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다”
‘4대강 반대’ 수경 스님은 왜 절을 떠났나?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앞장서 펼쳐온 수경(61) 스님이 6월14일 서울 화계사 주지직과 조계종 승적을 반납한 채 잠적함으로써 온갖 의혹이 제기되는 한편 불교계와 환경단체는 고민에 빠졌다.
수경 스님은 잠적과 함께 남긴 ‘다시 길을 떠나며’라는 글에서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난다. 먼저 화계사 주지 자리부터 내려놓는다. 조계종 승적도 내려놓는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남은 인생은 초심으로 돌아가 진솔하게 살고 싶다”고 밝혔다.
수경 스님은 이 글에서 “환경운동이나 NGO단체에 관여하면서 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 시절을 보냈다. 비록 정치권력과 대척점에 서긴 했지만, 그것도 하나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빠졌다”고 했다.
수경 스님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소신공양했던 문수 스님에 대해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면서 나 자신의 문제가 더욱 명료해졌다”며 “‘한 생각’에 몸을 던져 생멸을 아우르는 모습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고 했다. 이어 수경 스님은 “내게 돌아올 비난과 비판, 실망, 원망 모두를 약으로 삼겠다. 나는 다시 길을 떠난다.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다”며 글을 맺었다.
충남 청양 출신인 수경 스님은 1967년 수덕사에서 사미계, 1970년 범어사에서 구족계를 받았고 2006년 6월 서울 화계사 주지로 임명됐다. 지난 4월 화계사 주지로 재임됐다.
2000년 이후 국내 환경운동에서 수경 스님이 차지해온 비중은 독보적이었다. 지난 2000년 동강댐 건설 백지화를 끌어낸 이후 침체에 빠져 있던 환경운동계에 선방을 나와 세상 속으로 들어온 한 선승의 등장은 새로운 활력소였다. 그는 문규현 신부 등 이웃 종교인들과 함께 지난 2003년 부안 해창갯벌에서 서울광장까지 새만금 개발 저지를 위한 310㎞의 삼보일배 대장정을 마쳤다. 2001년 9월부터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를 맡으면서 생명·평화를 위한 오체투지와 4대강 반대운동 등을 벌여왔다.
이런 수경 스님의 잠적에 대해 불교계 안팎에서는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에 따른 충격, 4대강 사업 반대활동과 문수 스님 추모를 둘러싼 조계종단과의 불협화음, 개인적으로는 자신에게만으로 집중되는 운동의 중압감 등을 그 이유로 분석하는 등 각종 억측이 제기되고 있다.
수경 스님의 결단에 불교환경연대, 화계사, 총무원 등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공동대표 보선ㆍ수경ㆍ혜자ㆍ퇴휴ㆍ법륜스님ㆍ이하 불교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수경 스님은 지리산, 사패산, 새만금과 전국 산하를 돌며 생명과 자연의 존엄을 일깨운 수행자였다”며 “일생을 바쳐 지켜온 모든 것마저 버린 스님의 뜻과 의지를 왜곡하는 구구한 억측과 사리에 맞지 않는 언행은 삼가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한 4대강사업 반대운동을 변함없이 계속한다는 자세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은 6 21일 수경 스님에 관련한 공식입장으로 ‘수경스님이 지셨던 생명살림의 짐을 나누어지겠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우리 종단의 사부대중 모두는 깊은 상심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스님의 생명살림 호소와 지적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님이 종단의 승적마저 내려놓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시 돌아오셔서 보살행을 계속해 달라”고 촉구했다.
수경 스님만이 자신의 결단의 의미를 알 뿐이다. 그가 출가했던 수덕사의 방장 설정(雪靖)은 한 신문의 기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경 수좌는 나에게, 종단에, 우리 사회에, ‘반역(反逆)’과 ‘경종’을 울리는 역경보살이었다. ‘생명을 죽이는 사회’, ‘개발과 발전이 유일한 수단인 사회’ 그리고 ‘생명과 생명이 돈으로 거래되는 시대’를 육신과 영혼으로 담아낸 역경보살이었다.
나는 기도한다. 수경 수좌의 바람처럼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나는 믿는다. 이제 다시 길을 떠나는 수좌가 선방으로 돌아가든, 운동가로 돌아가든, 지금까지 내게 보여주었던 강철 같은 모습처럼 분연히 자신의 길을 갈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기원한다. 이제는 모든 것을 놓고 허공을 떠도는 바람처럼 육신을 세상 어느 곳에나 부려놓고 조용히 쉴 수 있기를 기원한다.”
다양한 템플스테이, 여름철 관심 고조
유인촌 장관 “템플스테이 사업 재조정하겠다”
경남 밀양 표충사의 템플 스테이 모습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185억원의 국고가 지원되는 불교계 템플스테이 사업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하고 향후 사업 재조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여름철을 맞아 다양한 템플스테이가 외국인, 대학, 청소년 등에게도 관심을 끌며 확산되고 있다.
