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서예실

紙(종이) / 金炳淵 (金笠=김삿갓)

淸潭 2014. 5. 19. 16:19

『종이』


범어스님은 김삿갓이 누어있는 기회에 시를 배우려고 틈이 날 때마다 가르쳐 달라고 졸라 댔다. 그러다가 어느 날 종이 한 장을 들어 보이며 지난번에는 창구멍을 막는 시를 지으셨으니 이번에는 종이에 대한 시를 한 수 지어 달라고 했다. 김삿갓은 범어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다음과 같이 지어 주었다.


         넓적한 등전지는 본래 나무로 만든 물건

         펼쳐 놓고 글을 쓰면 글씨가 가볍도다.

         천권 책을 모두 읽고 차곡차곡 쌓으면

         그 높이 하늘 아래 만리로 뻗으리라.

         闊面藤霜本質情

         鋪來當硯點毫輕

         耽看蒼錄千編積

         誕此靑天萬里橫


         화려한 족자에 쓰인 명성 모두가 후진이요

         문방 족속 가운데 종이가 홀로 선생이라.

         집집마다 창을 발라 방안을 밝게 하고

         종이로 된 책으로 사람들의 길을 깨우치오.

         華軸僉名皆後進

         文房列座獨先生

         家家資爾糊蒼白

         永使圖書照眼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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