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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건축물의 설계자에게 주는 상을 정작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가 받지 못한다면? 이런 일이 실제 벌어졌다. 2일 시상식이 열린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민간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한 파주 웅진씽크빅 사옥을 실제 설계한 건축가는 김인철 중앙대 교수이다. 그런데 상은 김 교수가 아니라 그와 함께 작업한 건축설계사무소 아르키움 대표 정승권씨가 대신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반 주거부문 대통령상 수상작인 배재대학교 국제언어생활관도 실제 설계자는 건축가 유걸씨인데, 수상은 유걸씨의 건축사무소 동료가 했다. 올해 대통령상 수상작 셋 가운데 사회공공부문을 뺀 두 부문에서 실제 설계자가 상을 못 받은 것이다.
배재대 국제언어생활관을 설계한 유걸씨는 미국 건축사 자격증이 있고 한국 건축사 자격은 따로 없어 같은 사무소 동료 이름으로 인허가 행정을 처리해왔다. 때문에 실제 건축계가 인정하는 두 작가가 아니라 작업 동반자였던 다른 건축사가 시상 규정 때문에 ‘대리 수상자’가 된 것이다.
건설교통부와 한국건축사협회 등이 함께 준비하는 건축문화대상은 올해 16회째로 정부가 건축 분야에 수여하는 유일한 공식 상이어서 위상이 크다. 하지만 건물 등기상 건축사를 대상으로 한다는 규정을 따르다보니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이다. 이는 다른 국내 건축상이나 외국 건축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지난 6월 발표한 김수근건축상의 경우 같은 웅진씽크빅사옥이 수상작으로 뽑혀 김인철 교수가 상을 받았다. 특히 건축가 유걸씨는 지난해에도 배재대 국제교류관으로 건축문화대상을 받게 되었는데, 같은 문제로 사무소 동료가 대리 수상하는 일이 2년 연속 생겼다.
이에 대해 건축계에선 건축의 문화적인 측면에 대한 정부의 인식 부족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내 건축상을 대표하는 상이 정작 건축의 예술창작적 측면보다는 건축물 시공에 필요한 규정에 얽매여 설계자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중심적인 사고라는 것이다. 원래 건축문화대상의 설립 목적이 건축의 문화적 측면을 중시해 건축문화의 모범 사례가 되는 건축물에게 주자는 것이어서 이런 시상 규정은 더욱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전부터 계속되어왔다. 그런데도 비현실적인 규정이 고쳐지지 않는 바람에 올해의 경우 최고상들이 모두 이런 논란을 낳게 된 것이다.
건축평론가 이용재씨는 “건축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고 건설의 측면에서 보아온 한국의 풍토에서 나온 잘못된 관행”이라며 “문화예술로서 건축은 하루빨리 건설교통부가 아니라 문화관광부의 영역에서 문화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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