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남편이 직장을 잃었습니다" 스님의 답변은?

淸潭 2009. 1. 15. 17:28

질문

 

남편의 수입이 끊어지면서 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아이들도 불안해하면서 집중력과 안정감이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집안일이 겹치면서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이러면 안 된다고 마음먹으면서도 일의 추진력이 떨어지고 매사에 의욕이 없습니다. 
   

답변


 오늘날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합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 줘도 “엄마! 이거 얼마짜리야?” 하고 묻습니다. 부부간에도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는 기준이 몇 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는가에 따라 정해지기도 한답니다. 사랑도 돈으로 계산하는 세상에 우리가 삽니다.

 

  부처님은 천을 주워서 걸쳐 입으셨고, 음식을 얻어 드셨고,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주무셨습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최고로 가난한 분이었지만, 사실상 가장 행복한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빔비사라 왕은 좋은 집과 음식, 아름다운 여자와 값비싼 보물 등, 원하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늘 부처님께 와서 괴로움을 호소했습니다.
 
  행복이 물질로 이루어진다면 요즘 사람들이 100년 전 사람에 비해서 훨씬 더 행복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잖아요. 여러분들은 지금 사는 데 불만이고 불평이 많잖아요.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사람은 재물이나 명예가 행복의 절대적 요소가 아님을 아셔야 합니다.
                          
  남편의 직업이 바뀌거나 없는 것은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남편이 명예퇴직을 해서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남편은 자괴감을 느끼게 되고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 보겠다고 서두르다가 남의 유혹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그러다 보면 더 큰 손실을 입는 일에 휩싸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 이럴 때 아내가 “여보! 그동안 수고했어요. 오랜 세월,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으니 이제는 좀 쉬세요. 산 입에 거미줄 치겠어요? 우리가 아껴 먹고, 아껴 입고, 아껴 쓰면 돼요. 이런 좋은 기회에 ‘깨달음의 장’도 갔다 오고 스님 법문도 들으면서 푹 쉬세요.” 이렇게 편안하게 해주면 남편이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쫓기지 않습니다. 이렇게 소일하다가 새 일거리를 찾아야 실수가 없습니다. 부부가 살면서 그 정도의 애정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젠가 상담을 한 부부 중에 남편 생명이 위독할 지경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휴직서 내고 쉬세요.” 그랬더니 옆에 있던 부인이 “스님, 한 6개월만 더 다니다 쉬면 안 될까요?”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왜요?” 하고 물었더니 “지금 우리 남편이 승진할 차례인데 6개월만 더 있으면 인사이동이 있거든요. 승진하고 나서 쉬면 안 될까요?” 이렇게 얘기를 해요. 사람이 건강하다면 모를까 생명이 위독해서 당장 쉬라는데, 남편 목숨은 안중에도 없고 ‘어떻게 살까?’ 하는 걱정이 앞선단 말이에요. 전 이럴 때 소름이 끼칩니다. 출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 보살님만 그런 게 아닙니다. 누구나 돈에 집착하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지금 보살님도 앞으로 살아갈 걱정에 너무 집착해 있어서 그래요. 그러니 보살님도 걱정 내려놓고 푸근한 마음으로 남편을 위로하고 격려하면, 비록 풀죽을 쑤어 먹어도 남편이 감동합니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새 살림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내가 이런 어려움이 닥쳤을 때 새로운 기회, 더 좋은 삶으로 가게 되는구나,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겠나?’ 하고 법의 가피를 느낄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붓다의 법에서 나오는 헤아릴 수 없는 가피입니다. 그러니까 불안해하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정진하세요.

 

  우리가  마음먹은 것과 실제로 행하는 것 사이에는 모순과 갈등이 있습니다. 그러니 안 되는 것을 현실로 알고 연습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뭘 배우든지 처음에는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수행은 연습이고, 연습은 끊임없는 실수의 반복입니다. 그러나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실수를 통해서 성공하는 길을 보는 안목이 열립니다. 그렇게 연습하는 마음으로 수행정진하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셨는지,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몇 몇 분들은 눈물을 글썽이는 분들도 있으셨구요. 질문하신 여자분은 강연이 끝나고 밝게 웃으셨습니다. 공양간(식당)에서 밥을 같이 먹는데,  "내가 그동안 남편의 마음을 참 헤아려주지 못했구나... 우리 남편이 참 힘들었겠다..."  하시더군요.

 

올해는 직장을 잃는 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이런 어려운 시기를 계기로, 오히려 부부간에 더욱 화합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깊이 알아가는 그런 소중한 시간으로 전화위복이 되었으면 합니다. 언제나 행복은 내 마음 속에 있다는 쉽고 간단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