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식탁] 포천
대개 여행을 겸한 맛집 탐방에 나서보면 이상하리만치 남쪽 지방이나 강원도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그 지역에 알려진 명소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외된 곳이 경기 북부 지역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꽤 괜찮은 집들이 많이 있다. 지난 기사에서 동두천에 가볼 만한 집들을 소개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같은 권역이라 할 수 있는 포천 지역의 가볼 만한 집들을 소개해보기로 한다.
‘포천’이란 지명은 조선 태종 13년(1413)에 생겨난 이름이다. 포천은 원래 백제와 고구려의 영토일 때 고구려에서는 마홀군(馬忽郡)이라 불렀다. 그 이후에도 몇 차례 변경이 있었는데 고려 초에 와서는 포주(抱州)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다시 조선조에 와서 포천(抱川)이라는 오늘의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포천하면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산정호수와 억새풀로 유명한 명성산(923m), 광릉산림욕장, 허브아일랜드 등이 찾을 만하다. 환경오염이 심한 도시에서 벗어나 산림의 맑은 공기와 향기 등을 흡수함으로써 피로회복과 신체적·정신적 안정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우리들의 입까지 즐겁게 해 줄만 한 집들이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 한탄강댐 건설로 수몰 예정되어 곧 이전하게 될 <지장산막국수>
먼저 <지장산막국수>를 찾아보자. 강원도 막국수 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긴 하지만 50년 전통의 내공 있는 집이다. 팔순을 바라보고 계신 어르신이 카운터를 보면서 반갑게 맞는다. 포천 어룡동에도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은 30대 중반의 아들이 아버지를 도와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 살짝 거칠게 다가오는 느낌이 좋은 ‘지장산막국수’
메이저 평양 냉면집처럼 송송 썬 둥그런 파 모양이 아니고 파절이 형태의 파채인데 알싸한 파향이 코끝을 스친다. 거기에 거친 입자가 주는 묘한 느낌은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조만간 한탄강댐 완공으로 이 동네가 수몰된다고 하니 머지않아 이 동네도 역사 속의 한 장면으로 남게 될 것 같다. 9월에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전에 한번 들러보는 게 좋을 듯하다. 그 외에도 광릉산림욕장 근처에 있는 <다인막국수>나 <봉평메밀촌>도 찾을 만하다.
- 6000원짜리 상차림으로는 너무도 훌륭한 ‘우거지 정식’
- 강된장스러운 청국장은 밥에 비벼먹기에 안성맞춤이다.
- 신선하면서도 달콤한 빵과 커피 맛이 좋은 <두다트>
<함병현김치말이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식도락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많이 알려진 집이다. 이집의 역사는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는 곰탕과 삼겹살을 팔았는데 후식으로 나가던 김치말이 국수가 인기를 얻으면서 아예 김치말이 국수로 업종을 변경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집이다. 국수 가격이 6000원. 사실 조금 세게 느껴지기는 한다.
- 톡 쏘는 청량감으로 더위를 한방에 날려주는 ‘함병현김치말이국수’
김치말이 국수에는 으깬 두부와 새콤한 열무김치가 소복하게 쌓여있다. 또 다른 한쪽에는 편육 한 점과 오이채, 배, 청양 고추 등이 올려져 있다. 뚝배기 그릇에 담겨 나온 배추김치가 아주 먹음직스럽다. 신맛, 단맛이 다 느껴진다. 국물 맛은 조금 강하면서 톡 쏘는 편이다. 이 집의 김치말이용 국물은 보통 무와 배추를 이용해서 맛을 낸다. 실제 국수에는 열무김치가 들어있지만 열무김치 국물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여름과 겨울엔 그 육수 만드는 법과 숙성 기간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여름엔 일주일, 겨울엔 두 달 정도 숙성해 손님상에 내놓으며 국물은 사골육수와 김치 국물을 1대1로 혼합해서 사용한다. 아무튼 시원하고 새콤하면서 톡 쏘며 면발이 쫄깃하다. 한 여름 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지면을 통해 다 소개할 순 없었지만 <동이손만두>, <파주골순두부촌>, <이동갈비촌> 등도 한번 가볼 만하다.
- 김인규(아포리아) 맛집블로거
<욕쟁이할머니집> 포천시 소홀읍 고모 3리 231-2 (031) 542-3667
<두다트> 포천시 소홀읍 고모리 190 (031) 541-0190
<함병현김치말이국수> 포천시 내촌면 내리 248-7 (031) 534-0732
글사진 김인규(아포리아) 맛집블로거 www.cozy95.blog.me
‘아포리아’ 김인규씨는 네이버 맛집 파워블로거(아포의 맛집 탐방)로 맛집과 식재료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추억에 근거해 풀어내는 것을 즐긴다. 허름하고 낡아도 오랜 역사력과 진정성이 묻어 있는 맛집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