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책 속의 향기

…‘아버지의 부엌’

淸潭 2007. 2. 24. 17:23

[문학예술]아버지의 가슴 찡한 홀로서기…‘아버지의 부엌’



◇아버지의 부엌/사하시 게이조 지음·엄은옥 옮김/319쪽·1만 원·지향

‘엄마는 돌아가셨다. 1982년 6월 15일, 암 선고를 받고 10개월 동안 필사적으로 살아오셨던 어머니였는데….’

이 책의 첫머리는 우울하다. 이어지는 대목은 독자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 ‘우리 네 딸들은 당황하고 고민했다. 아들이 돌봐주겠지.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아들에게 아버지를 모시라고 말한다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80대 노년의 아버지는 1남 4녀 자식 가운데 독신인 셋째 딸의 몫이 됐다. 그런데 이것도 만만치가 않다. ‘내 멋대로 일에 몰두하는 독신생활,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도 하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즐겨왔는데 이제 와서 아버지를 모신다는 것이 솔직히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 셋째 딸의 솔직한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평생 의지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게 된 80대의 아버지. 셋째 딸은 이런 아버지에게 군대식으로 혹독한 홀로서기 훈련을 실시한다.

이 책은 그 처연한 과정을 솔직하게 기록한 일본인의 실화다. 노인회에 나가게 하고 요리와 빨래하는 법을 가르치고…. 아버지에겐 분명 힘겨운 과정이다. 어찌 보면 참으로 매정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끝내 홀로 서는 데 성공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당당하게 부엌에 선 80대의 아버지.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외로움을 딛고 선 아버지. 그 모습이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네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