 들어주겠소.”

 이듬해 봄, 덕진이는 급제하여 어사화를 쓰고 금의환향해 잔치판이 아흐레나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임금의 명을 받은 승지가 말을 타고 이 초시 집에 들이닥치는데 그 뒤에는 사또와 육방관속이 머리를 조아리며 따라왔다. 무오사화에 멸족을 당한 유 대감 댁에서 딸아이 하나가 도망쳐 목숨을 건졌는데 연산군이 폐위되자 중종의 명으로 물어물어 그 아이를 찾아온 것이다. 침모였다가 며느리가 된 곰보, 바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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