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당 시 암 잘 생기고 빨리 자라
당뇨병 환자는 당뇨 합병증 외에 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당뇨병이 있으면 암이 잘 생기고, 빨리 자라며, 사망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암건강증진센터 신동욱 교수는 "당뇨병일 때 암 발생률이 24~33%, 사망률이 83~99% 올라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과 암 위험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모른다. 고대구로병원 내분비내과 최경묵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슐린이 다량 만들어지면, 암 생성과 성장을 자극하는 성장인자가 같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며 "암 세포가 혈액에서 흡수할 당분이 많은 것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안 하고 살이 찐 사람이 당뇨병에 잘 걸리기 때문에, 두 요인도 암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의료계는 본다.
- ▲ 당뇨병 환자는 췌장암 위험이 높기 때문에 살이 빠지거나 황달이 생기면 췌담도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내시경초음파로 췌장을 검진하는 모습.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당뇨병은 위암·대장암·간암·유방암·자궁경부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이 암들은 국가 암 검진 항목에 들어가 있어서, 검진만 꼼꼼히 받아도 암을 조기에 발견해 완치할 수 있다. 최경묵 교수는 "이런 검진 외에 살이 빠지거나 소화불량이 있으면 바로 위와 대장 내시경을 하는 등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신동욱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유방촬영을 할 때 유방초음파 검사를 같이 하면 좋다"며 "한국인은 치밀 유방이 많아 통상적인 암 검진으로는 놓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에게 흔치 않은 췌장암·담도암 위험도 높다. 최경묵 교수는 "이런 암은 초기 증상을 알아뒀다가 증상이 있을 때 바로 주치의와 상의해 검사를 하면 된다"며 "살이 빠지고 황달이 생기는 증상이 비교적 초기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췌장암과 담도암이 의심되면 복부초음파를 한다. 증상이 있는데 복부 초음파에서 아무 이상이 없으면, 내시경초음파나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를 해봐야 한다. 복부초음파는 췌장의 3분의 1밖에 보지 못한다. 당뇨병 환자는 식도암 발생률도 높은데, 위암 검진만 잘 받아도 암을 찾을 수 있다.
폐암은 국내 다발 암이지만 당뇨병이 있다고 더 잘 생기지는 않는다. 전립선암은 당뇨병이 있는 사람에겐 약간 덜 생긴다는 연구가 많지만, 전립선암이 생기면 진행이 빠르다는 연구도 있어서, 50세 이상은 매년 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하는 게 좋다.
◇혈당 조절해야 암 위험 줄어
혈당 관리가 안 될수록 암 발병 위험과 사망 위험이 올라간다. 당뇨병 환자 중 혈당이 조절되지 않은 사람은 매년 내시경초음파로 췌장암 검진을 해보라고 권한다. 신동욱 교수는 "당뇨병약 메트포르민을 잘 챙겨 먹으면 당뇨병이 없는 사람과 암 발병 위험이 비슷해진다는 대만 연구 결과가 있다"며 "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혈당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