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문숙공(文肅公) 채제공(蔡濟恭)의 장례일에 치제한 글

淸潭 2024. 12. 4. 17:30
문숙공(文肅公) 채제공(蔡濟恭)의 장례일에 치제한 글
樂民(장달수)추천 0조회 2717.08.13 09:38댓글 0
북마크공유하기기능 더보기

 

문숙공(文肅公) 채제공(蔡濟恭)의 장례일에 치제한 글



의정부영의정 규장각제학 화성부유수 장용외사 사시(賜諡) 문숙공(文肅公) 채제공(蔡濟恭)의 장례일에 각신(閣臣)을 보내어 그 영전에 대신 영결을 고하게 하노라.

소나무가 곧게 위로 솟고 / 松喬上竦
산이 깎아지른 듯 굳건하게 선 모습 / 山嶻脚牢
경이 곧 이와 흡사하였으니 / 卿式似之
결코 시속을 따라 부앙(俯仰)하지 않았네 / 判不桔槹
우뚝이 홀로 자임(自任)하니 / 挺然獨任
군사부(君師父)를 한결같이 섬기는 의리였네 / 義三秉一
학사로서 비각(秘閣)에서 역사를 편수할 적에 / 木天編史
손에는 직필(直筆)을 잡았네 / 手握弗律
사특한 무리를 형벌로 응징하니 / 斧鉞狐鼠
해와 별 같은 충신(忠臣)이었네 / 日星忠藎
변경의 유언비어는 놀라기 쉬운데 / 蜀訛易驚
공물(貢物)을 보내오지 않으니 / 巴賨不贐
환하게 분변하고 확실히 밝혀서 / 洞辨廓闢
우리 추로로 돌아오게 만들었네 / 返我鄒魯
승지로서 임금 앞에 무릎을 꿇고 / 知申膝席
피눈물을 비처럼 흘렸네 / 血涕如雨
스스로 단심(丹心)을 지녀 / 自持寸丹
천신에게 물을 만했나니 / 質諸天神
만 사람의 힘센 장사도 빼앗지 못하고 / 萬育莫奪
백겁의 세월에도 닳아 없어지지 않네 / 百劫無磷
경이 타고난 품성은 / 蓋卿稟賦
뛰어나고 영특했으니 / 俊爽英特
차라리 마판에 엎드린 천리마가 될지언정 / 寧驥櫪伏
끌채 밑의 망아지는 되려 하지 않았네 / 不駒轅促
구름에 닿을 기개였고 / 薄雲氣槩
조수(潮水)를 삼킬 국량이었네 / 呑潮局量
문장으로 발휘하니 / 發之於文
강개하고 드높았네 / 忼慨瀏亮
장자(莊子)의 정수요 열자(列子)의 진액이며 / 莊精列液
사마천(司馬遷)의 골수이고 반고(班固)의 근골일세 / 馬髓班筋
축을 치며 부르는 연 나라 노래 / 燕南歌筑
호위하는 군대를 새로 갖췄네 / 抗隊新飜

