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먼저 떠난 어느 혼(魂)이
눈이 되어 울면서
이승에
다시 내려오는가.
미워서도
이 땅을 다시 찾는가.
무엇을 미워하는가
미운 것은 젊은 사람의 것.
하긴,
이승에서 한껏
미워해 볼만도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너무 어이없어
그 미운 것들도
짧은 이승에서 끝이나고 만다.
갖고 가지 못한다.
미움이 끝났을 때
슬픔이 온다.
말 할 수 없는
그런 깊은 슬픔이 온다.
그건,
미움보다 더 아픈 것이고
눈물뿐인 것이다.
그 슬픔이 없기 위해 미워하지 말자.
미움처럼
허무한 덩어리는 없다.
그러나,
더한 사랑을 위해서는
미움도 또한 필요하지 않은가
다만,
사랑하기 위해서
미워하라.
사랑하는 자만은 미워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길을 가는 동안
조금은 덜 쓸쓸하기 위해 길동무가 있는 것도 괜찮다.
그리하여,
시계의 촛침소리를 잊어라
불쾌한 낯을 잊어라.
그러나,
그 택해진 오직
한 사람의 길동무일지라도
너무 가슴 깊은 곳까지는
침입시키지 말라.
두고 떠날 때
한(恨)이 응어리진다면
우리는 어이 차마,
떠날 수 있겠는가.
어이 차마,
헤어진다는 말인가.
두고 떠나도 눈 감을 수 있을 만큼의
농도로만 사랑하라.
그 정도로만 침입시키라.
하지만,
슬프고 약한 우리 사람이야
마음대로 말대로 행동할 수 없다.
어느새 그 사람이
내 자신이 되어버렸을 때의
그 기막힌 슬픔의 미래..
우리는
따로 떠날 때가 온다.
말없이 내려보기만 하는
푸른 하늘과
뒷산 등성이의 푸룬 노송(老松)..
유유한
강(江) 따위를 두고
우리는 따로따로 어디론가
떠나가야만 한다.
따로 날을 받아
따로 행장을 꾸려서는 따로의 길을 가 버린다.
그 때 한이 남아있다면
그 한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늘에 쳐 박히여
별로 박혀..
밤마다 밤마다
사라진 그대와 나의 울음을
대신 울 것인가.
되도록이면
한을 남기지 않을 만큼
눈감고
돌아갈 수 있을 만큼만 사랑하라.
흩어지는
우리의 소금과 물은
또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미움도 슬픔도 가라앉히고
아주 파랗게만 흐르는 저 넓은 강에서 만날 것인가.
하늘을 담고 흐르는 굽이굽이 만경창파(萬頃滄波)
넓고넓은 바다에서 만날 것인가.
깊은 산 속 어느 푸른 계곡
작은 풀잎에 내리는 깨끗한 빗물로 만날 것인가.
이른 아침 꽃잎 위에서 영롱하게 반짝이는
한방울의 이슬로 만날 것인가.
그대와 나,
어디서
다시 만날 것인가..
먼 훗날,
그대 소금과 내 소금
그대 물과 내 물이
서로 엉기어 본다 할 지라도
그대인 줄
나인 줄 어떻게 알까.
그걸 내려다 보는 하늘은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
이런 줄 알면서도
만나고 싶거던..
잠시도 잊을 수 없거든
하는 수 없이 눈물겹게 타 보아라.
사랑해 보라.
그리하여 만난 둘이
빈틈없이 빈틈없이 손을 잡고 걸을라치면..
아, 아..
어쩔 수 없이
먼 곳 가까운 곳에서
무수히 들리는 저 공간(空間)의 소리
저 소리를 어떻게 하는가.
그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귀를 막아라,
귀를 막아라..
작심하고 사랑하는
그 사람 앞에서
공간의 소리를 들어서는 안된다.
물로 떠날지라도
소금으로 떠날지라도
지금만은 섭섭해서는 안 돼..
갑자기 사랑이 가실 때는
한 번씩 이별하여
사랑을 되찾아 다시 사랑하라,
다시 사랑하라.
차마,
한마디도 고백 못한 채
그냥 착하게 주위를 맴돌기만 하다가
이미 헤어짐의 윤리(倫理)를
먼저 터득하여
타인의 사람이 됨을
알려오는 자..
이럴 때는
마음에 먹은 말이 아닐지라도
무척이나
섭섭한 척 슬픈 척 하는 게
윤리가 아닌가.
눈물을 흘릴 수 있거든
눈물이라도 흘려주는 게 마땅한
사람의 도리(道理)..
실은 슬퍼할 게 아니다.
마음 속으로 슬퍼할 것까지는 없어
우리는 모두가 헤어진다.
우리 자신과도
헤어지니까 말이다.
그대 물과 내 물
그대 소금과 내 소금,
어쩌면
어디서 다시 만날 것인가.
따뜻한 어느 봄날,
노랑 민들레 꽃잎 위에
한 줌 햇살로 만날 것인가.
새 잎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어린 나뭇가지 끝을 흔드는
바람으로 만날 것인가.
무엇을 미워하는가
미움이 끝났을 때 슬픔이 온다.
말 할 수 없는
그런 깊은 슬픔이 온다.
그건 미움보다 더 아픈 것이고
눈물 뿐인 것이다.
한 번씩 이별하여
사랑을 되찾아 다시 사랑하라,
다시 사랑하라.
그대 물과 내 물
그대 소금과 내 소금,
먼 훗날,
어디서 만날 것인가,
어디서 다시 만날 것인가.
사랑하라,
다시 사랑하라.
지금 창 밖에는
봄눈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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