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
자기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도록 하는 절을 의미한다.
한경혜. 그녀에게 있어 오체투지의 절은 생명과도 다름 아니다. 그녀는 오늘까지 23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천 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생애 세 번의 ‘만 배 백일기도’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이 책은 절을 통해 신성한 마음과 강인한 몸으로 다시 태어난 한 동양화가의 절 수행 이야기이다. 뇌성마비의 장애를 딛고 우뚝 선 그녀에게서 우리는 한 인간승리의 표본을 본다.
- 경남 진영에 가면 주남저수지를 따라 얕은 산기슭을 끼고 빨간 지붕의 동화 같은 집이 한 채 있다. 마치 헨델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처럼 색깔 고운 집이 바로 ‘작가의 집’이다. 거기에 한국화 작가인 한경혜가 살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일곱 번이나 수상을 하고 뒤늦게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미술계의 재원이다. 이곳에서 그녀는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도 하고 또 이곳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알려지면서 동양화 그리기, 도자기 굽기, 김치 담그기, 한복 입어보기, 다도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키워가고 있다.
경혜는 뇌성마비라는 선천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던 일곱 살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엄마의 손에 이끌려 막연히 성철스님을 찾아갔다. 어린 아이는 이틀 밤낮을 비틀린 몸뚱아리를 바닥에 던지며 삼천 배를 마치고 스님을 만났지만 얻은 것은 둥그런 원 하나를 그린 화선지 한 장 뿐이었다. 그렇게 성철스님과의 인연으로 경혜는 지금까지 23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원상을 걸어두고 절을 하고 있다. 성철스님과의 약속으로 숙제처럼 시작된 절 수행은 해를 거듭하면서 그녀의 몸에 서서히 변화를 일게 했다. 걸음걸이에 중심이 잡혔고 말도 또렷해졌다. 절은 그렇게 정상인과 별반 차이 없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적을 낳고 있었다. 그녀의 그러한 삶의 변화와 장애를 극복해가는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MBC 장애인의 날 특집 다큐멘타리의 주인공으로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몸의 기적을 시험이라도 하듯 장애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장정에 오른다. 누구도 그것은 불가능이라 했다.
그러나 그녀는 15박 16일, 그 험난한 여정에서도 매일 108배를 하며 5,545미터의 ‘검은 돌’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칼라파타르 정상에 우뚝 선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이라는 감동의 메시지를 전해준 하나의 드라마였다. 그 이후로 그녀는 ‘희망장애인’으로 선정되면서 150만 장애인들에게 도전과 희망이라는 꿈을 심어주고 있다.
그녀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그녀는 작가의 집에서 가르치던 아이들의 솜씨를 모아 전시회를 가졌다. 시골 아이들의 눈에 비친 자연의 색감을 그대로 살려 표현된 그림과 도자기 그리고 손수건염료 전시회는 미술계에 작은 파문을 던져주기도 했다.
- 세 차례의 만 배 백일기도 그리고 23년간 매일 거듭한 천 배.
그렇게 생애 천만 번의 오체투지로 그녀는 지금 장애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건강한 몸과 진화된 영혼으로 세상에 나투어 있다. 그녀는 지금 극히 온전하고 건강하다. 그녀는 절을 통해 삶의 지고지순한 깨달음의 경지, 구경각을 보았다.
그것은 절제된 웃음과 정화된 몸짓으로 스스로에게 ‘지금 여기, 나는 누구인가?’ 라는 끝없는 물음을 던지는 깨달음의 메시지였다.
몸에 또 마음에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경혜의 절 이야기는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반성과 용기와 희망의 진한 여운을 남긴다.
책 속에는 당시 백련암에서 아이들을 좋아하셨던 성철스님과의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장애인으로 살아온 피멍든 아픔을 털어내고 도전한 실크로드 답사기, 히말라야 트레킹, 만 배 백일기도와 매일 천 배하는 절의 의미 그리고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수상한 작품에 얽힌 이야기가 색다른 흥미와 감동을 자아낸다. 페이지마다 화가로서 필자의 특색을 살린 수묵화풍의 삽화와 수상작품을 함께 실어 이 책이 가진 의미를 더한다. 비록 몸은 장애인지만 정신은 결코 장애인이 아닌 강인한 아이로 홀로 설 수 있도록 키운 어머니의 지혜와 포용도 우리에게 절실한 깨우침을 전해준다. 이 책은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절 수행을 통해 극복해 가는 한 여류 동양화가의 준엄한 30년 삶의 기록이다. 선천적 장애를 축복으로 승화시킨 그녀의 이야기는 상실감에 젖은 이 시절의 우리들에게 진정한 도전과 용기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성철스님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천만 번의 오체투지
장애를 축복으로 승화시킨 30년 준엄한 삶의 기록
- 다섯 살까지 걷지도 못하던 뇌성마비 여자아이. 말은 입 안에서 버걱거리고, 얼굴은 제멋대로 돌아가고, 사지는 따로따로 허우적거리기만 했던 아이.