전국 사찰들은 1년 내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지만, 여름에는 평소보다 색다르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한다. 8월까지 이어지는 올 여름 템플스테이는 휴식형과 체험형, 수행형, 특별형 등 크게 4가지 종류로 운영된다.
휴식형은 계곡과 숲을 벗 삼아 명상을 하며 맘 편히 쉴 수 있는 프로그램 중심이고, 체험형은 108배와 염주 만들기 등 불교문화를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수행형은 300배 철야 정진 등 단기 수행에 중점을 두고, 특별형은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가정 아동 등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사찰의 전통적 식사방법인 발우공양 체험과 참선 수행, 스님과의 대화 등은 공통으로 들어 있다. 대부분 1박2일 또는 2박3일로 운영되며 참가비는 1박에 4만~5만원 선이다.
충남 한서대는 6월22일 불교 조계종 수덕사와 교류협약을 맺고 외국인유학생들의 불교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함기선 총장과 옹산 주지스님이 서명한 협약에 따라 수덕사는 유학생들에게 예불과 참선, 절 음식 만들기, 공양 등 짜임새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한서대에 재학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모두 540여명에 달한다.
한편 템플스테이는 어른들을 위한 것이 많지만 청소년들을 위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해가 갈수록 인기다. 청소년 템플스테이는 초중고생이 여름방학 기간 부모 곁을 떠나 사찰에서 예절교육과 기본적인 불교교육을 받고 한문이나 영어공부도 하는 프로그램이다.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자료에 따르면 올여름에는 전국 40여개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에서 청소년을 위한 특별 여름일정을 마련했다. 2박3일∼7박8일 등 일정이 다양하며 웬만한 청소년 캠프 못지않게 알찬 프로그램들이 많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길상사, 금선사, 진관사, 파주 보광사, 남양주 봉선사, 봉인사, 고양 흥국사, 광명 금강정사, 용인 법륜사, 여주 신륵사, 화성 신흥사, 용주사, 강화 전등사 등 13곳이 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호남에서는 의성 고운사, 경주 골굴사, 대구 동화사, 하동 쌍계사, 김천 직지사, 양산 통도사, 김제 금선사, 보성 대원사, 해남 대흥사, 미황사, 순천 송광사 등 23곳, 강원ㆍ충청권에서는 공주 갑사, 마곡사, 인제 백담사, 영월 법흥사, 서산 부석사 등 7곳에서 청소년 템플스테이를 마련했다.
조계종은 구직자를 위해 무료 템플스테이를 마련하기도 했다. 7월 5~7일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 진행되며 20~40대 구직자가 대상이고 참가인원은 80명으로 제한한다.
템플스테이 홈페이지(www.templestay.com)에는 템플스테이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담아 놓았다.
전통불교문화원, 참선입문프로그램 마련
충남 공주시 태화산의 전통불교문화원에서는 7월10일부터 기당 50명씩 7기까지 운영되는 참선입문프로그램 ‘화두, 영원한 행복의 길’을 마련한다.
간화선을 최고의 수행법으로 삼는 불교 최대종단 조계종이 종단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참선입문프로그램을 만든 것.
6박7일간 집중적으로 불교의 기본 세계관과 참선수행법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참선수행법을 집중적으로 소개받고 불교의 핵심 교리를 배우는 공부 위주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2박3일 정도의 기간에 사찰 문화를 체험하고 휴식을 취하는 기존 템플스테이와는 구별된다.
첫날 오후 ‘불교란 무엇인가’라는 첫 강의에서 중도(中道)를 배우고 이튿날 오전 2강에서는 연기(緣起)와 무아(無我), 공(空)의 가르침을 배우는 등 9차례 강의에서 불교교리를 배운다.
또 좌선하는 법, 화두를 참구하는 법, 간화선 수행체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르침을 듣고 실제 좌선(坐禪)과 행선(行禪)을 하며 큰스님들의 법문도 듣는다.
지원자는 전통불교문화원 홈페이지(www.budcc.com)에서 원서를 내려받아 이메일이나 팩스,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회비는 23만원이며,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교수불자회, 한국 불교명상 세계화 전략 논의
한국교수불자연합회(회장 최용춘)는 6월28-30일 강원도 영월 법흥사에서 ‘조화로운 국토 이용과 한국 불교명상의 세계화 전략’을 주제로 2010년 교수불자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서는 김규칠 대한불교진흥원 상임이사가 ‘자연과 사회의 변화가 가져올 현대 불교문화의 발전 전망’을 제목으로 기조강연 하고, 홍광표 동국대 교수가 ‘한국사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전략’, 이재수 동국대 교수가 ‘불교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문화관광 활성화 방안’이라는 논문을 통해 한국 불교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릴 방안을 제안했다.
