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불교관련

중이 절을팔아....그것도 교회에?

淸潭 2007. 10. 23. 14:56
태고종, 교회에 사찰 헐값 매각
남양주 도법사 인근 교회 신도에 팔아 충격
총무원 “신도 줄고 관리 어려워 매각 선택”
신도들 “종단이 훼불 자행…계약 되돌려야”
기사등록일 [2007년 10월 22일 월요일]
 
<사진설명>태고종 총무원이 금곡교회에 매각한 남양주 도법사 전경.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 중 하나인 태고종이 종단 소속 사찰을 교회에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태고종(총무원장 운산)이 지난 9월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에 소재한 도법사를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김모 씨에게 10억5000만원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계약 당사자인 김모 씨는 도법사가 창건된 이후 수십 년간 끊임없이 분쟁을 지속해 온 ‘금곡교회’에 다니는 지모 장로의 부인으로 확인돼 사실상 태고종이 사찰을 교회에 매각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도법사 신도회는 10월 15일 태고종 총무원을 방문, “총무원이 그 동안 수차례에 걸친 신도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도법사를 금곡교회에 팔아넘겼다”며 “창건주 스님의 유지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30여 년 간 금곡동 불자들의 신행도량이자 정신적 귀의처였던 도법사를 교회에 매각한 총무원을 용서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제가 된 도법사는 지난 1960년대 말 ‘경기 지역 포교를 활성화 하겠다’는 원력을 가진 대종 스님이 사재를 털어 창건한 사찰이다. 당시 작은 암자에서 출발한 도법사는 포교에 원력을 세웠던 스님과 신도들의 노력으로 불과 10여년 만에 대지 약 1322㎡(400여 평) 규모의 중견 사찰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이처럼 도법사가 사세를 넓혀가자 사찰 바로 뒤에 위치한 금곡교회 측은 그 동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고, 절 땅에 쓰레기를 투척하거나, ‘사탄의 집단’이라는 등의 유언비어 퍼뜨리면서 사찰과 끊임없이 분쟁을 일으켜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사찰 땅을 교회에 팔지 않을 경우 절에 불을 지르겠다는 등의 협박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창건주 대종 스님은 “자신이 살아있을 동안은 어떤 경우라도 절이 유지되겠지만 만약 사찰 재산을 속가 자식들에게 물려준다면 머지않아 교회에 매각될 것”이라고 판단해 지난 1986년 10월 18일 일체 조건 없이 도법사의 모든 재산을 종단에 무상증여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어떤 경우라도 도법사에서 목탁소리가 끊기는 날이 없도록 해달라”고 유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993년 대종 스님이 입적하자 도법사는 태고종 총무원에서 주지를 파견하는 직할 사찰이 되면서 점차 사세가 기울고 신도 수도 급격히 줄었다. 이와 관련해 신도 측은 “절을 잘 관리하더라도 자신에게 특별한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던 주지 스님들이 사실상 도법사를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창건주 스님이 주지로 있을 당시부터 30여년 이상 이 절을 다녔다는 김동숙 씨는 “종단에서 파견된 스님이 주지로 온 이후부터 도법사는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아 사실상 신도들이 절을 가꿔왔다”며 “심지어 대웅전 지붕의 기와가 깨져 빗물이 쏟아져도 주지 스님은 이를 방관해 왔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신도 이선월 씨도 “주지로 파견돼 온 대부분의 스님들은 지역 포교는 고사하고 사찰 관리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며 “이런 스님들이 오히려 종단에는 (도법사에) 신도도 없고, 관리가 어려우니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허위보고함으로써 사찰 매각을 부추겨 왔다”고 강조했다. 보다 못한 신도회 측이 나서서 지난해 3월 십시일반 모은 3000여 만원으로 대웅전 기와 불사를 비롯해 도시가스 공사 등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신도들의 노력과는 달리 태고종 총무원은 지난해 7월 한국불교전통문화 전승관 건립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도법사를 담보로 설정하면서 사실상 매각 절차를 밟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당시 도법사 인근에서는 사찰이 금곡교회에 팔린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이에 신도회 측은 크게 반발, 총무원을 수차례 항의 방문해 “창건주 스님의 유지가 담긴 도법사를 절대 매각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태고종총무원은 “절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신도회 측에 전달해왔으나 지난 9월 12일 금곡교회 신도 김모 씨와 매매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이와 관련 총무원은 “신도가 없어 사찰을 관리할 수 없었다는 것이 도법사에 파견됐던 주지 스님들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며 “이로 인해 사찰은 폐허가 됐고, 더 이상 관리가 힘들어 이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매각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신도회 측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할 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도들에 따르면 아직까지 신도카드에 이름을 올린 불자들의 수가 200여명에 이르고, 부처님오신날, 각종 재일 등 법회 때마다 보통 30~40여명 이상의 신도들이 참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총무원은 기본적인 감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도법사를 매각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선월 씨는 “종단에서 돈이 필요해 사찰을 매각하려고 한다면 차라리 다른 종단의 스님에게 매각하거나 그것도 힘들면 신도들에게라도 절을 팔아달라고 총무원에 수차례 호소했다”며 “그럼에도 총무원은 입적하신 대종 스님의 유지와 우리 불자들의 호소를 무참히 짓밟은 채 교회에 사찰을 헐값으로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신도 박덕천 씨는 “교회에 만큼은 절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창건주 스님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신도들은 사비를 털어서까지 도법사를 지키고자 했다”며 “그럼에도 포교를 위해 출가했다는 스님들이 사찰을 비난하고 탄압했던 교회에 절을 팔수가 있느냐”며 눈물을 글썽였다. 특히 신도들은 “교회 측에 절을 판 건 불교계가 스스로 자행한 훼불행위”라며 “그렇게 절을 팔아야 할 정도로 돈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교회 측이 아닌 우리 신도들에게 팔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설명>"어떤 경우라도 도법사에서 목탁소리가 끊기는 날이 없도록 해달라"며 태고종에 도법사를 무상증여한 창건주 대종 스님의 뜻을 기리는 공덕비.

문제가 불거지자 총무원은 보도 자료를 통해 “그 동안 종단에서 도법사에 대해 사찰 대표자(주지 스님)를 교체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했지만 기울어진 사세를 돌이킬 수 없었다”며 “따라서 창건주 대종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도법사를 발전시키는 최선의 방안은 사찰을 이전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총무원은 이어 “이후 종단은 지난 7월 8일 종무회의를 통해 ‘도법사 이전 발전계획’을 수립했고 양평에 대지 약 3300(1000여평)㎡ 규모의 기도도량을 마련, 도법사를 이전키로 최종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총무원은 “신도회가 종단에 사찰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온 적이 있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자체 조사한 결과 신도들이 그만한 재정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논의를 중단했었다”고 밝혔다.

남양주=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922호 [2007-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