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동조 말라’ 쪽지 붙인 여고생…재물손괴 혐의로 경찰 조사받아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경북의 한 고등학생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에 불참한 지역 국회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의 쪽지를 의원 사무실에 붙였다가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무혐의 처리되기는 했지만, 과잉 수사로 시민을 겁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경북 영천경찰서에 따르면, A 양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었던 지난 7일 오후 8시께 영천에 있는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건물 내부 벽에 메모지를 붙였다. “내란 수괴범에 동조한 당신, 국민의 편은 누가 들어줍니까?”라는 내용이었다. A 양은 메모지 한 장에 한 글자씩 적어 붙였다.
영천경찰서는 이틀 뒤인 9일 A 양에게 연락을 취했다. 경찰은 A 양에게 쪽지 부착 사실과 동조자 여부 인적사항 등을 물은 뒤 10일 오후 면담에 참석할 것을 요청했다.
경찰은 지역구 사무실 관계자로부터 쪽지를 붙인 사람의 신원을 특정해달라는 민원을 받았고, 쪽지에 남은 A 양의 지문을 분석해 신원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만희 의원실 측은 “관련 사실을 알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이 과잉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사기관의 지문 채취는 영장 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지만, 범죄 혐의가 명확하지 않은 신고 접수에 경찰이 신원을 특정해 연락한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경찰청은 10일 A 양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해당 학생을 영천시 한 카페에서 부모 동석 하에 면담한 결과 범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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