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조선일보 신춘문예

[1] 시: 최현우 '발레리나'

[당선소감] "눈이 내렸다… 오늘은 암호를 해독할 수 있을 것 같다"
[심사평] 발뒤꿈치 들고 도약을… 시인이여, 더 높게 발롱(점프)!

이미 랭보가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아팠다고, 외로웠다고 자랑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시를 앓는 사람들이 다 아프고 외로워서 혼자 특별하게 피 흘린 척할 수가 없다.시와 현실의 압력 차이로 사람이 펑 하고 터져버릴 수도 있겠구나 하며, 희망과 절망을 양 겨드랑이에 한쪽씩 목발 삼고 걸었다. 편한..

[2] 단편소설: 이세은 '달로 간 파이어니어'

[당선소감] "수채화처럼 눈에 선한 세월에 안부를 전한다"
[심사평] 절박한 삶의 리얼리티, 치밀한 묘사로 그려내

사건은 반지하 원룸 한가운데 있는 매트리스에서 시작하고 끝난 것으로 추정된다. 매트리스에 남은 핏자국은 고인이 누워 있던 모습 그대로 말라 있었다. 맞은편 화장대에 튄 분비물로 보아 고인은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었을 것이다. 고인의 신분을 알 수 있는 것들은 경찰이 대부분 수거해 갔다. 고인의 형상 그대로 굳어버린 핏자국을..

[3] 동화 : 박진홍 '꽃밭'

[당선소감] "단 한 번만이라도칭찬받고 싶었다"
[심사평] 현실과 아이 심리 대비 간결하고 힘 있게 표현

우리 집은 무척 낡았습니다. 뒷산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얼마나 초라한지 몰라요. 한쪽 지붕이 주저앉아서, 꼭 짜부라진 자라 등껍질 같아요.그 주저앉은 지붕 아래는 바로 내 방입니다. 천장이 낮고, 햇빛이 잘 안 들어서 낮에도 어두컴컴해요. 벽지는 여기저기 벗겨졌고, 얼룩덜룩한 것도 많이 묻었고요. 내 방에서는 책도 보기 싫..

[4] 희곡 : 김도경 '사랑하기 좋은 날'

[당선소감] "꼭 걷고 싶었던 길드디어 첫걸음 뗐다"
[심사평] 마치 무대 장면을 직접 보듯기발하고 뛰어난 상황 설정

아버지 시켜먹으면 되지, 나가는 게 더 귀찮것다.명은 알았어요. 그럼 대충 드시던지. 술이 있으려나 모르겠네.명은, 주방으로 나간다.주방에서 술상을 차리는 소리가 들린다. 전화를 걸어 음식을 주문한다.어머니 근디 아직 저녁도 안 먹은 겨? 지금이 몇 신디.명은 (밖에서) 먹긴 했는데 또 배고파.동욱, 분해된 텔레비전을 들..

[5] 동시 : 김정수 '엄마의 마음'

[당선소감] "아동문학이란 줄넘기, 망설임 없이 넘을거예요"
[심사평] 절묘한 의성어 구사… 생동감 있고 자연스러워

두툼한 줄이 땅을 거칠게 때렸습니다. 줄을 꽉 움켜잡은 손들은 고집스러웠습니다. 난 공기를 찢고 땅을 가르는 파열음이, 불끈불끈 위협하는 줄잡은 손의 근육들이 정말 두려웠습니다. 그렇다고 물러나 구경만 하기는 싫었습니다. 친구들은 성큼, 잘도 뛰어들었습니다. 게다가 '꼬마야 꼬마야'란 노래를 완벽하게 마치고 사뿐하게 빠져..

[6] 시조 : 정승헌 '꽃피는 광장'

[당선소감] "뿌리를 일깨워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심사평] 삶의 장면 뒤로 보이는, 廣場의 새로운 힘

갓난아기 때부터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외국과 우리나라를 들락날락하는 생활이 11년이 넘었다. 유난히 우리 부모님만 꼭 독립 유공자 후손인 양 한국에 뿌리내리기를 원하는지, 영어도 서툰 어린 나이에 학교에서 집에만 오면 그때마다 부모님은 한국인이라는 사실과 한국의 뿌리를 유독 강조했다. 특히 교사 출신인 어머니는 남다른 ..

[7] 미술평론 : 끝없이 여행하는 매혹적인 토템

[당선소감] "밥 뜸 들이는 시간의 의미, 잊지 않을 것"
[심사평] 서도호가 재현한 집… 시의성 돋보여

[당선소감] "밥 뜸 들이는 시간의 의미, 잊지 않을 것" '당선'과 '소감'이라는 말이 저에게는 아직 낯설기만 합니다. 큐레이터로 미술계에 몸담고 있지만, 미술에 대한 저의 생각과 느낌이 타인들과 쉽사리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과 약간의 자책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혼자 쓰고 혼자 읽는 잉여에 그친 것만은..

• [미술평론] 끝없이 여행하는 매혹적인 토템

[8] 문학평론

[심사평] 당선작 못 내… 비평적 문제의식 가다듬기를

[심사평] 당선작 못 내… 비평적 문제의식 가다듬기를 201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응모한 글은 모두 5편이었다. 비록 응모작의 수는 감소했지만, 각각의 응모작은 자신의 목소리로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열정이 배어 있는 글들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들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