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의 아들인 잉어를 구해주어 보은을 받았다는 내용의 설화. 신이담(神異譚) 중 응보담(應報譚)에 속한다. ‘방리득보설화(放鯉得寶說話)’라고도 하며, 내용의 변이에 따라 ‘자라의 보은’, ‘해인사의 유래’라고도 한다. 전국에 걸쳐 널리 구전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부가 잉어를 잡았다가 애원하는 듯한 잉어의 눈을 보고는 도로 놓아주었다. 얼마 뒤 꿈속에 사람이 나타나, 자신은 며칠 전에 살려 준 잉어인데 원래는 용왕의 아들로, 아버지인 용왕이 용궁에 모셔 오기를 원하니 함께 가기를 청하였다.
그리하여 용궁에 가서 환대를 받고 돌아오려 할 때, 용왕의 아들이 “가지고 싶은 물건을 청하라 하면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이루어주는 구슬을 달라고 하십시오.”라고 귀띔을 하였다. 물론, 어부는 구슬을 얻어 가지고 집에 돌아와서 큰 부자가 되어 잘살았다.
이 설화는 범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특히 아시아 일대에 많은 자료가 보고되어 있다. 중국 이야기에는 거북 또는 자라가 많이 등장하며, 보은으로 생명을 구해 주는 경우가 많다. 몽고나 일본 이야기는 잉어 대신 뱀이 등장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용궁이 등장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자라를 구하였다는 경우에 보은으로 주인공이 벼슬을 얻게 된다는 것이 흔하다.
각 편에 따라, 어부가 아닌 나그네가 잉어를 가지고 놀던 사람들로부터 사서 놓아준다고 설정한 경우도 있다. 보답으로 받는 물건도 상자·연적(硯滴)·가락지 등으로 다양하지만 모두 부귀를 가져다주는 보물이라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구해 준 잉어가 용녀(龍女)여서, 보답으로 용왕의 딸과 혼인하게 되었다는 변이형도 있다.
또한, 주인공이 보은을 받은 뒤 그 후손들은 잉어를 먹지 않게 되었다는 특정 가문의 전설이 되는 경우도 있고, 보답으로 둑이나 강이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지명유래전설로 변한 경우도 있다. 한편, 용왕의 아들이 변한 개에게 먹이를 주고 잘 보살펴 그 보답으로 용궁에서 받아온 해인(海印)으로 해인사를 짓게 되었다는 해인사연기설화(海印寺緣起說話)도 많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 설화에 용궁에서 얻어온 구슬을 잃어버려 개와 고양이가 다시 찾아온다는 내용이 후반부에 결합된 ‘견묘쟁주설화(犬猫爭珠說話)’도 널리 알려져 있다. 용을 도와주어 그 보답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신라 시대 거타지설화 이래로 다양하게 전승되어 왔다. 거타지는 보답으로 용녀와 혼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하였으니 이 설화와 상통되는 점이 있다. 그러나 거타지는 활을 잘 쏘는 비범한 능력을 갖춘 반면에, 이 설화의 주인공은 예사롭기만 한 사람에 불과하다.
거타지의 능력을 받아들이면서 이루어진 고려 국조(國祖)인 작제건(作帝建)의 신화에서는 용녀와 혼인하여 결국 나라를 세울 위대한 자식을 낳을 수 있었던 반면에, 이 설화에서의 보답은 일상적인 행복을 이루는 데 그친다. 이 설화는 신화로부터 하층의 설화로 이동하는 단계를 살필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한편, 자라를 구해 주어 보은을 받는 내용은 고전소설인 〈숙향전〉에서도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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