이간하는 글이 상자에 가득해도 / 篋雖魏盈
결코 의심하지 않았네 / 杼不曾投
나는 현경이 아니었으나 / 予匪懸鏡
경은 실로 허주였으니 / 卿實虛舟
만뢰는 근원으로 돌아가고 / 萬籟歸竅
삼품은 화로에서 나왔네 / 三品出鑪
번암에서 일어나 / 起來樊巖
강구의 탄도(坦道)를 걸었네 / 坦履康衢
아, 경이 군주를 만나니 / 嗟卿巷遇
영고의 밝으신 안목이었네 / 寧考則哲
특별히 경연(經筵)에 두셨으니 / 特置經幄
잠필로부터 알아주었네 / 知自簪筆
우 나라의 처럼 / 若龍於虞
왕명을 출납하고 / 出納王命
정 나라의 교처럼 / 若僑於鄭
국가의 사령을 윤색하였네 / 潤色辭令
입으로는 임금의 약을 맛보았고 / 口嘗御藥
손으로는 제왕의 문장을 지었네 / 手綴天章
위의가 정돈되고 엄숙하니 / 魚魚雅雅
적불 창형이었네 / 赤芾蒼珩
경을 알고서 경을 등용하니 / 知卿用卿
내 돈독히 스스로 믿었네 / 予篤自信
좋은 계책 있으면 반드시 채택하니 / 有謨必采
경이 쌓아온 역량을 취함이었네 / 取卿抱蘊
간독(簡牘)이 있으면 반드시 칭찬하니 / 有牘必詡
경의 굳은 뜻을 가상히 여김이었고 / 嘉卿秉執
일이 있으면 반드시 자문하니 / 有事必咨
경의 해박한 식견을 기뻐함이었네 / 喜卿該洽
시를 읊으면 반드시 화답하니 / 有唱必醻
공의 풍류와 운치를 사랑함이었네 / 愛卿風韻
가시나무를 등에 지겠다고 한번 부르짖자 / 一號負荊
온 세상이 염파(廉頗)와 인상여(藺相如)로 여겼다네 / 擧世廉藺
태아검(太阿劍)의 서슬이 빛나니 / 太阿如水
누가 감히 활을 겨누겠는가 / 疇敢弧車
과거에 합격하여 조정에 선 것이 / 策名立朝
오십 년 남짓하니 / 五十年餘
청화 요직에 / 淸華要膴
어디 간들 마땅하지 않았으리 / 奚適不宜
호조와 병조 / 度支中權
예문관과 중추부였다네 / 藝苑樞司
규장각에 올랐다가 / 延登奎閣
강한에 자취를 이었으니 / 接武江漢
빛나는 부절 지니고 지방으로 나감은 / 煌煌六節
유수와 절도사의 직책이었네 / 藩留及閫
곧 재상으로 세운 것은 / 乃立之相
점을 친 것도 꿈을 따른 것도 아니었네 / 不卜不夢
거센 물결에 버티는 우뚝한 암석이고 / 捍流屹石
대하(大廈)를 지탱하는 큰 동량이었네 / 支廈巨棟
은택이 수많은 백성에게 미치고 / 澤漉羣黎
복록이 구족에 끼쳤으니 / 祿仁九族
부귀한 집안에서 위포를 걸치고 / 桃門韋布
재상 집안에서 도롱이를 입었네 / 槐庭襏襫
서루의 칠분이 / 西樓七分
위로 수성에 응하니 / 上應壽星
학발과 상홀에 / 鶴髮象笏
오히려 전형이 있었다네 / 尙有典型
이즈음 화성(華城)에 현륭원을 조성하여 / 爰宅于華
청승이 길에 임하니 / 靑繩路臨
봄 이슬이 성하게 적셨는데 / 采采春露
손으로 소나무 그늘을 가리켰네 / 手指松陰
일흔 나이로 정월 초하룻날 / 大耋元朝
이른 아침 기거의 반열에 나왔는데 / 聽漏起居
윤택한 안색 밝은 눈동자로 / 渥顔炯眸
단정히 양손 맞잡고 안온하게 추창했네 / 端拱穩趨
경은 여든을 기약했으나 / 卿期八齡
나는 백 세를 누리리라 하였더니 / 予謂百歲
서쪽에서 이른 한 기운이 / 西來一氣
감히 어긋나 요기(妖氣)를 퍼뜨렸네 / 敢肆乖沴
세상에 드물게 나는 인물이건만 / 間起人物
경 또한 기미(箕尾)를 타고 떠나고 말아 / 卿亦乘箕
조정에 노성한 대신이 없으니 / 朝無老成
나라의 일 장차 어찌 할 것인가 / 國其何爲
또한 듣건대 어버이께 효성스럽기로 / 且聞孝親
경만 한 이가 드물었다는데 / 罕如卿者
이제는 그만인지라 / 今焉已矣
눈물만 한결같이 뿌릴 따름일세 / 有淚一灑
나라 사람들 슬퍼 방아를 문득 그쳤건만 / 舂杵遽輟
나는 아직 궤장을 내리지 못하였네 / 几杖未錫
사람과 함께 없어지지 않은 것은 / 不與人亡
서가에 가득한 문고(文稿)이니 / 滿架牙軸
인쇄에 부쳐 / 徵付剞劂
장차 오래도록 전하려 하네 / 將壽其傳
친히 뇌문을 지으니 / 親製誄文
오백여 마디의 말일세 / 五百餘言
평소의 일을 두루 서술하니 / 歷鋪平素
나의 글에 부끄러움이 없네 / 予筆無愧
아들 홍원에게 이르노니 / 寄語弘遠
선친을 더럽히지 말고 한결같이 따를지어다 / 毋忝毋貳
 
