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에는
웃목에 둔 물그릇이 얼어붙을 만큼
몹씨 추웠다.
새벽 같이 달려온 삼식이가
저수지가 꽁꽁 얼었다고 알려왔다.
그래서 지금
스게또(스케이트)를 타러
저수지로 가고 있다.
모두 다섯이다.
아예 , 하루 해를
얼음판에서 넘길 심산으로
점심몫까지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먹고 나왔으니
다들 목소리에 힘이 붙었다.
지나가던 이웃 집 혹부리 할배가
한마디 거든다.
"야들아 , 너무 떠들고 뛰지마라, 금방 배 꺼진다.."
말을 많이 하고 뛰어다니면
배가 빨리 고파온다는 말이다.
스게또 ..
두꺼운 송판 밑에다
굵은 각목 두 개를 대면 대충
모양이 갖춰진다.
그리고 각목 아래에
곧은 철사를 고정시키면
그 당시로는
최고의 "스게또" 가 된다.
하루종일 얼음을 타다 보면
어느덧 날은 어둑어둑
짧은 겨울해는 지고
어둠사리 속으로
쪼로록 쪼로록 .. 배가 고파온다.
어쩐다 ,
바짓가랑이는
물에 푹 젖었다가
찬바람에 버석버석
얼어 붙어있다.
삼식이가 못뚝에다
마른 풀을 모아 잔디에다 불을 지른다.
그때서야 ,
땀에 젖었던 몸이 으슬으슬 추워온다.
언 손 언 발을
불 구덩이 속에다 넣는다.
까마귀 같은 쌔까만 손들이
한 곳으로 모여서는 오돌오돌 떤다.
부지직 ..
머릿털이 타서
꼬불꼬불해 졌다.
앗 뜨거 ,
바짓가랑이에 불이 붙어 금세
커다란 불구멍이 났다.
그래도 좋기만 하다.
시커멓게 된 얼굴을 서로 쳐다보다가
꼬불꼬불해진 머리를
쿡 쥐어박으면서 낄길대며 웃는다.
집에 돌아와서는 골목길을
몇 바퀴나 그냥 빙빙 돌아다닌다.
어제 읍내 장에 가서 사다 입힌
새바지에 불구멍을 냈으니
엄마에게
혼이 날까봐 겁이 나서다.
대문안으로 몰래
살금살금 들어가다가
엄마의 부지깽이 두드리는 소리에
대문밖으로 쫓겨나오기를 되풀이 한다.
해는 지고 춥고 배는 고프고
에그 , 미쳐라 !
그래도 그 다음날
스게또를 들고 또 나간다.
추운 줄도 몰랐던
열 두서너 살쯤이였다.
요즘도 가끔 ,
차가운 밤바람 소리가 들려오면
부우 부우 ~
문풍지 소리와 함께
어무이가 두드리던
부지껭이 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이제 나도
늙어가는 탓일까?
창 밖을 내다본다.
간밤에 눈이 소복하게 내렸다.
나목 가지끝에
햇살이 그네를 타고 있다.
하얀 눈밭에
겨울햇살이 눈부시다.
긴 꽁지 가붓가붓 흔들며
깐챙이가 운다.
까악 ,
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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