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실/인물초대석

KEDO 사무총장 / 찰스 카트먼

淸潭 2010. 2. 2. 16:24

[초대석]이달 퇴임 찰스 카트먼 KEDO 사무총장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 시절 북-미 협상의 주역이었던 찰스 카트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이 이달 말 퇴임한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에서는 인내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동아일보 자료 사진

《‘K-K라인.’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 시절인 1993, 94년 북한 핵 위기가 한창 고조됐을 당시 유행했던 말이다.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찰스 카트먼(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 한반도평화회담 특사가 찰떡궁합이 돼 협상을 주도하자 두 사람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까지 만들어진 것이다. 카트먼 사무총장은 1987년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참사관으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이래 한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특별한 관계’를 맺어 왔다. 그런 그가 이달 말이면 지난 4년 동안 이끌어 왔던 KEDO를 떠난다. 24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에 있는 KEDO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올해 56세인 그는 “국무부에서 26년 근무한 뒤 2001년에 한 차례 은퇴한 적이 있다”며 “지금 그때와 약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며 말문을 열었다.

―국무부 재직 시절 근무지가 주로 한국과 일본이었다. 특히 한국과는 인연이 깊은데….

“한국 근무는 민주화운동이 갈수록 세를 키워 가던 1987년에 시작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민주화운동을 지지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의 안정, 그리고 한국 군부가 다시 개입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복잡한 상황이었다. 결국 우리가 한 역할은 ‘뒤로 물러서서(Back off)’ 지켜보는 것이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웃었다. 누가 들어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말을 하고 있다는 뜻일까.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KEDO는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의 산물이다. 그런데 당시 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북한이 핵무기 기술을 개발할 시간만 벌게 해줬다는 것이다.

“만약 그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현재 어떤 상황일까라는 질문을 해보자. 당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지 않고 원자로를 계속 가동해 플루토늄을 생산했다면 아마 지금쯤은 수십 개, 아니 수백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1994년 합의로 그런 가능성들이 동결됐고 플루토늄 생산도 중단됐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지금 4차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있다. 1994년 핵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없겠는가.

“우선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엄청난 불신이 있고, 따라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인내가 필요하다. 또 북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체제 안정이다. 그들은 위협을 줄이거나 없애기를 원한다. 반면 우리의 목표는 핵 프로그램의 폐기다. 양측이 이처럼 다르기 때문에 협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서 협상까지 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사실 그를 만난 미국인은 거의 없다. 그래서 특별한 근거도 없이 ‘이상한(outlandish)’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클린턴 행정부 시절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날 기회를 가졌다. 그가 매우 진지하고 협상을 함께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말끝에 ‘KEDO 유용론’을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 양쪽에서 경수로 지원 중단 얘기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KEDO라는 조직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KEDO는 이미 막대한 투자를 했을 뿐만 아니라 10년 이상 북한과 일을 함께해 온 경험이 있다”면서 “협상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협상결과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조직이 필요한데 KEDO를 완전히 없애고 다시 시작하는 것은 큰 낭비”라고 지적했다.

그에게 한국의 강점과 단점을 물어 봤다.

“한국은 무엇보다 교육수준이 높고 열심히 일하려는 노동력이 많다. 지금은 과학과 예술도 수준이 높다. 한국 영화를 가끔 보는데 세계적인 수준이다. 단점은 나라가 작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가 아무리 역동적이라고 해도 5000만 명이 안 되는 인구로는 뭘 하기가 어렵다.”

카트먼 총장은 퇴임 이후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한미 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한국을 이해하는 데 너무 적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한미 관계를 강화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찰스 카트먼 총장은

△1975년 조지타운대 대학원 석사

△1975년 미 국무부 근무 시작

△1987년 주한 미대사관 정무참사관

△1996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1997년 국무부 차관보 대행

△2001년∼현재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