세상으로부터 내던져진 그 아이가 다시 새로운 삶의 끈을 부여잡게 된 계기는 바로 절이었다. 병원에서도 고개를 저었던 그 아이는 성철스님과의 인연으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렇게 매일매일 숙제하듯 천 배를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장애를 극복하기보다 차라리 운명을 개척해가는 수행의 방편이었다. 학교수업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았지만 오직 절하는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입검정고시를 3개월 만에 통과하면서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장애인인 탓에 목표였던 미대진학을 번번이 거절당했다. 하지만 전공을 달리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고 결국 95년에 처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입상하면서 화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지금까지 국전에서 두 번의 특선과 다섯 번의 입선 경력을 갖게 되었고 수차례 작품전도 열었지만 정식으로 미술공부를 하고 싶다는 꿈을 버릴 수가 없었다.
절은 집중력을 키워 공부에 매진하게 하는 또 하나의 에너지로 작용한 결과였으리라.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 진학을 하며 새로운 희망과 도전을 품은 채 올 여름 졸업을 맞는다. 이제 그 아이는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또 사랑스럽다. 뇌성마비의 몸으로 화가로 활동을 하면서 정상인도 쉽지 않다는 히말라야 등정에 성공한 이후 그 아이는 전국장애인체전에 ‘희망장애인’으로 선정되어 개막식행사에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이 땅의 150만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뿌려주었다.
그 아이는 대학시절 실크로드 여행을 하며 일행들과 찍은 비디오에서 우연히 비쳐진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을 발견하고 또 다른 절 수행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천 배를 하며 얻어진 내공을 시험이라도 하듯 그 아이는 목숨을 담보로 한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다.
‘만 배 백일기도’
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끝낼 수 없다는 그 수행의 길을 가며 죽음과 맞닥트리는 고비를 몇 차례씩 넘겨야했다. 스스로가 선택한 고행이기에 망상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 아이에게 있어 이 생에서 장애라는 윤회를 끊어내고 싶은 새로운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스물 두 살, 그리고 스물 세 살의 나이에 그 아이는 그렇게 세 번의 만 배 백일기도를 통해 천형과도 같은 뇌성마비를 극복하며 새로운 삶을 잉태하고 있었다.
아, 구경각! 삶에 대한 지극하고 완전한 깨달음.
그랬다. 그 아이는 절을 통해 구경각을 보았다. 그 아이에게 있어 절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바로 깨달음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2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천 배를 하고 만 배 백일기도를 세 차례 거듭하면서 생애 천만 번의 오체투지의 결과였다.
지금 그 아이는 영적으로, 육체적으로 보다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 태어나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경남 진영에 [작가의 집]을 지어 아이들과 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절 수행의 스승이면서 도반인 엄마와 함께 장애아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가 하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 문화를 알리는 체험의 장으로 자신의 꿈을 한껏 키워가고 있다. 우리는 그녀에게서 절을 통해 기적을 일궈낸 진정한 인간승리를 본다. [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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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저자 | 한경혜
그녀에게 있어 절은 곧 생명과도 다름 아니다.
그녀는 22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천 배를 하고 있다. 돌이 갓 지나 뇌성마비로 죽음을 선고 받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성철스님을 찾아갔다.
“네 몸을 건사하려거든 매일 천 배를 하라.”
성철스님과의 그 말 한마디 인연에 따라 7세 되던 해부터 지금까지 천 배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녀는 그런 내공의 에너지로 2년 전 히말라야 등정에 성공했다.
15박16일, 불가능해 보였던 히말라야 트레킹.
산을 오르면서도 매일 108배를 하며 자신과 싸워 정상에 우뚝 섰다.
22세 때는 불가수행자도 힘들다는 만 배 백일기도로 구경각을 보았다.