“사회과학과 어학 강화하고 장학금 지원한다”
조계종 11월 교과과정ㆍ교육기관 개편안 확정
화엄사 승가대학의 모습
조계종 교육원은 지난 4월30일 ‘기본교육기관 교과과정 및 교과목 개편안’, 5월4일 ‘승가기본교육기관 및 전문기관 조정안’을 내놓았는데 이어 6월10일에는 ‘장학금 지급 및 관리에 관한 령’을 제정해 공포했다.
또 10일, 11일, 14일에는 ‘선 전문대학원’ ‘율장 전문대학원’과 ‘초기불전 전문대학원’ 설립안 마련을 위한 기초세미나를 열었고 17일에는 ‘한문불전 전문대학원 설립안 마련을 위한 기초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전문대학원 설립안을 만들기 위한 자리도 차례로 마련하고 있다.
교육원은 11월까지 교과과정 및 교과목 개편안, 교육기관 조정안 등을 확정하기 위해 폭넓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교육개편안 가운데 일반인들의 눈으로도 봐도 획기적인 것 중 하나가 장학금 지급 계획이다. ‘장학금 지급 및 관리에 관한 령’ 공포를 통해 조계종은 종단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장학금 지급 체계를 갖추게 된다. 기존에는 주로 본사 단위로 교구 소속 스님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은사스님이 상좌스님들의 학비를 대주던 것과는 차별화되는 것이다.
교육원은 올 하반기부터 장학금 지급 대상 학문분야와 지급대상자를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장학금 지급을 위한 재원은 지난 3월 출범한 승가교육진흥위원회가 조성하는 승가교육 진흥기금 등으로 충당된다.
장학금 지급액을 보면 국내 대학의 경우 석사과정에는 연간 450만원(종립대학)-900만원(일반대학), 박사과정에는 연간 900만원(종립대학)-1천만원(일반대학)이 지급된다.
해외 대학의 경우 일본은 연간 1천200만원, 중국 1천만원, 인도ㆍ동남아 800만원, 미국ㆍ유럽 3천만원씩 지급된다.
‘기본교육기관 교과과정 및 교과목 개편안’은 비구(비구니)계를 받기 전 사미(사미니)가 교육받는 승가대학(강원) 교육과정 개편안을 담고 있다.
전국 19개 사찰의 승가대학(강원)과 서울의 중앙승가대학, 동국대 서울과 경주캠퍼스 2곳, 백담사에 있는 기본선원의 교과목과 교재를 한글화ㆍ현대화해 한문해석에 소모되는 교육시간을 줄이고 철학ㆍ비교종교학ㆍ사회학 등 사회과학을 가르치고 영어와 일본어 등 어학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또 초기불교 교리를 가르치고 불교미술이나 문화재, 불교의례 등 불교문화관련 교과목을 학습시키며 포교와 사회복지, 불교심리상담, 종무행정 등 포교 실무에 필요한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에 대해 한문경전 위주의 전통적인 교육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는 강원 측의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신세대 스님들을 교육하고 사회변화상에 발맞추려면 불가피한 조치들이라는 것이 교육원의 입장이다.
대구 동화사, 성문 신임주지 진산식
조계종 9교구 본사인 동화사는 6월26일 경내 봉서루 앞 특설무대에서 제26대 주지 성문(性門) 스님의 취임법회인 진산식(晉山式)을 봉행했다.
진산식은 동화사 조실 진제 큰스님의 법문과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격려사,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의 치사, 성문 신임 주지의 취임사 등으로 진행됐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성문 스님은 고송 스님을 은사로, 일우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고 1979년 석주 큰스님과 함께 중앙승가대를 설립했으며 서울 강남 봉은사 주지, 중앙종회 10~12대 의원을 역임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출범..위원 14명 위촉
불교적 시각에서 사회 갈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화쟁위원회가 구성됐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환경ㆍ인권ㆍ노동 문제 등 사회적 갈등 현안과 종단 안팎의 주요 사안에 대한 대안 마련을 위해 화쟁위원회를 구성하고 6월8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위원 14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위원회는 불국사 주지인 성타 스님과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인 도법 스님(사진), 녹색연합 공동대표인 원택 스님 등 각 분야의 중진 스님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박윤흔 전 법제처 차장, 윤시영 전 대구지방경찰청장,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등 각계 인사들로 구성됐다.
화쟁위원회 구성은 올해 초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발표한 조계종 4개년 발전계획에 따른 것으로, 위원들은 앞으로 2년의 임기 동안 사회 각 분야 현안과 종단 관련 현안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고 소통과 화합을 위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화쟁위는 ‘모든 대립적인 이론들을 조화시키라’는 통일신라시대 원효 스님의 화쟁이론에서 이름을 따왔다.
‘맑고향기롭게’ 새 이사장에 덕현 스님
지난 3월 입적한 법정 스님이 설립한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의 제2대 이사장에 법정 스님의 상좌인 덕현 스님(길상사 주지)이 선임됐다. 덕현 신임 이사장은 7월4일 오전 11시 길상사에서 취임 고불식(告佛式·부처님께 알리는 예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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