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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에 - 티치아노

淸潭 2025. 1. 4. 21:52

다나에 - 티치아노

티치아노, Danae, 다나에, 1545-46, 172x120cm
다나에의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서도 피할 수 없는 운명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리고 섹스중독자인 제우스의 집요함이 빛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간단히 요약을 해서 설명을 한다면, 아들이 없던 아르고스 Argos의 왕 아크리시오스 Acrisius는 자신에게 후계자가 생길 것인지를 묻는 신탁을 받아보다가 좋지 않은 예언을 듣는다. 자신에게는 아들이 없을 것이고, 그의 딸 다나에에게는 아들이 생길 것이지만, 왕 자신은 다나에의 딸에게 죽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자신의 목숨이 소중했던 아크리시오스는 딸 다나에를 궁전 밑에 만든 청동 지하감옥에 가두어 버린다. 다나에게 애를 낳지 않으면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다나에는 바람둥이 신 중의 신, 제우스에 이미 점찍혀 있던 몸이었다. 갑자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감옥에 자신의 먹이감이 갇혀 버리자, 고민하던 제우스는 황금 빗줄기로 변해 청동 지하감옥으로 스며 들어가, 다나에를 적시게 된다. 한번 정한 타겟은 어떤 식으로든 손에 넣고야 마는 제우스의 집요함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의 아이를 낳은 딸을 보자 기가 막혀진 왕은 제우스의 자식을 직접 죽일 수는 없었기에 다나에와 아기를 통에 가두어 강에 내다 버린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서 아무리 아기를 강에 내다 버려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아기는 나중에 자라서 그리스의 영웅 페르세우스 Perseus가 되고, 그는 메두사 Medusa의 목을 베고, 안드로메다 Andromeda를 구해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아르고스에서 열린 올림픽 경기에 참여를 하여 투창 또는 원반 던지기에 참여를 하는데, 그가 던진 창 또는 원반이 방향을 잃고 날아가 경기를 관전하던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를 죽이게 된다. 정해진 운명은 피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몇 차례이고 설명이 있었지만, 르네상스 이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그림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중세의 엄혹한 윤리 기준이 적용되는 가운데서도 여인의 누드를 문제없이 그릴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이기 때문이다. 제우스가 바람을 피우는 그림은 그리스 로마 신화 가운데서도 에로틱한 분위기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핑계거리가 된다. 따라서 다나에의 그림은 수많은 화가들에 의해 그려졌다 (다른 작가들이 그린 다나에 그림은 맨 아래 링크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중 가장 유명한 그림은 티치아노가 그린 것이다. 그리고 티치아노의 그림이 가장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티치아노가 이 그림을 워낙 많이 그렸기 때문이다. 티치아노는 위에 있는 1545-46년의 오리지널 버전 (나폴리 버전)을 포함하여 여러 점의 버전을 그렸으며, 그의 공방에서도 수많은 카피 버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티치아노는 다른 그리스 신화 그림도 많이 그렸다. 뒤에 다른 포스팅에서 더 소개가 되겠지만, 이를테면 맨 아래 있는 유로파 또는 에우로페의 납치와 같은 그림은 다나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우스의 섹스 중독을 보여주는 좋은 이야기 거리가 되겠다. 그리고 비슷한 이유로 티치아노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황금비를 받고 있는 다나에, Danae receiving the Golden Rain, 1560-65년 작품, 프라도 미술관 소장

유로파 또는 에우로페의 납치 The Rape of Europa, 1560-62년 작품, 보스턴 소재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소장

[출처] 다나에 - 티치아노|작성자 새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