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남편 키운 `위대한 아내들`
톨스토이·아인슈타인·마르크스 …
"'사람이 사는 데에는 살을 섞을 여자와 이성적인 관계를 나눌 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 내가 그의 이러한 신념을 29년 전에 알았더라면, 나는 결코 그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커플은 공감하고 솔로는 겁먹을 이 대사. 엊그제 드라마 주인공이 읊조린 말이라해도 믿을 이 참혹한 깨달음은 100년도 더 된 체험기다. 1890년 이 꿉꿉한 심정을 일기장에 눌러 쓴 사람은 소피아 안드레예브나 톨스토이. 후대가 악처로 혹평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부인이다. 18세 되던 해 아버지 친구 톨스토이와 가정을 이룬 그녀는 결혼과 함께 의사.피아니스트.소설가의 이름을 버려야했다. 그리고 30년 뒤 머리를 쥐어 뜯으며 이렇게 썼다. 세기의 천재에게 젊음과 재능을 바친 잘난 여자들의 '그림자노동기'다. 천재의 조수이자 전당포를 오가는 하녀. 성적 욕구를 채워주는 팜므파탈이면서 현모양처. 혁명가.과학자.예술가 남편은 전진의 동력으로 그녀들에게 이 '조용한 노동'을 요구했다. 열정을 거세하며 그녀들은 그렇게 살았다. 불행했다. 페이지를 넘기면 예니 베스트팔렌.밀레바 마리치.카미유 클로델 대신 칼 마르크스의 반려자.아인슈타인의 아내.로댕의 정부로 살다 간 이들의 탄식이 선연하다.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말했듯 예니는 '날카롭고 비판적이며 정치적으로 조예가 깊은 동지'였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엔 15년을 자료 수집과 원고 정서에 매달린 예니의 노력이 담겨있다. 밀레바 마리치는 아인슈타인과 사랑을 나누다가도 미적분과 전자기 이론을 토론하던 수재였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 수상의 토대를 마련해준 다섯 편의 논문엔 공동연구자 밀레바의 이름이 빠졌다. 무수한 전기와 기록을 뒤져 그녀들을 재발견한 작가는 조용히 증언한다. '잘난 남편의 반사광이 아니었대도 스스로 반짝였을 인재들이다'. 만약 그들이 남성이었다면. 박연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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