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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我本天上鳥
凋落의 계절인 가을의 哀傷에 젖어 홀로 산길을 걸어가고 있던 김삿갓이
문득 개울건너를 바라보니 낙엽 쌓인 너럭바위 위에 4,5명의 선비들이 둘러 앉아
술을 마시며 詩會를 열고 있었다.
술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김삿갓이 아니었다.
염치불구하고 그들에게 닦아가 술 한 잔을 청했고,
선비들은 불청객을 쫓으려고 시회하는 자리에서는
시를 짓지 않고서는 술을 마실 수 없다고 했다.
김삿갓은 시에 능하지는 못하지만
술을 서너 잔 마시면 詩想이 떠오르는 버릇이 있으니
먼저 술을 달라했고, 선비들은 먼저 시를 지어야 술을 주겠다고
옥신각신하면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빨리 쫓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좌중의 한 선비가
그러면 술을 먼저 줄 것이니 자신이 있거든 마시고 내 시에 화답해 보라했고,
잠시 후 그는 기발한 시상이라도 떠올랐는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음과 같이 써 내려가고 있었다. 돌 위에 풀이 나기 어렵고 방안에 구름이 일 수 없거늘 산에 사는 무슨 놈의 잡새가 봉황의 무리 속에 날아들었는고. 石上難生草 房中不起雲 山間是何鳥 飛入鳳凰群
국화주를 서너 잔 얻어 마신 김삿갓은 선비가 써 내려가는 시를 넌지시 내려다보면서
어이가 없어 빙그레 웃었다. 그것은 자기를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시였기 때문이다. 돌 위에 풀이 날 수 없고 방안에 바람이 일 수 없다는 말은
'글을 변변히 배우지도 못했을 너 같은 촌놈이
무슨 놈의 시를 짓겠다는 것이냐.'는 비아냥이었고,
다음 구절은 자기네는 봉황으로 자처하면서
김삿갓을 잡새로 몰아 붙였으니 그 얼마나 모욕적인 시란 말인가.
그래도 김삿갓은 역겨움을 참고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지필묵을 받자마자 다음과 같이 一筆揮之 했다. 내 본디 하늘 위에 사는 새로서 항상 오색구름 속에서 노닐었거늘 오늘따라 비바람이 몹시 사나워 들새 무리 속에 잘못 끼어들었소. 我本天上鳥 常留五彩雲 今宵風雨惡 誤落野鳥群
그들이 자기들은 봉황으로, 김삿갓을 잡새로 비유했으니
김삿갓은 역으로 그들을 <들새 무리>로, 자신은 <오색구름 하늘 위 새>로
자처하면서 통쾌하게 반박하였다. '이 한 首면 술값은 족히 될 것이니 소생은 이만 물러갑니다.'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시를 돌려가며 읽어 본 선비들은 모두들 노발대발하면서
김삿갓을 불러댔지만 그는 들은 체도 아니하고 유유히 걸어갔다.
좋은 국화주에 얼큰히 취한 후에 시골 선비들을 잔뜩 골려 준 김삿갓은 가슴이 후련하기까지 했다.
어느새 가을이 완연하여 소슬바람은 옷깃 사이로 차갑게 스며들고,
하늘가에서는 기러기 떼가 남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시골선비들의 같잖은 詩에 식상한 김삿갓은
'그래도 시라면 이쯤은 돼야지.' 하면서 불현듯 劉禹錫의 秋風引이라는 시를 떠올렸다. 가을 바람 어디서 불어오기에 기러기 떼를 쓸쓸히 날려 보낼까 아침부터 나뭇잎 울리는 바람소리를 외로운 나그네가 먼저 듣누나. 何處秋風至 蕭蕭送雁群 朝來入庭樹
孤客最先聞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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