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별이 곧 부처죠.”

淸潭 2007. 12. 27. 20:46
평생 별만 헤다가 출가 꿈 꿔… “별처럼 사는 게 부처로 사는 것” [중앙일보]
 
원로 천문학자 이시우 박사
번뇌·탐욕 걷어내야 인간의 ‘우주심’ 드러날 텐데
 
“별이 곧 부처죠.”

 21일 서울 인사동에서 ‘별 박사’를 만났다.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를 지냈던 이시우(70) 박사다. 1998년 그는 돌연 사표를 냈다. 정년을 5년이나 앞둔 갑작스런 은퇴였다. 학위를 받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함이었다. 또 그는 출가해 남은 생을 선방(禪房)에서 보낼 작정이었다. 그러나 출가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40세 이상(현재는 만 50세)은 출가할 수 없다’는 조계종 승려법 때문이었다. “은퇴 당시 60세였죠. 그때 머리 깎고 산에 들어갔다면 지금쯤 어느 선방엔가 앉아있겠죠.”

이시우 박사는 최근 출간한 『별처럼 사는 법』(우리출판사, 1만원)에서 “마음 속의 때를 비우고, 잠시 하늘을 보라. 그곳에 별이 있고, 우주의 진리가 펼쳐져 있다”고 말한다. 불교에도 조예가 남다른 그는 밤하늘을 보며 캐냈던 별의 이치를 고스란히 인간에 빗댔다. 그리고 아무런 바람도 없이 빛을 발하는 별의 일상을 ‘깨달음’과 ‘붓다’에 견주었다. 그에게 별과 우주, 인간과 부처에 얽힌 함수관계를 물었다.

 
 -우주란 뭔가.

 “물리적으로 말하면 별들이 모인 세계가 우주다. 1000억 개의 별이 모인 게 은하다. 우주에는 그런 은하가 또 1000억 개 있다. 별과 별들 사이의 물질은 물론 시간과 공간까지 합해 ‘우주’라고 부른다.”

 -우주는 살아있나.

 “그렇다. 우주 안의 만물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걸 ‘생의(生意)’라고 부른다. 그래서 별에게도 생명이 있다. 태어나서 일생을 살고, 또 살다가 죽음을 맞는다. 그래서 별은 생명체다. 그런 생명들이 수없이 겹쳐있는 세계가 바로 우주다.”

 -그럼 인간은 뭔가.

 “우주 안에 있는 구성 요소 중 하나다. 인간의 몸은 물론, 정신도 그런 구성 요소에 속한다. 나는 인간만 특별하다고 보진 않는다. 우주 안에 있는 만물이 평등하고, 만물의 존재 가치가 동등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우주의 관계는.

 “우주를 보라. 별도, 나무도, 바위도 모두가 자연적인 흐름에 따라 산다. 우주의 이법에 맞게 살아간다. 그런데 인간만 그렇지 않다. 인간은 ‘자연적’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주를 보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알게 된다.”

 -식물과 동물, 인간의 삶은 어찌 다른가.

 “식물은 땅에서 물을 얻고, 잎에서 동화작용을 한다. 정지된 상태에서 민주 적으로 산다. 동물은 돌아다니면서 먹이를 잡아먹는다. 그러나 배가 부르면 그만이다. 그래서 자신이 먹고 살 만큼의 집착심만 있다. 그런데 인간은 다르다. 끊임없이 축적을 한다. 탐욕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집착심은 끝이 없다.”

 -그럼 별은 어떻게 사나.

 “별은 성간물질(별들 사이의 물질)에서 태어난다. 성간물질의 티끌과 가스 등이 뭉쳐 별이 된다. 그게 별에겐 평생 먹을 양식이다. 날 때 먹을 걸 가지고 태어난다. 그래서 탐욕도 없다. 또 별은 버릴 줄도 알고, 베풀 줄도 안다.”

 -어떻게 버리고, 어떻게 베푸나.

 “별은 항상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에 놓이려고 한다. 에너지가 낮을수록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은 살다가 에너지가 높아져 불안정해지면 물질을 방출한다. 그래서 안정을 찾는다. 나는 그걸 별의 ‘선정(禪定)’ 상태라고 부른다. 그렇게 방출된 물질이 모여서 다음 세대의 별이 탄생하게 된다. 그게 진정한 버림이고, 참다운 베풀기다.”

 -그럼 어찌해야 별처럼 사나.

 “인간의 마음 속에는 ‘우주심’이란 게 있다. 그런데 번뇌망상을 일으키는 ‘생동심’이 그걸 덮고 있다. 그러니 ‘생동심’을 걷어버려야 ‘우주심’이 드러나는 법이다. 그래야 별처럼 살게 된다. ‘내가 본래 부처다’ 하는 얘기도 이 말이다.”

 -그 ‘우주심’이란 뭔가.

 “불교에서 말하는 ‘본래면목’이다. 바로 ‘우주의 원리’를 말한다. 이 ‘우주심’이 드러날 때 사람도 우주의 진정한 구성원이 된다. 그때 사람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현하게 된다. 그런데 주위를 보라. 사람들은 ‘존재가치’를 좇지 않고, ‘소유가치’만 좇고 있다. 그래서 삶은 고통이 된다.”

 이 박사는 다시 ‘별’ 얘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석가모니께서도 새벽별을 보고 깨달았다고 한다. 별들은 끊임없이 설법을 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어리석어서 듣지 못할 뿐이다. 별처럼 사는 것, 그게 뭔가. 바로 부처로 사는 것이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