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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총학생회장 / 윤한울

淸潭 2010. 2. 2. 16:25

[초대석]학교시설 축전행사장 사용반대 윤한울 연세대 총학생회장




연세대 총학생회장 윤한울 씨는 정당한 민주적 절차와 상식을 강조했다. 명분이 있는 일이더라도 관련된 당사자의 동의를 얻는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영대 기자

《“아무리 행사의 명분이 옳다고 해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는 게 민주주의의 상식이죠.” 연세대 캠퍼스가 8·15민족대축전 행사장으로 사용되는 것을 반대했던 연세대 총학생회장 윤한울(24·정치외교학) 씨는 ‘절차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 축전에 참가한 통일연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세대 캠퍼스를 행사 장소로 사용하는 것을 반대했다.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교 시설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통일연대 등은 경희대로 장소를 옮겨 행사를 치렀다. 이 일로 연세대 총학생회는 ‘반(反)통일·수구 세력’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25일 연세대 총학생회실에서 만난 윤 씨는 이 같은 비난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통일연대 등이 행사 개최를 일방적으로 학교 측에 통보했어요. 그래서 총학생회가 학교 안에서 행사를 갖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당장 다른 장소를 찾을 줄 알았는데 한동안 연세대를 행사 장소로 고집하더군요.”

그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잘못을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를 비난해요. 이념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들만이 통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들은 무조건 옳고, 자기들과 맞서면 모두 수구 보수로 몰아붙이는 건 폐쇄적이고 잘못된 거죠.”

총학생회가 행사 장소 제공을 거부한 뒤 제기된 ‘대학생들의 정치의식 실종’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견해를 달리했다.

“예전에는 대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정치의식이 낮아진 게 아니라 사회가 변한 거죠.”

연세대 총학생회가 12일 학교 시설을 축전 행사장으로 개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보수단체인 자유주의연대는 곧장 지지성명을 내고 연대 활동을 제안했지만 윤 씨는 이 제안도 거절했다.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교 시설 보호를 위해 학교 개방을 반대한 것입니다. 행사 주최 측이 진보세력이어서 반대한 것이 아니에요. 진보단체로부터 공격받는 상황에서 자유주의연대가 지지성명을 낸 건 고맙게 생각하지만(웃음), 연대해서 해결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초 대학가에 친일 청산 바람이 불었을 때도 그는 절차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일방적인 친일 청산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민주노동당 연세대 학생위원회는 올 3월 용재 백낙준(庸齋 白樂濬) 연세대 초대 총장의 친일 행적을 거론하며 동상 철거 서명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동상 철거에 대해 학생들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에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 이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윤 씨의 생각이다.

“친일 청산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었어요.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것입니다. 동상 철거에 대해 논란이 있었고, ‘백낙준’이란 인물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먼저 공과를 따져보는 합리적인 절차를 거치자는 거였죠. 자기들끼리 친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동상을 철거하겠다는 건 잘못된 거죠.”

그는 2004년 11월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탈(脫)정치, 작은 총학’을 선거 구호로 내걸어 당선됐다. 그의 ‘탈정치’는 진보나 보수 같은 이념적 성향이나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편을 가르고 싸우는 정치판 행태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탈정치’가 정치에 무관심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생쯤 되면 나름대로 가치관이 있어 이념적으로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요. 각자의 다양한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겁니다. 집회나 시위 같은 투쟁적인 방법으로 특정 이념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겁니다.”

윤 씨는 ‘작은 총학’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설명했다. 주로 운동권이 이끌던 총학생회가 정치, 경제, 사회, 노동문제 등 너무 많은 사안에 관여해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총학생회는 학생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조직입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쌀 개방, 비정규직 문제 등 너무 많은 문제에 관여했어요. 학내 문제 하나에만 집중해도 잘하기가 쉽지 않은데 너무 많은 정치적 집회나 시위에 참여했어요. 총학생회가 학생들에게 자기들의 정치성향을 따르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학기가 지나면 졸업할 예정인 윤 씨는 “졸업 후 군복무를 마친 뒤 공부를 계속할 생각”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언론 분야에서 일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