죽음을 담보로 한 만 배 백일기도를 그것도 생애 3번의 기록에 성공했다.
올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그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2번의 특선과 5번의 입선을 했다.
지금은 경남 진영에서 ‘작가의 집’을 운영하며 외국인 문화체험과 아이들에게 그림공부를 가르친다.
화가의 꿈을 키워가며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삶에 대한 도전.
오늘 날 뇌성마비의 장애를 딛고 우뚝 선 그녀의 강인한 몸과 신성한 마음은 바로 22년 간 천만 번이나 몸을 낮춘 오체투지의 결과이다.
우리는 그녀에게서 절을 통해 기적을 일궈낸 한 인간승리의 표본을 본다 [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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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절망의 끝에서 만난 절
장애 딛고 마음의 눈 뜨게 했죠"
천만배 절수행 한 경 혜 씨
기사등록일 [2004년 07월 19일 월요일] 이재형
“부처님, 전생의 업보를 이생에서의 내 목숨을 걸고 당당하게 도전합니다. 운명이라는 것에 맞서서 도전합니다. 만약 실패하면 나는 내 생명을 드리겠습니다.”
1996년 2월 1일, 한경혜(30) 씨는 1만배 백일기도에 들어갔다. 일곱 살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천배를 해 온 그에게도 매일 1만배씩 백일동안 한다는 것은 결코 호락호락할 수 없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절을 잘하는 사람이 108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10~12분, 조금도 쉬지 않고 그 속도를 계속 유지해 절을 해도 1만배를 하기 위해서는 약 17시간이 소요된다.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닌 100일간을…. 한 씨는 절수행의 극한점이라는 1만배 백일기도를 마친다면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껍질이 번데기처럼 벗겨질지도, 그리하여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손으로 새로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것은 바로 선천성 뇌성마비라는 운명에 대한 도전이었고, 자신을 자신의 힘으로 더욱 반듯하게 일으켜 세우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사진설명>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태어난 한경혜 씨. 그는 절수행을 통해 몸과 마음의 장애를 극복한 촉망받는 동양화가다.
“산다는 것, 장애라는 것. 부정 아닌 현실에서 간절하게 지푸라기라도 하나 움켜쥐는 심정으로 이 몸을 버릴 각오로 몸부림쳤습니다. 죽는 것과 사는 것 사이에서 나 자신에 대한 회한과 애절함으로….”
성철 스님 지시로 절 시작
1만배는 그야말로 초 단위의 투쟁이었다. 일분일초라도 헛되이 보내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탓이다. 그래서 쉰다는 의미도 다만 절의 속도를 늦추는 것일 따름이다. 한 씨는 한 배 한 배 빠르게 절을 해 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은 악귀가 되어 덤벼들었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다. 여기에 땀띠가 온몸을 뒤덮었고, 잠깐 눈을 붙이는 시간조차 지독한 고통으로 신음을 삼켜야 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듯싶었다. 실제 40여일이 지나면서 한 씨는 수면제를 한 움큼 삼켰다. 포기하는 대신 목숨을 바친다는 애초의 약속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죽는 일일까. 그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났고 그 날조차 1만배 절을 해야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니 1분1초를 뼈를 깎는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온갖 마장을 극복하며 한 씨는 마침내 100일 기도를 마쳤다. 피보다 진한 눈물이 흘렀다. 한 씨는 깨달았다. 이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음을. 또 그토록 원망하고 괴로워했던 장애가 오히려 진정한 축복이었다는 점도 뼈속 깊이 느꼈다. 심한 장애가 있었기에 절에 매달릴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불연을 맺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만배씩 100일간 수행
