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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相思花)이 피면 ..

淸潭 2014. 10. 14. 12:17

 
요즘 어래산(魚來山)
수정암(水井庵)에 꽃무릇이 한창이다.
꽃무릇은 꽃은 꽃대로 
잎은 잎대로 피어
꽃과 잎이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상사화(相思花)를 꼭 닮았다.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나오고 
여름에 꽃이 핀다.
꽃무릇은 여름에 
꽃이 먼저 핀 다음 잎이 나온다. 
그래도 
꽃과 잎이 따로 피는 까닭에 
그냥 상사화라고 부르고 있다. 
보통 8월 중순부터 
한 두송이씩 따문따문 피기 시작해
10월 초순까지 이어진다. 
참나무나 식나무 아래 
붉은 꽃밭을 이루는 모습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오래동안 가슴을 데우게 한다.
그 붉은 모습이 
다음 꽃이 필 때까지 마음에 남게 되어 
10月이 오면 그 곳을 찾아간다.
고찰에 꽃무릇이 많은 것은 
스님들이 직접 포기포기를 하나하나
손으로 키웠던 꽃이기 때문이다. 
불가에서는 꽃무릇을 
석산(石蒜)이라고 한다. 
금어(金漁-탱화 그리는 스님)가 
탱화(幀畵)를 그릴 때
석산 뿌리를 찧어 바르면 좀이 슬지 않고 
색이 바래지 않기 때문이다.
스님이 세속의 여인을 사랑했으나 
만나지도 못하고 죽어 꽃이 됐다는 애틋한 전설도 깃들여 있다. 
수정암 꽃무릇은 
법당 옆의 야산자락과 
부도탑(浮屠塔) 부근에 
한줌씩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푸른 잎이 그립고 보고 싶어
붉게 타는 꽃 상사화
보는 이의 마음을 
붉게 피는 꽃만큼이나 아프게 한다.
굽은 것 하나 없는 
꼿꼿한 꽃대
왕관처럼 벙그는 꽃잎
황금빛 수술을 달고 있는 꽃술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꽃무릇이 보고 싶어 수정암에 간다. 
하늘을 가린 숲길따라 
아슴아슴 꽃길이 열려 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서럽게 붉은 꽃송이들이 나타난다.
마치, 석탄일 연등처럼 
산길과 계곡을 환하게 비춰준다.
마루금(陵線)을 타고 내리는 
저녁 햇살 속으로 오솔길을 걸으며 
하루해를 보내다가 돌아온다.
깊은 밤
밤길을 걸어 사하촌을 내려온다.
어디선가 
달빛을 울리는 거문고 소리가 
발길을 잡는다.
뚜웅, 뚜두웅..
내 마음 한번 퉁기고 이르노니 
이 무슨 곡(曲)인고?
이것은 돌짐승 마음 가운데
겁(劫) 밖의 노래로다.
하늘 밖으로 난 길
그 길 걸으며 듣는 
하늘울음 소리(鳴)가락이다.
하늘 밖으로 난 길..
언제나 
막차 차창 밖에는 바람이 불고
밝은 달이 떠 있었다.
*
흐르는 음악은 명상음악 `달빛 자락 中 
슬픈 목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