 
[주-D001] 사마천(司馬遷) : 한 나라 무제(武帝) 때 사람으로 자는 자장(子長)이다. 유람을 좋아하여 일찍이 남으로는 강회(江淮)에 노닐고 북으로는 문사(汶泗)를 건너 산천을 유람하면서 호한(浩瀚)한 기운을 얻어 이를 문장으로 발휘하여 《사기》를 지었다. 《史記 卷130 太史公自序》[주-D002] 반고(班固) : 후한(後漢)의 안릉(安陵) 사람으로 자는 맹견(孟堅)이다. 9세에 이미 문장에 능했고 자라서는 백가(百家)의 전적(典籍)을 두루 섭렵하여 더욱 박식하였다. 아버지 반표(班彪)가 짓다가 이루지 못한 《한서》를 이어받아 20여 년 동안의 각고 끝에 완성하였다. 《後漢書 卷40上 班彪列傳 班固》[주-D003] 축(筑)을 …… 갖췄네 : 전국 시대 연 나라 태자의 자객으로 진(秦) 나라에 간 형가(荊軻)가 떠나기 전 친구가 치는 축 소리에 맞춰 비장한 노래를 한 고사가 있다. 《史記 卷86 刺客列傳 荊軻》 여기서는 채제공이 비장한 마음으로 당시 정조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창경궁 수비대장을 맡아 여러 차례 음모를 적발해 낸 것을 의미한 듯하다.[주-D004] 현경(懸鏡) : 높은 집에 거울을 걸어 놓으면 사물이 다 비춰지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이 순정(純正)하여 사리(事理)를 밝게 살핌을 말한다.[주-D005] 허주(虛舟) : 사람이 타지 않고 무심하게 떠다니는 빈 배로서, 사사로운 마음으로 따지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처하는 것을 말한다. 《莊子 山木》[주-D006] 만뢰(萬籟) : 천지간의 모든 소리, 즉 인뢰(人籟)ㆍ지뢰(地籟)ㆍ천뢰(天籟)를 말한다. 《莊子 齊物論》[주-D007] 잠필(簪筆) : 임금 가까이에서 모시는 신하가 관(冠)이나 홀(笏)에 붓을 꽂아 서사(書寫)에 대비하는 것이다.[주-D008] 용(龍) : 순임금의 신하로 왕명의 출납을 담당하는 납언(納言)의 직책을 맡았다. 《書經 舜典》[주-D009] 정(鄭) 나라의 교(僑) : 춘추 시대 정 나라의 대부 공손교(公孫僑), 즉 정자산(鄭子産)이다. 국가의 사명(辭命)을 작성할 때 그가 윤색(潤色)했다고 한다. 《論語 憲問》[주-D010] 적불(赤芾) : 주불(朱芾)로서 제왕이 신하에게 내리는 명복(命服)이다.[주-D011] 창형(蒼珩) : 푸른색으로 된 옥으로서 관식(冠飾)의 횡옥(橫玉)이다.[주-D012] 가시나무를 등에 지겠다고 : 전국 시대 염파(廉頗)와 인상여(藺相如)의 고사이다. 염파가 조(趙) 나라의 대장(大將)으로 있었는데, 나중에 인상여의 지위가 더 높아지자 염파가 승복하지 않고 인상여를 욕보이고자 하였다. 그러나 인상여가 국가의 이익을 위하여 매번 염파와 마주치는 일을 피하자, 이 말을 들은 염파가 웃옷을 벗고 가시나무를 등에 지고서 인상여를 찾아가 사죄하였다. 《史記 卷81 廉頗藺相如列傳》 여기에서는 채제공과 김종수(金鍾秀)가 화해한 일을 가리키는 듯하다.[주-D013] 청승(靑繩) : 임금이 행차하는 길의 경계를 정하고 교사(郊祀)의 장소에 띠를 둘러서 정하던 푸른색의 끈으로, 임금의 행차를 뜻한다.