절을 마친 그녀는 실크로드를 여행하고 돌아와 다시 두 번째 1만일백일기도에 들어갔다. 만배의 고통을 치가 떨릴 만큼 잘 아는 한 씨였지만 다시 그 가시밭길을 선택한 것은 이번 생에서 진정 윤회를 끝내고 싶었던 까닭이다. 한 씨는 절이 몸의 주인이 되어버린 삶을 마음이 주인이 되는 삶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고통은 첫 번째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때론 코피가 수도꼭지에서 물 쏟아지듯 했고,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는 고통이 끝없이 밀려왔다. 그러나 분명히 달라진 것은 한 씨의 마음이었다. 고통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고통이 화두처럼 다가왔다. 몸의 괴로움을 대상으로 ‘이뭐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날들이 지나고 회향을 얼마 앞둔 무렵 감정의 변화도, 희망도, 절규도, 포기도 아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 때였다. 잠깐 점심을 먹으며 바라본 창 밖. 눈앞에 보이는 산은 분명히 산인데 모든 티끌이 벗겨지고 청정했다. 나라는 아상이 무너지고 사물과 일체가 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어린시절 입적을 얼마 앞둔 성철 스님의 눈에서 보았던 신비스런 세계와 동일했다. 마침내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너무나 새로운 세계를 직접 체험한 것이다. 한 씨는 1만배백일 기도를 회향하며 절수행의 세계로 이끌어준 성철 스님과 늘 지켜주고 도와 준 어머니에게 감사의 삼배를 올렸다. 그리고 또 다시 세 번 째 만배백일 기도. 절은 화두가 됐고, 화두는 다시 그를 무분별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추호의 의심도 없는 영원한 무대를 보게 된 것이다.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태어난 한 씨. 그가 천배를 시작한 것은 일곱 살 때였다. 어느날 심한 경련과 고열을 앓은 뒤 음식은 물론 물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에서 담당의사는 한 씨의 어머니에게 “며칠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 같이 죽자 경혜야. 하지만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절이나 실컷 하고 죽자. 그리고 다음 세상에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자.” 어머니는 그녀를 데리고 해인사 백련암에 올랐다. 그는 나무토막 같은 몸을 간신히 움직여 밤새 삼천배를 올렸다. 그리고 이 때 만난 분이 바로 성철 스님. 한 씨는 스님의 지시대로 죽는 날까지 매일 천배씩 할 것을 약속했다.
이렇게 해서 절은 그녀의 인생 깊은 곳으로 들어왔다. 아플 때나 시험 때에도 1000배를 하겠다는 성철 스님과의 약속은 변함없었다. 불편한 몸으로 1000배를 하기 위해서는 학교 갔다 오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절에 매달려야 했다. 단지 걷는 게 이상하다는 이유로 동네 꼬마들의 돌팔매에 맞아 피를 철철 흘렸던 기억, 학교 친구들로부터의 끊임없는 따돌림 등. 어쩌면 그는 절을 할 때의 고통으로 장애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아픔을 극복했는지도 모른다.
5545미터의 히말라야도 등반
“절을 한 후에 비로소 물과 음식을 마실 수 있었으니 절이 나를 살린 셈입니다. 그러나 절이 내게 준 것은 단순히 육체적인 생명만이 아닙니다. 나 자신을 제대로 보게 해주었고, 이 세상을 바르게 보게 해 주었고,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보게 해 주었고, 마음의 눈을 뜨게 해 준 것입니다.”
1년, 2년 계속된 절은 기적을 가져왔다.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몸이 나아졌을 뿐 아니라 가물가물하던 기억도 중학생이 되며 급격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늘 꼴찌였던 그는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상위권에 올랐다. 또 고등학교를 포기하고 준비한 대입검정고시도 불과 석 달 만에 모든 과목을 통과할 수 있었다.
한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미술을 계속하기로 결심하고 미대진학을 시도했다.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곤 했다. 한 씨는 전공을 달리하면서도 끝내 붓을 놓지 않았고, 결국 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입상하면서 본격적인 화가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후 홍익대 미술대학원의 진학과 함께 잇따른 2번의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과 5번의 입선. 특히 산악인도 어렵다는 5545미터의 히말라야 칼라파타르 정상에 우뚝 서 세상을 깜짝놀라게 했다.
“부처님은 업의 노예가 되어 사는 사람들에게 참다운 자유의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불교는 운명에 순응하는 종교가 절대 아닙니다.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종교입니다.”
“가장 괴로운 시간도 절이고 가장 행복한 시간도 절”이라는 한 씨. 그는 현재 경남 진영의 ‘작가의 집’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지도하기도 하고, 또 입고 먹을 것을 아낀 돈으로 적금을 들어 노숙자들을 돕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신의 절수행 얘기를 담은 『오체투지』를 펴냈다.
지금까지 천만배 가량 절을 하며 몸과 마음의 자유를 찾은 한경혜 씨. 어쩌면 그녀는 150만 장애인들뿐 아니라 고통의 바다에게 헤매고 있는 모든 중생들에게 참다운 ‘도전’과 ‘희망’을 보여준 보살일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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